Ⅰ. 서론 : 오래된 질문과 새로운 맥락
미디어의 변화는 다양한 변화를 일으킨다.1) 온라인 환경에서 언어의 변화는 명확하게 확인된다.2) 종교활동, 종교적 상상력도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모두가 경전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종교적 권위의 위계가 달라지거나 종교 경험 양상이 달라졌다.3)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인터넷 환경은 종교 경험이나 종교적 관념과 그 표현상에서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까? 이 질문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인터넷과 종교’ 혹은 ‘디지털 종교’라는 주제로 이야기되고 있다.
디지털 종교 연구는 종교와 종교적 관습이 디지털 기술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그리고 디지털 기술이 종교적 표현, 커뮤니티 및 제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소셜 미디어 및 기타 온라인 플랫폼이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는 데 어떻게 사용되는지, 디지털 기술이 종교공동체가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가상 현실 및 기타 몰입형 기술이 종교적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조사하는 것이 포함된다.4)
국내에서 이와 비슷한 논의는 ‘가상세계와 종교’라는 주제의 논의일 것이다.5) 또 넓게 본다면 인터넷 환경에서 기성 종교의 적응이나 대응 문제를 다루는 논의도 포함될 수 있다.6) 그러한 논의들은 대개 ‘전망’을 말하고 있어서 ‘인터넷과 종교’ 및 ‘디지털 종교’ 논의와 차이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이 막 대중화될 때와는 달리 현재는 스마트폰 기반의 온라인 라이프가 일상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게다가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들은 강제적으로 비대면 활동을 해야 했고, 그로 인해 일상생활의 모습이 크게 달라졌다. 따라서 하나의 전망이나 상상이 아닌 지금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온라인 생활상에 대한 민족지 작업이 필요하다.7)
특히 온라인 종교문화의 특성을 생각할 때, 먼저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온라인의 일상화에 끼친 스마트폰의 영향이 그것이다. 종교활동 영역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조명된 바 있다.8) 이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면, 인터넷 환경에서 종교활동이 위축되거나 단순화되는 경향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대개 세속화 현상으로 볼 수 있는데,9) 인쇄술의 효과처럼 의사소통 방식의 질적 변화에 따른 경험 양상의 본질적인 변화로 볼 수도 있다.10) 이러한 판단을 위해서는 실제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자연종교적 관념과 실천도 종교문화의 범주에서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온라인 종교적 관념과 실천의 단순화 경향이 인지종교학 등에서 말하는 진화된 인지체계로부터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종교적 관념과 실천의 패턴11)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 주목하기 위해서는 기존 종교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있는 종교적 관념과 실천을 찾아서 살펴봐야 한다.
이상의 요소들을 고려해서 본 연구는 ‘한국의 온라인 종교문화의 특성’을 살필 때, 고려해야 할 자료의 범위, 유형, 방법론을 탐색하기 위해 네 가지 형태의 자료 중 몇 가지 샘플을 다룰 것이다. 먼저 ‘온라인 종교’의 주 연구 대상인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기성 종교에서의 종교활동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 논의에서는 그 대표적인 샘플로서 유튜브를 활용한 사례들을 다룬다. 유튜브 사례를 선택한 것은 비대면 종교활동에서 사용된 주요한 플랫폼 중 하나이고, 다른 플랫폼과는 달리 공개된 자료를 구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사주, 점치기 등의 비교단 종교활동12)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서구의 디지털 종교 연구에서는 고려되지 않는 대상이지만, 종교문화의 변동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간과할 수 없는 종교활동 중 하나다. 팬데믹 이전에도 많은 비교단 종교인들이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서 종교서비스 시장을 확장해 왔으며,13) 언택트 시장에서 ‘점술 시장’의 성장도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14)
이 외에도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현상은 인터넷 놀이 문화에 등장한 종교적 댓글이다. ‘성지글’로 이해되는 밈15) 게시물은 ‘성지’라는 개념 때문에 ‘소원 댓글’마저도 놀이의 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게 했다. 또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이벤트의 실시간 영상 채팅에도 이러한 ‘소원 댓글(채팅)’이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상어로 침투하는 인터넷의 종교적 신조어도 살펴본다. 인터넷상에서 종교적 표현은 과장된 표현 양식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본 논의에서는 유행이 지났지만 ‘지름신’이라는 신조어와 근래 각광을 받은 ‘갓생(god+生)(살기)’ 같은 신조어를 검토한다.16)
이러한 사례들은 ‘종교와 대중문화’라는 주제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온라인 종교문화’라는 주제가 그것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요소 간의 영향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종교와 대중문화’라는 주제와 달리 ‘온라인 종교문화’라는 주제는 온라인 미디어의 영향으로 인해서 종교문화가 어떤 변화를 겪는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가령 전자에서는 ‘세속화’가 주요 의제가 될 수 있지만, 후자에서는 그보다는 ‘미디어 효과’나 그와 관련된 인간의 ‘자연종교적 특성’이 더 주목된다.
