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논문

대순진리회 도장 건축물 내정(內庭)에 대한 연구: 내정의 문헌 출처와 그 맥락을 중심으로

차선근 *
Seon-keun Cha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아시아종교연구원 선임연구원, E-mail: chasungun@hanmail.net
*Senior researcher, Asia Research Center of Religions

© Copyright 2021,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an 08, 2021; Revised: Feb 27, 2021; Accepted: Apr 05, 2021

Published Online: Apr 30, 2021

국문요약

대순진리회의 도장 건축물들 가운데 하나인 내정(內庭)은 대순진리회의 통솔ㆍ감독ㆍ운영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내정의 사전적 의미가 ‘궁(宮) 안에서 정사(政事)가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건물의 명칭과 기능은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내정이라는 명칭은 어느 도교 경전의 한 구절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종단 내에서 구전으로 전해오고 있다. 그 경전이란 게 실재하는지, 또 어떤 내용과 문맥을 담고 있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이 글은 이에 주목하여, 대순진리회 내정의 전거(典據)로 알려진 문헌을 추적하고 그것이 『여조전서(呂祖全書)』 속에 휘집(彙集)된 『전팔품선경(前八品仙經)』의 「오행단효(五行端孝)」임을 소개하며, 그 문헌의 내용과 도교사적(道敎史的) 맥락을 고찰한다.

이 문헌의 탄생은 명말 청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의 여러 지역에는 백성을 구제하고 신선술을 가르쳐준다는 이유로 여동빈을 신앙하는 일단의 지식인들이 있었다. 이들은 난단도교(鸞壇道敎) 공동체를 형성하여, 강신술(降神術)로 여동빈을 응하게 하고 강계(降乩)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그에게 가르침을 받아 여러 도교 경전을 만들었다.

그들 가운데 몇몇은 1589년부터 1626년 사이에, 중국 광릉(廣陵) 만점(萬店)의 집선루(集仙樓)에서 여동빈으로부터 ‘오토결중곡(烏兎結中谷: 까마귀와 토끼는 중곡에서 모이고) 구사반내정(龜蛇盤內庭: 거북과 뱀은 내정에서 서로 얽혀있네)’이라는 문구가 든 경전을 강계로써 받아 「오행단효」라고 이름 지었다. 이 문구는 인체 내에 존재하는 음양과 수화(水火)의 두 기(氣)가 교구(交媾)하는 내단(內丹) 수련으로써 신선의 경지에 오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수련은 효행을 극진히 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구사합체(龜蛇合體)가 이루어지는 ‘내정’은 바로 그러한 수련으로써 신선으로 변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용어였다. 「오행단효」는 여동빈의 다른 가르침을 담은 경들과 묶여 『전팔품선경』으로 합본되었고, 1744년에는 32권 분량의 여동빈 전집(全集) 『여조전서』에 포함되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이처럼 여동빈이 도교 경전을 통해 전한 ‘내정’이라는 용어에는 백성을 구제하고 신선술을 가르쳐준다는 여조신앙(呂祖信仰)과 난단도교, 효사상, 그리고 수화 교구의 내단술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Abstract

The Naejeong, the inner court, which is one of the structures found in the temple complexes of Daesoon Jinrihoe. It serves the function of leading and controlling the operation and direction of Korean religions in general. Considering that the dictionary meaning of ‘Naejeong’ is ‘a place to manage the affairs of the state from inside a palace,’ the name and function of the structure appear to be in harmony.

However, in the Daesoon Jinrihoe context, it is said that the name ‘Naejeong (內庭 ‘Neiting’ in Chinese)’ is related to a verse from a Daoist scripture. It has not been revealed whether or not the scripture is historical, and what contents or contextual meanings it contains. This study tries to pursue this matter and introduce the original source of the Naejeong in Daesoon Jinrihoe as likely coming from Qianbapinxianjing (前八品仙經, The Former Scripture of the Eight Phases That Reveal the Means to Acquire Immortality). This scripture was compiled in Lüzu-quanshu (呂祖全書, The Entire Collection of Ancestor Lü). This text and its contextual meanings will also be examined.

The origin of Qianbapinxianjing dates back to either the late Ming Dynasty or the early Qing. In those days, there existed a group of literati who worshipped Ancestor Lü because he had saved people and taught the art of immortality. The group organized Daoist Spirit-Writing Altars (鸞壇道敎) and invoked the spirit of Ancestor Lü. They were said to have been taught through messages received from spirit-writing sessions (降乩) with Ancestor Lü and several Daoist scriptures were composed by them in this manner.