교단 종교활동, 비교단 종교활동, 종교적 댓글, 종교적 신조어 자료는 온라인 종교문화를 포괄하기 위해 선택된 연구 대상들이다. 이러한 시론적 검토 작업을 통해서 온라인 종교문화의 변화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할 주요 의제와 적절한 자료의 범위, 분석 방법 등을 구체화시킬 수 있다. 아울러 이 주제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환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Ⅱ. 유튜브 활용 비대면 종교활동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사회의 많은 분야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중의 하나가 종교였다. 전염병의 위협에도, 종교인들은 현장 종교활동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17) 그렇지만 팬데믹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그렇게 종교 영역에서도 비대면 방식이 적용되었다.
이 효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전문 종교인들은 종교활동의 이완을 가장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관에 따라 결과가 갈리고 있어서 종교인구 수 감소를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그림 1>),18) 소폭 하락 가능성이 점쳐진다.
2장에서는 영상과 채팅 자료를 용이하게 볼 수 있는 유튜브의 비대면 종교활동 사례들에 주목해서 주요 한국 종교(개신교, 불교, 가톨릭)19)에서의 비대면 종교활동 사례와 종교라는 울타리 밖의 운세 콘텐츠(사주, 신점, 타로점 등)를 살펴본다.
유튜브는 비대면 종교활동에 사용된 플랫폼 중 하나다.20) 팬데믹 이후 유튜브에서 ‘예배’, ‘미사’, ‘법회’의 검색 트렌드를 보면, 비대면 종교활동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2>). 2020년 3월부터 ‘예배’와 ‘미사’의 검색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21) 반면 불교와 관련된 ‘예불’, ‘법회’의 검색량은 팬데믹 전후에 큰 변화가 없었다.
개신교의 대형교회들은 별 어려움 없이 온라인 예배를 진행했다. 부서별로 다양한 채널과 콘텐츠 동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방송 설비가 갖춰진 개별 교회들에서는 대면 예배 규제가 모두 풀린 상황에서도 온라인 예배를 병행하고 있다.22) 가톨릭의 경우 신자들은 지역 교구 성당의 온라인 미사에 참여하거나 가톨릭평화방송TV(cpbcTV)와 명동대성당의 온라인 매일미사 혹은 매주간 미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23)24) 불교의 경우는 주요 사찰에서 법회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고, 그 영상을 업로드하여 다시 시청할 수 있게 했다.25) 대면 규제가 풀린 2022년에도 온라인 참여의 기회를 계속 제공하면서 대면 참여와 온라인 생중계를 병행하고 있다.
신자들의 비대면 종교활동에서 주목되는 새로운 모습은 댓글에서 볼 수 있다. 개신교의 경우 실시간 채팅과 댓글은 설교 정보 전달 수단이자 신자들의 소통 수단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개신교를 비방하거나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설명하며 금품을 구걸하는 댓글과 채팅도 등장했다. 그래서 다수의 교회는 예배의 실시간 채팅 기능을 막아 놓았다.26) 가톨릭 사례를 보면, 명동대성당의 경우 실시간 미사에서 채팅과 댓글 기능을 막고 오로지 온라인 미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지만, 가톨릭평화방송TV에서 제공하는 ‘매일미사’ 영상은 댓글 기능을 허용했다. 또 가톨릭평화방송TV의 ‘묵주기도’ 영상을 보면 채팅과 댓글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27) 불교 조계종에서는 생중계하는 사시불공(巳時佛供)에서 신자들이 자유롭게 실시간 채팅과 댓글로 기도할 수 있도록 했다. 신자들은 다양한 이모티콘을 사용하거나, ‘슈퍼챗’ 기능을 이용해 시주하기도 한다.28)
비대면 방식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종교 의례의 효능감은 대면 방식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 개신교 사례를 보면, 한 조사에서 비대면 예배를 선호하는 신자의 비율은 11%였고, 영적 대화에서 대면을 월등히 선호(59%vs8%)했다.29) 다른 한편으로 팬데믹 이후 비대면 종교활동을 선호하는 신자(플로팅 크리스천)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30) 이는 온라인 환경에서 더욱 간단하고 편리한 종교 생활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비대면 종교활동이 익숙해지면서 유튜브의 종교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졌다. 예배, 미사, 법회 영상뿐 아니라 찬양과 기도, 독송, 신앙생활 질의응답, 교리설명 영상 등의 콘텐츠도 늘었다.
개신교에서는 찬양팀의 유튜브 채널이 상대적으로 신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31) 또 개신교인들의 신앙상담을 해 주는 방송 콘텐츠,32) 신학 관련 콘텐츠도 등장했다.33) 더 나아가 신학 인터넷 강의 채널도 등장했다.34) 심지어 개신교 교리 변증을 다루는 예능 콘텐츠가 만들어지기도 했다.35) 가톨릭에서는 비대면 미사의 수요가 늘어난 이후 ‘cpbcTV’ 유튜브 채널의 매일미사 시청자 수가 증가하였다.36) 한편 지역 중심의 성당 공동체가 아니라 유튜브 플랫폼을 통한 사이버 성당을 운영하는 방식도 등장했다.37) 불교에서는 소원 성취를 키워드로 하는 염불송 콘텐츠가 불교 신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38) 힙합 스타일의 염불 노래 콘텐츠39)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교학 관련 콘텐츠도 만들어지고 소비되었다.40) 그리고 독송 영상도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인터넷 환경에서의 종교활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온라인 종교활동의 한 양상으로서 종교 콘텐츠 소비는 종교성의 다양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소비자의 ‘선택’에 따른 인기콘텐츠—온라인의 재미 문법에 맞는 콘텐츠—로의 쏠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종교성의 단순화 경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 콘텐츠 소비 트렌드는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유튜브 검색 트렌드상에서 최근 5년 사이에 운세 시장과 관련된 검색어(사주팔자, 타로, 무당, 운세)에서 특별한 변화를 보인 것은 ‘타로’였다. 2019년 중반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기를 전후로 타로 관련 콘텐츠들이 유튜브에서 유행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운세’라는 검색어가 신년에 고점을 찍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 동영상수와 조회수도 관련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검색 트렌드에서 상위로 나타난 ‘타로’와 ‘운세’ 콘텐츠로 보면 <그림 6>과 <그림 7>의 결과를 볼 수 있다.41) ‘운세’ 동영상 콘텐츠가 수는 많지만 조회수에서는 타로 콘텐츠가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운세’ 콘텐츠는 연말연초에 급등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또한 유튜브에서 관련 콘텐츠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시기가 2019년 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유튜브 플랫폼에서 교단 종교활동과 달리 비교단 종교활동은 코로나가 변화의 기점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무속인들에게 유튜브는 하나의 홍보수단인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외에 다양한 플랫폼을 홍보를 위해 활용해 왔고,42) 유튜브 플랫폼도 대체로는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영상 콘텐츠만으로도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유튜브에서의 무속 실천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기존의 블로그나 카페, 점사 홈페이지 등도 익명의 대중을 상대하는 플랫폼이었지만, 그 자체로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반면 유튜브 플랫폼에서는 조회수가 수익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소수의 사람에게 집중된 상담보다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 만한 주제의 영상이 제작된다. 띠별 운세나 꿈 해석이 많이 활용되는 주제이다.
실제로 이러한 채널들은 어떤 무속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어필할까? 이와 관련하여 김동규가 언급한 ‘운세’와 ‘신령’의 결합이라는 설명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김동규는 ‘운세’ 개념의 활용이 고객과의 협상 과정에서 도움이 된다는 점을 언급한다. ‘신령’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주지만, 고객에게 호소력이 있는 사주, 운수, 삼재, 살 등과 같은 개념을 사용하여 성공적으로 협상을 끌어낸다는 것이다.43) 몇몇 무당들은 사주를 묻는 행위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며, 신점만으로 점사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44) 사주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바로 비대면 형식 때문이다.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고 댓글이나 실시간 채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바로 사주이다. 그래서 많은 실시간 점사 방송이 사주 풀이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무당은 방송 점사보다는 대면 점사가 더 정확하다고 말한다.
한편 사주를 잘 읽어내는 것은 무당의 신령함을 입증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많이 유행하는 콘텐츠 중 하나가 특정인의 사주만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상황에 있는지 맞추는 콘텐츠이다. 대부분의 경우 특정인은 유명인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개 무당은 사주만으로 모든 것을 알아내는데, 이것만으로도 댓글에서 “정말 용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많은 무당은 댓글뿐만 아니라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고객의 참여를 끌어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실시간 방송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의 사주와 간단한 고민을 채팅에 적는다. 무당은 방송을 진행하면서 채팅을 읽고, 실시간으로 점사를 본다. 무당이 공수를 내리면, 꼭 자신에 대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시청자들은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남긴다. 또 실시간 방송의 경우 더 자유로운 ‘소통’이 중시된다. 점사 방송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로는 소소한 이야기나 혹은 간단한 질문들에 답변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유튜브 상에서 타로 콘텐츠는 2019년부터 크게 유행했다(<그림 5> 참고). 타로 채널들은 보통 카드를 고르고 해석하는 내용이다. 무속 채널들과 비교하면, 타로 채널들은 점복이라는 역할에 충실한 편이다. 특정 카드를 고르고, 타로 마스터가 이 카드를 해석하는 과정을 리딩이라고 하는데, 신년운이나 애정운 리딩 영상은 항상 인기가 많다. 불특정 타인인 ‘그 사람’의 속마음을 읽어주는 영상도 인기가 많다. 타로 채널의 운영 양상도 무속 채널과 다르지 않다. 개인 상담을 지향하고, 여러 플랫폼을 활용해 홍보한다. 실제로 타로 채널과 무속 채널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다. 타로점을 치는 무속인이 있는가 하면, 타로 채널에서 사주와 신점을 보기도 한다.