At Immortals-Gathering Pavilion (集仙樓) of Wandian (萬店) in Guangling (廣陵), China, some literati in that group conducted a spirit-writing session with Ancestor Lü between 1589 and 1626, and they produced a scripture which contained the passage, “A crow and a rabbit gather in the middle valley (烏兎結中谷) while a turtle entwined with a snake is in the inner court (龜蛇盤內庭).” They titled the scripture, The Five Movements and Filial Piety (五行端孝). This passage symbolically expresses the accomplishment of immortality in Neidan (internal alchemy) which, within the human body, combines the two energies of yin and yang which are Water and Fire in the Five Movements scheme. This kind of cultivation is said to be achieved only by maintaining the highest possible degree of filial piety. In this context, the Naejeong where a turtle is entwined with a snake (龜蛇合體) was a term that symbolically depicted a place wherein one transforms into an immortal through cultivation. The Five Movements and Filial Piety was included in Qianbapinxianjing after it had been compiled with the other scriptures containing Ancestor Lü’s teachings. In 1744, Qianbapinxianjing was included in Lüzu-quanshu, the entire 32-volume collection of Ancestor Lü and printed for the first time.

This underlies the belief in Ancestor Lü (呂祖信仰) which embraces the idea of the redemption of people, teaches the arts of immortality, and features Daoist Spirit-Writing Altars, filial piety, the art of Neidan, and the combination of Water and Fire.

Keywords: 『여조전서(呂祖全書)』; 『전팔품선경(前八品仙經)』; 「오행단효」; 난단도교(鸞壇道敎); 강계(降乩); 수화교구(水火交媾); 구사합체(龜蛇合體); 내단(內丹); 여조신앙(呂祖信仰); 도전 박우당
Keywords: Lüzu-quanshu (呂祖全書, The Entire Collection of Lüzu); Qianbapinxianjing (前八品仙經, The Former Scripture for the Eight Phases to Reveal How to Acquire Immortality); The Five Movements and Filial Piety (五行端孝); Daoist Spirit-Writing Altars (鸞壇道敎); Spirit-writing with Ancestor Lü (降乩); Combining Water and Fire (水火交媾); A Turtle Entwined with a Snake (龜蛇合體); Neidan (內丹); The Belief in Ancestor Lü (呂祖信仰); Dojeon Park Wudang

Ⅰ. 여는 글

내정(內庭)이란 대순진리회의 도장 건물들 가운데 하나다. 이곳은 대순진리회의 창설자인 도전 박우당이 기거하며 집무하는 장소다. 대순진리회 도인들은 도전이 강증산-조정산으로부터 이어지는 종통을 계승했다고 신앙한다. 대순진리회 헌법에 해당하는 『도헌(道憲)』에 의하면 ‘도전(都典)’이란 중앙종의회나 포정원ㆍ정원ㆍ종무원ㆍ감사원 위에 존재하는 하나의 기관(機關)이며, 정산 도주로부터 유명(遺命)으로 종통을 계승하여 대순진리회를 대표하고 영도(領導)하며 대순진리회에 대한 운영 전반을 감독ㆍ지시한다.1) 내정은 바로 그러한 도전이 거주하는 건물이니, 대순진리회의 전반적인 감독과 운영ㆍ통솔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도장 건축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은 신앙의 대상 구천상제를 비롯한 15신위(神位)가 봉안된 신전(神殿)이면서 치성ㆍ강식(降式) 등 대순진리회의 핵심적인 종교활동 중심지인 영대(靈臺), 그리고 구천상제 외 여러 신명을 모신 봉강전(奉降殿)과 대순성전(大巡聖殿)이다. 이와 비교하자면, 내정은 구천상제나 천지신명을 모시고 있는 건축물은 아니다. 하지만 대순진리회에서 내정은 선박의 조타실과 같이 종단의 나아갈 바를 정하기에 제반 사항의 결정과 통솔을 상징하는 공간으로서 그 중요도가 높다.

그런데 종단 내부에는 내정이라고 하는 명칭이 어떤 도교 경전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 경전의 실체나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이 글은 이 문제에 주목하여 내정의 전거로 알려진 문헌이 존재하는지를 추적하고, 그 문헌에서 ‘내정’이라고 하는 용어가 가지고 있었던 원래의 내용과 문맥을 고찰하고자 한다.

목적 달성을 위하여 이 글은 Ⅱ장에서 ‘내정’이라는 용어의 출처를 찾고 그 소재 문헌을 밝힐 것이다. Ⅲ장에서는 ‘내정’의 출전 문헌의 발간 경위와 위상을 고찰하며, ‘내정’이라는 용어가 가진 여러 문맥을 분석할 것이다.

이 글은 단순한 문헌 발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몇 가지의 의미를 더 지닌다. 첫째, 대순진리회에서 종통은 ‘도의 생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하지만2) 아직 이와 관련한 연구는 완료되지 않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도전의 위상과 의미를 정립하는 것이다.3) 현재 대순진리회가 종통을 구성하는 ‘도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정립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 글이 목적하는 내정 고찰은 이에 대한 하나의 기초를 놓을 수 있다는 데에서 그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 대순진리회를 영도ㆍ통솔하는 도전이 기거하는 장소가 왜 내정이라는 명칭을 가지는지, 그 내정이라는 용어가 어떤 내용과 맥락을 담고 있는 것인지 탐구하는 일은 이것에 접근하는 하나의 추가적인 통로를 더 제공해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둘째, 대순진리회와 도교와의 친연성은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한 연구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대개 다루어지곤 하는 연구 주제들은 신선 개념, 술법, 해원(解冤), 윤리, 이상세계 등이었다.4) 그러나 이들 가운데 여조신앙(呂祖信仰)과의 관련성을 다룬 것은 없다. 또 도교 수행의 핵심인 내단술(內丹術)이 대순진리회의 어느 지점에서 언급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힌 연구도 부족하다. 이 글은 명대 이후의 근현대 도교, 그 가운데서도 여조신앙과 난단도교(鸞壇道敎)가 대순진리회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 특히 여조(여동빈)가 강조하는 수화교구(水火交媾)의 내단 수행이 ‘내정’에 있다는 사실을 설명할 것이다. 내단학과 대순진리회의 접점을 제시한다는 것은 이 글이 갖는 의의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대순진리회는 그 역사가 백 년이 넘어가지만,5) 아직 그 역사를 체계적으로 서술한 종단사가 발간된 적이 없다. 현대 한국종교에서 대순진리회가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종단사 발간은 시급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분규와 더불어 무엇보다 자료 확보의 문제 때문이다. 내정의 문헌 근거를 밝히는 이 글의 작업은 대순진리회 종단사 기술에 필요한 하나의 자료를 구축하게 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Ⅱ. ‘내정(內庭)’의 문헌 출처

내정(內庭)은 ‘궁궐 안쪽’이라는 뜻이다.6)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왕조의 실록에도 궁궐의 안을 내정으로 표기했던 사례를 종종 확인할 수 있다.7) 1758년에 발간된 『국조상례보편(國朝喪禮補編)』의 기록, 즉 성복제(成服祭)를 마친 후 ‘병조(兵曹)는 제위(諸衛: 왕실 종친 등으로 구성된 군사들)를 통솔하여 내정(內庭)과 외정(外庭)의 동쪽과 서쪽 및 내문(內門)과 외문(外門)에 군사를 벌여 세운다’8)는 서술은 내정이 궁궐 안, 외정이 궁궐 밖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내정이 단순히 궁궐 안이라는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궁궐 안에는 임금이 살고 임금은 나라를 통치하기 때문에, 내정은 곧 정사(政事)와 통치를 상징하는 개념이기도 했다. 그 유래는 삼천 년 전의 주나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주나라에는 삼조(三朝)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임금이 대궐 안에서 정사(政事)를 보는 장소인 내조(內朝), 임금이 정사를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곳인 연조(燕朝), 신하들이 궁 밖에서 정사를 보는 곳인 외조(外祖)였다.9) 삼조 중에서 내조와 연조, 즉 임금이 일상 정무(政務)를 살피고 기거하는 곳은 내조(內朝)로 통칭되었으며,10) 이 내조가 바로 내정(內廷) 혹은 내정(內庭)이었다.11)

이처럼 내정(內庭=內廷)은 구중궁궐의 깊숙한 안쪽 공간이면서 동시에, 임금이 거주하고 정사를 돌보는 곳이다. 이 의미는 종통을 계승하고 종단을 통솔ㆍ감독ㆍ운영하는 도전이 머무는 건물의 명칭이 내정인 것과 부합한다.

그런데, 내정은 별도의 문헌적 근거가 있다는 이야기가 종단 내부에서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필자가 이 사실을 처음 전해 들은 것은 1991년 혹은 1992년 정도로 기억한다. 당시 부산에서 ○○방면의 수임선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는 여동빈의 종조가 쓴 책에 ‘구사(龜蛇)12)는 반내정(蟠內庭)하고 오토(烏兎)가 배일월(拜日月)이라’는 구절이 대순진리회 내정의 문헌 근거라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그 근거 문헌이란 게 무엇을 가리키는지, 또 구체적인 내용과 뜻은 어떤 것인지를 들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10년이 더 지난 2004년 5월, 필자는 대순진리회의 원로 임원들로부터 내정이라는 용어가 여동빈을 신선으로 만든 종조의 계서에 적혀있는 ‘구사는 반내정하고 옥토는 대일월하고’란 글귀에서 유래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서적에는 ‘용법구도(用法求道: 법을 쓰고 도를 구함)이면 구도불란(求道不亂: 도가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음)이라. 이도구선(以道求仙: 도로써 신선을 구하고자 함)이면 선역심이(仙亦甚易: 또한 신선되기가 쉽다)’란 글귀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듣게 되었다.