유튜브에서 대부분의 타로 리딩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우선 타로 마스터가 여러 카드를 제시한다. 제시한 카드에 번호를 붙이고, 원하는 번호의 카드를 선택할 시간을 준다. 그다음에 타로 마스터는 카드를 하나하나씩 뒤집으면서 각 카드의 의미를 해석한다. 전체 과정은 대체로 끊기지 않고 진행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상이 길다(30분 이상). 댓글 반응은 대부분 자신이 뽑은 카드가 몇 번인지 밝히며, 뽑은 카드에 대한 해석이 자신의 상황과 딱 들어맞는다며 놀라워하는 경우가 많다.
무속의 경우, 점사의 설득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사주를 읽어내는 전문가의 능력에 있었다면, 타로는 고객의 적극적인 의미 부여로 설득력이 생긴다. 바꿔 말하자면, 타로는 전문가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실제로 많은 타로 영상들은 온전히 카드에만 집중한다. 무속 채널과 달리 타로 채널들은 유튜버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시간 방송도 무속 채널들에 비해서는 잘 진행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주로 댓글을 통해서 참여한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간단하게 자신이 뽑은 카드의 번호만 적기도 하고, 자신의 상황과 잘 맞는다고 감탄하기도 한다. 그리고 관련된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이야기하는 예도 있다. 이런 고민에 대해 타로 전문가가 댓글로 답을 주거나 혹은 다른 영상에서 해당 주제를 다루는 식으로 타로 마스터와 시청자 간에 소통이 이루어진다.
유튜브 플랫폼을 한정해서 보면 2019년부터 무속(운세 등)과 타로 콘텐츠 시장이 부상했다. 무속과 타로의 사례는 비대면 종교활동에 최적화된 종교활동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문가와 고객은 비대면으로 운세를 점칠 수 있다. 운세 콘텐츠가 22년 말부터 한층 더 늘었는데, 23년에도 그러한 추세가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Ⅲ. 인터넷상의 놀이와 종교적 표현
누구나 종교활동이라고 여기는 것 외에도 종교적 관념이 투사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성지글에 소원 댓글을 다는 것이나 기도밈,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은 실시간 영상에 붙는 소원 채팅 같은 것이다. 또 종교 개념이 활용되는 신조어도 주목해 볼 만하다. 과거에 유행했던 ‘지름신’이나 최근에 유행하는 ‘갓생(god+生)’은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이 신(神)개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또 종교적 개념을 동원하여 새롭게 만들어내는 문화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참고가 된다. 이러한 사례들은 뉴미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종교적 활동(혹은 표현) 양상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45)
사람들은 ‘성지순례’46) 게시물에 종교적 댓글을 달곤 한다. 소원은 아주 개인적인 것들이다. 좋은 성적이나 행복을 빈다. 한 축구 경기 결과 예측 댓글에 대댓글로 합격을 기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어떤 의미로 읽어내느냐는 보는 사람의 시각에 좌우된다. 사람들의 종교적 감수성이 표현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그저 댓글에 등장하는 한 놀이 양식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위 ‘성지글’에 사람들이 소원을 빌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성지순례 밈’의 출현은 ‘쿠키 닷컴’ 게시물로부터라고 알려져 있다(<그림 10>). 디지털 카메라 중고 매물 게시물 형식으로 패러디한 개그 게시물이다. 당시로서는 새로운 형태의 웃긴 게시물이었고,47)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는 것이 화제가 되었고, 이내 이 게시물 댓글 창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현재(23년 4월) 21,661건의 댓글이 달렸는데, 70% 이상이 2001년 7월에서 2004년까지 작성된 것이다. 2004년 이후로 댓글의 양은 현저히 줄어든다. 간혹 400건 이상이 되는 경우는 새삼 ‘성지글’로 쿠키닷컴 게시물이 주목되는 경우나 댓글 도배가 이루어진 경우다. 댓글 도배를 배제하면, 유행기가 크게 두 번 있었다고 볼 수 있다(1차는 2004~2005년 초까지 2차는 2008년). ‘성지순례 왔습니다. ~해주세요’는 ‘성지순례 밈’이 되는데, 이 표현은 이미 1차 유행기에 나타난다.48) 소원과 성지 표현의 공존은 산발적으로 나타났고, 아직 전형적인 어구가 정착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성지순례 밈’과 ‘소원 댓글’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표제어를 뽑아 연도별 빈도값을 내 보았다.49) ‘성지’와 ‘성지순례 왔~’(+‘성지순례왔~’), ‘~해주세요’, ‘리플’(+‘댓글’)을 비교할 표제어로 선택했다. ‘성지’와 ‘성지순례’는 빈도값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했다. ‘순례’는 ‘성지’와 거의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그림 13>과 <그림 14>).