내정의 출전이라고 알려진 여동빈 종조의 계서란 어떤 책을 지칭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필자는 2008년 5월 원로 임원들을 재차 인터뷰하였다. 그때 또다시 들은 이야기는 내정이라는 명칭이 ‘여동빈을 신선으로 만든 종조의 계서’ 속에 든 글귀 ‘구사 반내정 옥토 대일월’로부터 유래했다는 것, 그 문헌의 제목이 계서(戒書)란 것 외에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는 것과 그 문헌을 잃어버려 찾을 수 없다는 것, 그 문헌에는 ‘用法求道 求道不亂 以道求仙 仙亦甚易’라는 문구가 들어있다는 것이었다.

여동빈을 신선으로 만든 종조란 종조(鍾祖), 즉 여동빈의 스승인 종리권(鍾離權)을 가리킨다. 도교에서는 종리권과 여동빈을 각각 종조(鍾祖)와 여조(呂祖)라고 부르고, 이들을 묶어서 종려(鍾呂)라고 하며, 이들이 전한 내단술을 종려금단도(鍾呂金丹道)라고 일컫는다. 따라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종리권이나 여동빈 혹은 이 둘을 묶은 종려를 저자로 하는 서적들을 뒤진다면, 내정의 전거가 되는 문헌이 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필자는 종리권ㆍ여동빈(종려)을 대표하는 3권의 서적인 『영보필법(靈寶畢法)』ㆍ『종려전도집(鍾呂傳道集)』ㆍ『서산군선회진기(西山群仙會眞記)』13)를 비롯하여, 『고효가(敲爻歌)』, 『태을금화종지(太乙金華宗旨)』, 『여조황학부(呂祖黄鶴賦)』, 『여조정기가(呂祖鼎器歌)』, 『여조백자비(呂祖百字碑)』, 『여조사삼니의세설술(呂祖師三尼醫世說述)』, 『여조진경가(呂祖真經歌)』, 『여조비원춘단사(呂祖泌園春丹詞)』, 『순양연정부우제군기제진경(純陽演正孚佑帝君既濟真經)』, 『파미정도가(破迷正道歌)』 등 여러 자료를 두루 훑었으나 내정이 등장하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출처를 확인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나서였다. 그곳은 바로 『여조전서(呂祖全書)』 속에 휘집(彙集: 종류에 따라 묶음)되어 있었던 『전팔품선경(前八品仙經)』의 「오행단효 품제이(五行端孝品第二)」편에서였다. 거기에는 내정이 다음과 같이 실려 있었다(<그림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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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여조전서』(32권 본,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권9의 『전팔품선경』, 「오행단효 품제이」 속에 보이는 ‘內庭’의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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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一天地精, 普化於萬靈, 乾坤能轉軸, 龍虎潛眞蹤, 六魔以消盪, 三元景燦明, 烏兎結中谷, 龜蛇盤內庭, 遊行超宇宙, 掌握回死生, 驅掣雷電光, 鬼怪悉潛形, 敢有違逆者, 劈體如纖塵.

위 인용문 가운데 보이는 ‘오토결중곡(烏兎結中谷) 구사반내정(龜蛇盤內庭)’이라는 글귀는 필자가 1991(1992?)년에 처음 들었던 ‘구사반내정(龜蛇蟠內庭) 오토배일월(烏兎拜日月)’, 2004년과 2008년에 재확인했던 ‘구사반내정 옥토대일월’과 다르다. 그러나 필자는 위 인용문의 글귀가 구전되어 온 내정의 출전인 것으로 판단했다. 그 이유는 오래전의 기억을 전달하는 과정에 글자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정’이라는 용어를 담은 문헌에 ‘用法求道 求道不亂 以道求仙 仙亦甚易’라는 글귀가 들어있다는 원로 임원들의 증언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내정’이라는 글귀를 싣고 있다고 구전으로 전해지는 문헌에는 반드시 이 문구가 들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조전서』 속에는 『여조전서수진전도집(呂祖全書修真傳道集)』이라는 묶음의 경전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논진선 제일(論真仙第一)」편에는 이 문구가 다음과 같이 등장한다(<그림 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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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여조전서』(32권 본,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권29의 『여조전서수진전도집』, 「논진선 제일」 속에 보이는 ‘用法求道, 道固不難. 以道求仙, 仙亦甚易’의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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呂祖曰: 鬼仙固不可求矣, 天仙亦未敢望矣. 所謂人仙, 地仙, 神仙之法, 可得聞乎?

鍾祖曰: 人仙不出小成法, 凡地仙不出中成法, 凡神仙不出大成法. 此三成之數, 其實一也. 用法求道, 道固不難. 以道求仙, 仙亦甚易.

여조(여동빈)가 말했다: 귀선(鬼仙)은 진실로 구하기 어렵습니다. 천선(天仙) 역시 감히 바랄 수 없습니다. 이른바 인선(人仙)ㆍ지선(地仙)ㆍ신선(神仙)이라는 단계에 이르는 법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종조(종리권)가 말했다: 인선(人仙)이란 소성법을 벗어나지 않는다. 무릇 지선(地仙)은 중성법을 벗어나지 않고, 신선(神仙)은 대성법을 벗어나지 않는다.14) 이 세 가지 성법은 실제로는 하나다. 법을 쓰고 도를 구하면 도는 진실로 어렵지 않다. 도로써 선(仙)을 구하면 선(仙)(에 이르는 것이) 역시 매우 쉬운 것이다.

한두 글자의 불일치를 감안하더라도, 『여조전서』는 ‘用法求道 求道不亂 以道求仙 仙亦甚易’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시킨다. 이것은 『여조전서』가 내정의 전거임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다.

물론, 이 글귀는 『여조전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문구는 「논진선 제일」편에 실린 것이고 「논진선 제일」편은 『종려전도집』에도 들어있는 것이기 때문에, 『종려전도집』 역시 이 문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종려전도집』에는 ‘내정’이라는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 ‘내정’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면서도 ‘用法求道 求道不亂 以道求仙 仙亦甚易’까지 담고 있는 문헌은 오직 『여조전서』 뿐이다.

『여조전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적이 없었던 ‘신병가약(身病可藥) 심병난의(心病難醫)’의 출전이기도 하다. 도전은 “여동빈도 ‘몸의 병에는 약이 있으나 마음의 병은 고치기 어렵다(身病可藥 心病難醫)’라 하였고 … 마음이 내 몸을 좌우한다는 것을 깨달아라.”는 훈시를 내린 적이 있는데,15) 여기에서 여동빈이 말했다고 하는 ‘신병가약 심병난의’는 오직 『여조전서』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그림 3>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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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여조전서』(32권 본,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권28의 『함삼어록』 속에 보이는 ‘身病可藥 心病難醫’의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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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心要堅, 存心要實, 若不堅不實, 則有外魔糾纏, 縱於道有緣, 亦多生障礙.

論琴訓, 喬以恕云 : “琴之爲道, 皆具伭妙! 但鼓奏之時, 心要靜曠, 氣要和平, 指要安閒, 不著於身, 不著於物, 不著於境, 並不著於琴. 默出此心, 與太虛打成一片, 則隨指所奏, 皆爲太古之音! 若徒搬弄新聲, 悅人聽聞, 便靡曼淫褻, 去琴道遠矣!”

身病可藥, 心病難醫. 外魔可降, 內魔難制. 誤信妖言, 頓生妄想, 妄想生因, 因生障礙, 障礙不已, 遂有魔頭. 魔久住舍, 廼肆簸弄, 使之夢想, 顛倒錯亂, 或起恚恨, 或興咒詛, 或毀正道, 或恣邪說, 大則亡家, 小則滅性, 縱能悔悟, 旋復迷惑, 如是等爲, 無有終極.

我悲衆生, 爲作醫王, 療其心病, 服其內魔. 心病既除, 無所身病, 內魔克凈, 外魔焉侵. 若不攻心, 病入膏肓. 魔熾於內, 外魔孔彰. 汝等靜思, 可以偕臧.

도심(道心)은 견고함을 요구하고, 존심(存心)은 충실함을 요구한다. 만약 견고하지 않고 견실하지 않으면 외마(外魔)에 구애됨이 있으니 설령 도에 인연이 있더라도 지장이 대거 생긴다.

금(琴: 거문고)의 뜻을 논하며 교이서(喬以恕)가 이렇게 말하였다: “금(琴)이 도(道)를 이룸은 다 현묘함을 갖추었기 때문일진저! 다만, 연주할 때는 마음이 고요하고 밝아야[靜曠] 하고, 기(氣)는 화평해야 하며, 손가락[指]은 편안해야만 한다. 일신에 나타내지 않으며, 외물에 나타내지 않고, 외경에 나타내지 않으면, 금(琴)에도 역시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마음을 묵묵히 내어서 태허(太虛)와 더불어 한 조각(의 소리)을 이루어낸다면[打成], 손이 가는 데 따라 연주되는 것이 모두 태고의 소리가 되는 것이라! 만약 한갓 새로운 소리나 희롱하여 타인의 이목을 즐겁게 하려고 한다면, 화려하고 음란하여 금(琴)의 도와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몸의 병에는 약이 있으나 마음의 병은 고치기 어렵다. 외마(外魔)는 제거할 수 있지만, 내마(內魔)는 제거하기 어렵다. 요망한 말을 잘못 믿으면 망상이 갑자기 생기고, 그 망상은 원인을 만들어 장애를 생성하니, 장애가 그치지 않으면 마침내 마두(魔頭)가 된다. 마가 오래 머물러 희롱을 자행하고 몽상(夢想)을 일으키게 하여, 엎어지고[顛倒] 착란하여 때로는 분노와 원한을 일으키고, 때로는 저주를 일으키며, 때로는 정도(正道)를 무너뜨리기도 하고, 때로는 사설(邪說)을 자행하니, 크게는 집안을 망치고 작게는 천성을 잃게 된다. 설령 뉘우치고 반성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미혹되어 그와 같은 행위를 (반복하여) 끝이 없게 된다.