소원을 비는 표현의 경우 ‘~해주세요’가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났다. ‘리플’(‘댓글’)은 1차 유행기에 특히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댓글 기록’을 언급하는 맥락에서 쓰였다. 댓글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다만 연도별 빈도값의 절대치로 비교하기보다는 전체 댓글 수 대비 빈도값으로 비교했다. 유행 양상을 보다 쉽게 파악기 위해서였다.
이 네 가지 표현의 빈도값 비중을 비교해서 나타내면 <그림 15>와 같다. 유행 초기에는 ‘패러디 놀이 댓글’ 비중이 높았다. 그 놀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면서 쿠키닷컴 게시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상상을 초월하는 기록’이 펼쳐지고, ‘그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하고 있다는 흥분’이 댓글들을 지배했다. 그런 시기가 흐르며 차차 이 게시물의 중요도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고, ‘역사적’, ‘기록적’, ‘기네스북’ 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그런 가치평가의 맥락에서 ‘성지’라는 표현이 등장했다.50) ‘성지’라는 표현의 비중이 높아진 시기는 이 게시물에 대한 ‘댓글 놀이’가 꺾여가면서였다. ‘성지’ 표현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2006년의 총 댓글은 26개에 불과했다. 2008년의 2차 유행기에 ‘성지’ 표현의 비중은 50%에 육박했다(댓글 약 1,100개). 이 시기 이후 ‘~해주세요’라는 표현의 비중이 증가했다.
‘성지순례 왔~’의 정착은 2012년 이후로 보인다. 비중 그래프의 움직임이 동조화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해주세요’가 결합하는 것은 2015년으로 보인다. ‘~해주세요’는 굳이 ‘성지순례’와 엮이지 않더라도 단독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그런 경향은 2차 유행기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성지순례 왔~. ~해주세요.’가 거의 관용구처럼 사용되는 것은 2015년 이후로 보인다. 세 표제어 비중이 거의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이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성지순례 밈’은 인기 게시물을 하나의 상징적 공간으로 상상하면서 그 토대가 만들어졌다. 일종의 역사 유적지나 유명한 관광지에 하는 ‘아무개 왔다감’이라는 낙서를 적는 것처럼 댓글들을 남겼고, 일정 수준 이상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되니 ‘더 높은 가치평가’를 요청하는 상황이 되었으며, 그 귀결점이 ‘종교적 표현’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소원 댓글’은 하나의 놀이 같은 기록 남기기인 동시에 소박한 삶의 소망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51)
‘온라인 성지(글)’의 애초 의미는 ‘쿠키닷컴’ 게시물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온라인 게시물’이지만, ‘성지’가 쓰이는 탓에 ‘종교적 단서’(예언/예지몽/예측)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게시물을 뜻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더 나아가 미래를 예측하며 그것이 맞을 것이라는 강조를 하기 위해서 작성자가 ‘성지글’ 운운하는 경우도 생겼다.
일반적으로 ‘소원 댓글’은 이런 성지글에서 나타난다. 성지글의 소원 댓글은 현실의 종교 유적지에서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행동이다. 다만 공간이 온라인이며, 종교적 유적지가 아닌 사람들이 ‘종교적 상징성’을 부여한 곳이라는 점이 다르다. 소원 댓글을 다는 성지글은 초창기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경우였지만, 이후 ‘예언’ 실현의 측면이 두드러질 때 성지글 인식과 소원 댓글 달기가 이루어졌다(앞의 <그림 8>과 <그림 9> 참고).
그런데 소원 댓글을 꼭 성지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주목도가 높은 게시물에서도 비슷한 행동 패턴이 확인된다.52) 첫 번째 사례는 2022년 2월 22일 임요환과 홍진호의 스타크레프트 게임 대결 이벤트다. 두 게이머의 스타크래프트 경기는 ‘임진록’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데, 이 말은 임요환의 ‘임’과 홍진호의 ‘진’을 따서 만들었지만, 조선시대 군담소설 임진록을 연상시키며 두 유명 게이머의 대전에 의미와 서사의 풍성함을 가미했다.
두 게이머는 결승전에서 여러 번 맞붙었는데, 홍진호가 늘 패배하며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얻게 되었다. 또 홍진호는 말이 어눌해서 ‘콩’진호라는 별명이 붙었다. ‘홍’발음이 부정확한 것을 놀리는 의미였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2022년 2월 22일 2시 22분 22초와 22시 22분 22초53)를 ‘콩콩절’로 주목했고, 이 날을 기념해 두 게이머의 대결 이벤트가 성사되었다. 이 경기가 진행되던 중 ‘황시’ 혹은 ‘황시 황분’이라 불린 ‘2022년 2월 22일 22시 22분’에 팬들이 실시간 댓글로 소원을 빌었다. 실시간 채팅으로 소원을 비는 경우와 슈퍼챗(2,222원)을 후원하며 소원을 비는 경우가 있었다. ‘소원 채팅’은 성지글의 ‘소원 댓글’과 내용상의 차이는 없다. 로또 당첨, 시험 합격, 연애 성공 등의 내용이었다.