나는 중생을 불쌍히 여겨 그들을 위해 의왕(醫王)을 세워서 그 심병(心病)을 치료하게 하고 그 내마(內魔)를 다스리게 하였다. 마음의 병이 제거되고 나면 몸의 병도 사라지게 되고, 내마가 평정되고 나면 외마도 물러나게 된다. 만약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병이 가슴 속 깊이[膏肓] 들어가고, 마가 내부에서 번성하면 외마가 크게 드러나게 된다. 너희들은 가만히 생각해 보라. 그러면 가히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위 인용문은 『여조전서』 속에 들어있는 경전들 가운데 『함삼어록(涵三語錄)』의 내용 중 일부다. 도전은 여기에 등장하는 ‘신병가약(身病可藥) 심병난의(心病難醫)’를 인용하여 훈시하고 있다. 이로 볼 때 도전 역시 『여조전서』의 존재와 내용을 알고 있었으며, 그 가치와 신빙성을 인정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조전서』는 어떤 문헌인가?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가? 그리고 『여조전서』 속에 묶인 경전들 가운데 『전팔품선경(前八品仙經)』은 ‘내정’이라는 단어를 어떤 내용과 맥락 속에서 말하고 있는가? 다음 장에서 이것을 살펴보도록 하자.

Ⅲ. 『여조전서』의 ‘내정’이 가진 맥락

1. 『여조전서』 : 여조신앙과 난단도교
1) 중국 도교사에서 여동빈의 위상과 여조신앙

여조 즉 여동빈(呂洞賓)의 출생 연도는 796년 혹은 798년이라고 하고 638년이라는 말도 있는데, 대개는 당나라 후기에 활동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스승 종리권[鍾祖]을 만나 도를 얻고, 서안 남쪽의 종남산(終南山)16) 등지에서 두루 수도한 끝에 강서성 여산(麗山)17) 선인동(仙人洞)에서 신선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승천하지 않고 속세에 남아 백성을 모두 구제하여 천상계에 오르도록 돕겠다는 서원(誓願)을 세웠다.

그 후 여동빈은 몰래 속세에 나타나 백성의 소원을 들어주며 도를 구하는 자에게 신선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믿어졌다.18) 이 때문에 그는 점점 인기가 올라가 북송 시절인 1119년에는 묘통진인(妙通眞人)으로 봉해졌고, 원나라 시절인 1269년에는 순양연정경화진군(純陽演正警化眞君)으로, 1310년에는 순양연정경화부우제군(純陽演正警化孚佑帝君 또는 純陽孚佑帝君)으로 칙봉(勅封) 받았다. 이때부터 여동빈은 순양부우제군 혹은 부우제군으로 불리게 되었다. ‘부우(孚佑)’란 『서경』 「탕고편(湯誥篇)」에서 따온 것으로 ‘백성을 도와준다[上天孚佑下民]’는 뜻이다.19) 백성을 제도하고 신선술을 가르치며 소원을 들어준다는 여동빈은 지금도 중국에서 관우와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숭배 대상이며, 중국의 각 도관에서는 여동빈의 생일로 알려진 음력 4월 14일이 되면 그를 기념하는 성대한 의례[齋醮科儀]를 개최한다.

중국 도교사에서 여동빈이 갖는 위상과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 첫째는 오늘날 중국 도교의 8할 이상을 차지하는20) 전진교(全眞敎)가 숭상하는 오조(五祖) 가운데 한 명이 여동빈이라는 점에 있다. 전진교의 창시자 왕중양(王重陽, 1112~1170)을 가르친 스승 가운데 한 명도 여동빈이었다고 하며, 왕중양과 여동빈을 포함하여 유해섬(劉海蟾), 종리권, 동화제군(東華帝君) 다섯 명은 전진교의 종조[全眞五祖]로 알려져 있다.21)

전진교가 여동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왕중양의 스승이라는 사실 외에도, 심(心)과 기(氣)를 동시에 닦아야 한다는 성명쌍수론(性命雙修論)을 뚜렷하게 부각하고 내단술의 기초를 확립했다는 점 때문이다.22) 성명쌍수에서 성(性)과 명(命)에 대한 설명은 종교마다 다르다. 도교의 경우는 대개 성(性)이 인간의 정신ㆍ의식ㆍ심성(心性)ㆍ이성(理性)ㆍ신(神)을 의미하고, 진의(眞意) 혹은 진신(眞神)이라고도 불리며, 인간의 정수리와 하늘[天]에 해당한다고 본다. 도교 내단학에서 신(神)은 외재적 존재인 신명(神明)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을 가리키는 개념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명(命)은 생명ㆍ형체ㆍ형(形)을 의미하고, 원정(元精) 혹은 원기(元氣)라고도 불리며, 인간의 배꼽과 땅[地]에 해당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성명(性命)은 천지와 같은 것으로 간주되고, 성(性)을 닦는 것은 심신(心神: 마음과 정신)을 닦는 것이며, 명(命)을 닦는 것은 정기(精氣)를 닦는 것이고, 성과 명을 동시에 닦음[性命雙修]으로써 천지와 하나가 된다고 본다.23) 여동빈은 이러한 내단학 이론을 구축한 인물로 인정받기에, 중국 도교사에서 그 위상이 높다.

둘째는 백성 곁에 머물면서 수시로 나타나 그들을 ‘부우’하는 신선으로 숭상되는 대표적인 존재가 여동빈이라는 점에 있다. 중국에는 여덟 명의 신선[八仙]을 숭배하는 민간신앙이 있고, 이 신선들은 희극이나 설화의 소재로 종종 등장하는 등 인기가 높다. 이 가운데서도 백성 구제라는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신선이 바로 여동빈이다. 원래 신선은 세속의 일에 관계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여동빈은 백성 옆에서 그들과 같이 호흡하며 어려움을 도와주는 신선이라는 점에서 그 존재의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여동빈이 대순진리회와 만나는 접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술한 대로 여동빈은 민중을 모두 제도하겠다는 서원을 세웠고 백성을 구제하며 신선술을 가르치고 소원을 들어주는 일을 한다고 믿어졌다. 증산은 이를 인정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나의 일은 여동빈(呂洞賓)의 일과 같으니라. 그가 인간의 인연을 찾아서 장생술을 전하려고 빗장사로 변장하고 거리에서 이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흰 머리가 검어지고 굽은 허리가 곧아지고 노구가 청춘이 되나니 이 빗 값은 千냥이로다고 외치니 듣는 사람마다 허황하다 하여 따르는 사람이 없기에 그가 스스로 한 노구에게 시험하여 보이니 과연 말과 같은지라. 그제야 모든 사람이 서로 앞을 다투어 모여오니 승천하였느니라.”24)

증산이 해원을 위주로 세상을 개벽하는[天地公事] 종교활동을 하던 당시에 사람들은 그가 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여 그를 ‘광인(狂人)’이라 불렀다.25) 이에 증산은 자신이 하는 일을 여동빈의 경우와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이 일화는 그가 여동빈의 백성 구제와 신선술 전수를 인정하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한다.

셋째는 백성을 ‘부우’하는 구제자로서의 여동빈 신앙이 송ㆍ원ㆍ명ㆍ청을 거치며 민간에 널리 유행하면서 여조(呂祖) 난단도교(鸞壇道敎)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데 있다. 그 신앙이 여조(呂祖) 강계신앙(降乩信仰)이며,26) ‘내정’을 실은 『전팔품선경』 등의 저서들을 모아 『여조전서』가 편찬된 것도 이 신앙 때문에 가능했다. 이 역시 여동빈과 대순진리회 사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접점이다.

강계신앙의 강계(降乩)란 부계(扶乩), 부란(扶鸞), 부기(扶箕), 기선(箕仙), 강필(降筆)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것은 강신술(降神術)의 일종으로서, 복숭아나무(혹은 버드나무) 가지로 만든 Y자(혹은 T자) 모양의 붓[계필(乩筆) 혹은 난필(鸞筆)이라 한다]을 모래판[沙盤] 위에 두고, 특정한 신을 부르면 그 신이 내려와 붓을 움직여 문자 혹은 그림을 그림으로써 특정한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이다.27) 흔히 이 강신술은 중국의 대표적인 측간 귀신[廁神] 자고(紫姑)로부터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28) 자고는 원래 산서성 지사의 첩이었는데 본처의 질투를 받아 정월 15일에 변소에서 살해를 당했으며, 천제는 이를 불쌍히 여겨 자고를 측신으로 삼았고, 이로부터 중국에는 5~6세기 남조(南朝)부터 정월 보름이 되면 여성들이 측간에 자고의 인형을 만들어놓고 그를 불러내 점을 치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29) 명청대 지식인들은 이 풍습의 자고 인형을 계필(乩筆)로 바꾸고, 그 붓에 자고를 비롯한 여러 신이 내려오게 하여 붓을 움직이도록 유도함으로써 계시[乩語]를 받는 방식으로 비밀스러운 지식을 쌓았다.30)