홍진호라는 게이머를 ‘만년 2위’라고 놀리는 것이 놀이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밈처럼 받아들였다. 이것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자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고, 그러면서 상징적 의미(기념비적 성격)를 갖게 되었다. 그 단계에서 사람들은 종교적 관념을 떠올릴 수 있는 단서를 얻었고, 그 단서를 활용한 놀이가 생겼다. 소원 빌기도 놀이의 일환으로 행해졌다. 그러나 순수하게 놀이로만 남지는 않았다.
실시간 채팅에서 소원 채팅이 나타난 사례는 또 있다. 2022년 국가적인 이벤트 중의 하나가 누리호 발사였다. 발사가 이루어질 때 각종 소원 빌기가 이루어졌다. 발사의 성공을 기원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성공(부자, 로또, 시험 등)을 비는 경우도 많았다. 누리호 발사의 경우 특기할 만한 모습이 있었다. ‘발사’라는 이벤트의 시각적 이미지를 반영한 소원이 피력되었다. <그림 19>를 보면 ‘비트코인이 드뎌 오른다~!!!!’라는 채팅을 볼 수 있다. 로켓이 솟아오르는 것과 투자 상품가격이 오르는 것을 연결해서 상상한 것이다. 무언가 소원을 비는 상황에서 관련시키고 있는 특별한 사건이 가진 외형적 이미지가 종교적 상상력의 자원으로 동원된 것이다.
온라인 공간이기 때문에 이런 이벤트의 실시간 채팅창에서 소원 빌기가 가능하다.54) 여기에서 이루어진 소원 빌기는 우리가 전혀 못 봤던 형태의 종교적 표현은 아니다. 앞서도 줄곧 지적했듯이 종교적 의미가 있는 유적지에서 쉽게 보는 모습이다. 역사적 의미가 있고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면 이런 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온라인에서 종교적 상상력이 펼쳐질 수 있는 공간은 약간 다르다. 역사적 의미를 갖더라도 그 기념비적 성격은 ‘놀이나 재미’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누리호 발사)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재밌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주목되는 경우에 종교적 의미화의 수준까지 나타났다. 그 임계점이 어느 수준일지는 이런 개별적인 사례 분석만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종교의 언어가 일상의 언어가 되는 사례는 예부터 적지 않았다. 유교의 주요한 개념들은 우리의 일상어에 많이 들어와 있다. 일일이 열거하기에 한이 없을 정도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리(理)’(그럴 리가 없어), ‘기운’, ‘음기’, ‘예의’, ‘윤리’, ‘의리’, ‘사양(辭讓)’, ‘천하’, ‘신주단지’ 등이다.55) 이런 말들은 이미 유교적 맥락을 떠나서 우리의 일상어가 되었다.
불교 용어가 일상어가 된 대표적 사례는 ‘건달’, ‘야단법석’, ‘이판사판’이다. 물론 불교적 의미는 많이 사라졌다. ‘야단법석’ 같은 경우 애초 의미는 법당 밖에서 큰 규모로 이루어지는 법회를 위해 마련한 야외 법단을 일컫는 말인데, 일상어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떠들썩하고 어수선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 의미 변형은 조선조 유가의 편견어린 왜곡이었을 것이다.56)
무속 혹은 일반적인 종교적 관념에서 나온 말에는 ‘얼빠진’, ‘넋나간’, ‘얼차려’, ‘푸닥거리’, ‘신명’, ‘신바람’, ‘단골’, ‘빌미’, ‘선무당’ 같은 말이 있다.57) ‘푸닥거리’는 일상어에서는 군대의 선임이나 학교의 선배가 후배에게 정신교육 명목으로 구타나 기합을 주는 행위를 일컫는다. 무속에서는 “잡귀에 의해 살이 들거나 부정한 것이 들어와서 병이 들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이를 쫓기 위해 행하는 작은 규모의 무속제의”를 말한다.58)
기독교 개념 중에서는 ‘세례’나 ‘십자가’가 일상어로 사용되는 예가 있다. ‘세례’의 경우 ‘물세례’, ‘주먹세례’, ‘소나기 세례’ 등 “어떤 사건이나 현상으로 받는 영향이나 단련 또는 타격”을 일컫는 의미로 사용된다.59) ‘십자가’는 기독교를 상징하는 표식인데, 일상어에서는 “존경ㆍ명예ㆍ희생ㆍ속죄의 표상”으로 사용된다.60) 아울러 ‘갓-’이라는 접두어나 ‘-느님’이라는 접미어도 본래의 종교적 맥락과 상관없이 쓰이고 있다.61)
일상어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그 의미를 쉽게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그 의미가 특정 종교에 부정적일 경우에 그 종교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서 사용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면 확산되기 어렵다. 부정적 용어가 사용되었다면 해당 종교의 과거 사회적 지위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ex. ‘야단법석’, ‘푸닥거리’ 등). 이런 면에서 일상화된 종교적 표현은 해당 종교적 관념의 사회사적 함의를 짐작하게 한다.
최근에 유행한 몇몇 종교적 신조어들이 그런 면에서 주목된다. 유행이 좀 지난 사례로는 ‘지름신’, ‘지옥불반도’, ‘헬조선’, ‘-느님’ 등이 있고, 최근에 한창 유행하는 신조어는 ‘갓생(살기)’이다. 이 용어들은 종교적 개념이 쓰이고 있지만, 종교 전통의 표현 자체에서 유래했다기보다는 ‘인터넷 성지’처럼 대중적으로 익숙한 종교적 개념(신, 지옥 등)을 활용한 인터넷 신조어다.
일반적으로 접두, 접미사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최상(하)의 가치평가’를 위해 사용한다. ‘헬-’, ‘갓-’, ‘-느님’ 등이 그런 사례다. 지역, 인물, 음식, 사물, 특성 등에 다양하게 쓰인다. ‘헬조선’, ‘유느님’, ‘연느님’, ‘치느님’, ‘갓겜’, ‘갓벽’ 등이 그런 사례다. 이러한 표현은 경우에 따라서 비꼬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62)
‘지름신’은 이러한 사례와 다소 결이 다른 종교적 신조어다. 2004년 무렵 유행했다고 알려져 있다. ‘지름신’은 ‘지르다’는 표현과 한 온라인 게임(마비노기)의 ‘렉신강림’이 만나서 만들어진 표현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 표현이 널리 확산된 계기는 한 만화의 장면을 패러디하면서부터다(<그림 20>).63) 그 인물은 만화에 그려진 (가짜)예수였다.
‘지름신’은 충동구매를 정당화하는 밈이 되었다. ‘지름신이 내렸다’ 혹은 ‘지름신 강림’이 정형구가 되었다. 그리고 지름신에서 벗어나는 경우를 ‘해탈’로 표현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만화 속의) 예수 이미지, 불교 개념 등 일반인이 동원할 수 있는 다양한 종교 이미지와 개념이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런 개념화를 통해서 충동구매에 대한 자기 정당화 서사를 만들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과소비에 의해 발생하는 죄책감을 경감시키는 용도로 신(神) 개념이 활용된 사례로 종교적 관념의 위로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갓생(살기)’은 ‘갓-’의 ‘최상급 강조’ 의미와 함께 의례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양상을 보여준다. ‘갓생’은 ‘god + life’로 풀어서 말하면 ‘최고로 잘 사는 삶’ 정도의 뜻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검색 트렌드로 보면 최근에 이 단어가 관심을 많이 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64)
‘nate 판 톡톡’에서 ‘갓생’ 관련 게시물을 찾아보면, 갓생과 아이돌 덕질과의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23>).65) 2017년에서 2019년 사이에 ‘갓생’ 용례는 대부분 아이돌 덕질과 관련되었다. 아울러 당시에 ‘갓생’은 ‘혐생’의 반의어였고,66) 삶에 큰 행운을 누리는 아이돌의 삶을 뜻하기도 했다.67) 이 시기 ‘갓생’은 ‘덕질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알차게 보내는 삶’ 내지는 ‘복 받은 삶’ 정도의 의미였다.
2020년에 들어와서 ‘갓생’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그저 ‘부지런함’으로 정의되었다.68) 이 표현을 사용한 10대들은 점차 ‘갓생’을 ‘부지런함’, ‘공부’, ‘운동’, ‘비온라인 활동(탈덕질, 탈커뮤니티 포함)’ 등으로 정의했다.69) 그리고 ‘축복받은 인생’이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사라지지 않았다.70) 이 경우 성적, 미모 등이 지표로 많이 거론된다. 그러면서 점차 부지런함이 구체화되면서 ‘계획적인 삶’이 부각되었다.71) 갓생 살기 자랑이 슬슬 나타났다(‘이정도면 갓생이지?’류). 갓생의 정의를 거의 확정한 게시물이 2020년 2월 23일에 등장했다.72) ‘갓생 살기’는 일상의 삶을 자기 계발(운동, 공부 등) 계획에 따라서 루틴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정의되었다.
이런 용례에서 ‘종교적 관념’은 ‘갓-’의 이름 하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갓생 살기’가 유행하면서 갓생은 ‘리추얼 라이프’로 규정되고, 과거에는 ‘얼리 버드’ 정도로 표현된 일찍 일어나기가 ‘미라클 모닝’으로 이야기되었다. 타자를 규정할 때는 ‘축복받은 인생’으로 쓰이지만, 자신의 실천과 관련된 ‘갓생 살기’로 쓰이면 실천의 맥락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이 후자의 맥락에서 ‘종교적 관념’은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가치를 규정하는 언어가 되었다. 의례적 행동이 무의미한 행동을 통해서 사회적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처럼,73) 의례적 맥락을 가진 ‘갓생 살기’라는 것은 지금 젊은 세대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활동이다.
종교에서 기원한 일상어와 최근 인터넷의 종교적 신조어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계속 사용될 말이지만 후자는 유행이 지나면서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양자 모두 종교적 관념의 사회사를 그려 볼 수 있게 한다. 전자가 거시사적 흐름을 보여준다면, 후자는 최근의 미시사적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온라인 환경에서 종교적 관념이 사용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인터넷의 종교적 신조어가 주목될 필요가 있다. 인터넷 성지순례, 그에 의해 파생된 소원 댓글과는 다른 층위의 실존적 고민을 이런 신조어에서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Ⅳ. 결론 및 제언
유튜브를 활용한 비대면 종교활동을 조사한 바로는, 사회조사를 통해서 일부 감지되는 온라인 종교활동의 변화(예를 들면, 간편한 종교활동의 선호나 개신교계의 ‘플로팅 크리스천’ 담론74))를 명확하게 포착하기 어려웠다. 우리가 확인한 바에서 댓글과 채팅 활용 양상에서 종교별로 다소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개신교계에서 댓글과 채팅에 폐쇄적으로 대처하는 데에는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높다는 점과 유튜브 플랫폼이 비신자들의 접근을 막지 않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것은 종교 콘텐츠 소비 양상이 온라인 상의 종교문화 트렌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라는 점이다.
주로 무속과 타로 콘텐츠를 통해서 살펴본 비교단 종교활동에서는 운세 시장에서 동영상 플랫폼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최근 인기 있는 소재가 무엇인지 정도를 확인했다. 운세 시장에서는 사주나 타로가 비대면 환경에 적합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운세 콘텐츠가 디지털 미디어 특성에 영향을 받는 부분으로 보인다.
종교와 전혀 관련이 없는 곳에서 종교적 표현이 등장한 사례도 살펴봤다. 성지밈과 관련된 소원 댓글은 놀이로 시작되어 하나의 문화적 코드가 되었다. 빅이벤트의 실시간 영상 채팅창에서도 소원 채팅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소원 댓글’은 인터넷상의 종교적 실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종교적 실천은 특정 종교 전통에 귀속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관념과 행동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자연종교적 실천’으로 볼 수 있다.75)
인터넷의 종교적 신조어 사례로 ‘지름신’과 ‘갓생(살기)’를 살펴봤다. 지름신은 놀이의 성격이 짙다. 도구화 된 신 관념이 눈에 띈다. 그런 면에서 지름신은 ‘지역신(local god)’과 연결해서 생각해 볼 만하다.76) 한편 ‘갓생(살기)’의 경우, ‘갓’은 ‘god’이긴 하지만 신적 개념이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었다. 해당 신조어의 유행에서 종교적 측면으로 주목되는 부분은 ‘리추얼’과 ‘미라클 모닝’이다.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드는 상상 속에서 종교적 관념이 활용된 사례였다. 이것은 탈종교 맥락에서 종교성이 구축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논의는 몇몇 사례들에 주목해서 팬데믹 이후 종교계 및 종교문화의 변화상을 조명하는 것이었다. 매체가 바뀜으로써 의사소통 방식이 변화하고 그에 따라서 종교활동의 양태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온라인 기반의 종교활동을 살펴봤지만, 그 변화상의 전모를 비추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디어 특성에 의해 제한되는 종교적 관념과 실천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자연종교적 관념과 실천이 두드러지게 되는 맥락은 콘텐츠 소비 및 향유 방식과 밀접하게 관련될 것으로 보인다.77)
본 시론적 연구를 통해서 본격적인 온라인 종교문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를 위한 필수 의제와 연구 방법론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디지털 콘텐츠 소비 행태가 온라인 종교문화를 어떻게 제약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종교 및 종교적 콘텐츠의 소비 경향에 대한 개별 사례 연구 및 종교 관련 콘텐츠 소비 트렌드에 대한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
아울러 온라인 종교문화 트렌드를 보다 종합적으로 그려내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조사가 필요하다. 비대면 종교활동을 한 신자들, 비대면 종교활동을 진행한 사제들에 대한 인터뷰 및 설문조사가 필요하다. 주요 종교뿐 아니라 비교단 종교활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아울러 ‘소원 댓글’ 외의 종교적 실천, 가령 ‘기도 사진’을 사용하는 경우 등 온라인에서의 종교적 실천 양상을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성지밈과 관련해서도 더 많은 사례 연구가 필요하다. 종교적 신조어에 대해서도 그 사유의 계보, 개념의 진화 양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더 많은 종교적 신조어들을 발굴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