이런 강신술은 중국 광동성과 복건성, 대만 등지에서 지금도 성행하고 있다.31) 세계 곳곳에는 이와 유사한 강신술이 여럿 존재한다. 조선 후기의 이규경(李圭景, 1788~?)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붓이 신을 받아 저절로 움직여 그림이나 글씨를 써내는 필점(筆占)에 대해 적은 바 있고,32) 민속에도 강신을 통해 점을 치는 ‘춘향이놀이(춘향각시놀이)’33)란 것이 있었다. 현대 일본과 한국 청소년들 사이에 잘 알려진 ‘분신사바’34)와 ‘여우창문(狐の窓)’35), ‘손님대접’36), ‘구석놀이’37), 그리고 유럽 집시들과 미국에서 유행했던 심령 대화술 ‘위저 보드(Ouija Board)’38),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 있는 ‘찰리찰리 챌린지(Charlie Charlie challenge)’39)도 강계와 유사한 강신술의 일종이다.

중국에서 강계는 명ㆍ청을 거치면서 종교단체를 구성하여 하나의 신앙으로 발전한다는 데에 중요한 특징이 있다. 원래 중국의 강계는 자고가 내림하여 비밀스러운 사실을 알려주는 형태였으나, 명말 청초부터 몇몇 중국 지식인들은 자고 외의 다른 신이나 신선들의 강림을 유도하여 가르침을 받았다. 이 현상을 ‘수경천교(垂經闡敎)’ 또는 ‘비란행화(飛鸞行化)’라고 부른다. 이럴 때는 대개 그 강림하는 신이나 신선을 숭상하는 신앙공동체가 결성되곤 했다. 그 단체를 계단(乩壇), 난단(鸞壇), 선당(善堂)이라고 하며, 근현대 중국에 교세를 확장했던 일관도(一貫道), 동선사(同善社) 등도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대개 난단도교(鸞壇道敎)로 알려져 있다.40)

명말 청초에 강계를 통해 초청된 신선들 가운데 한 명은 여동빈이었다. 그를 신앙하는 일단의 지식인들은 강계로써 그를 초청하여 가르침을 받고 경전을 만들었다. 이로써 여동빈이 강계로써 가르침을 전했다고 하는 경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 경전들은 여동빈이 비란강시(飛鸞降示)로써 중생을 제도한다는 신앙, 즉 여동빈 강계신앙을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41)

‘내정’이라는 용어를 실은 『전팔품선경』은 이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전팔품선경』은 여동빈이 난단의 계필에 내림하여 계시로써 전해주는 방법인 강계로 전한 경전인 것이다. 대순진리회의 원로 임원들은 ‘내정’의 출전이 종조의 ‘계서’라고 하였고 그 계서란 ‘戒書’라고 하였는데, 실은 강계 혹은 부계로 전해진 서적이라는 의미에서 戒書가 아니라 ‘乩書’가 아니었나 싶다. 강계나 부계는 부란(扶鸞)으로도 불리기 때문에 계서(乩書)는 난서(鸞書)라고도 불린다. 여동빈의 계서(혹은 난서)들에는 여동빈 즉 여조만 등장하는 게 아니라 그 스승인 종조도 같이 출현하여 가르침을 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므로 대순진리회의 원로 임원들이 ‘여동빈을 신선으로 만든 종조의 계서’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게 아닌가 한다.

2) 『전팔품선경』과 『여조전서』의 간행ㆍ유포 경위

『전팔품선경』과 『여조전서』는 어떻게 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가? 『전팔품선경』의 「합각팔품선경원서(合刻八品仙經原序)」에 의하면,42) 명나라 말기인 만력 17년(1589)부터 천계(天啓) 6년(1626) 사이에, 중국 광릉(廣陵)의 만점(萬店) 집선루(集仙樓)43)에서 여동빈을 신앙하는 사람들이 모여 부계(강계)를 통해 여동빈으로부터 「태극화육 품제일(太極化育品第一)」과 「오행단효 품제이(五行端孝品第二)」를 받았다고 한다. ‘내정’은 이 두 계서 가운데 「오행단효 품제이」에 실려 있다. 그러니까 ‘내정’이라는 용어는 1589년부터 1626년 사이에 광릉 만점 집선루에서 여동빈의 계시로 출현했다는 뜻이다.

또 금릉(金陵, 난징) 지역에서 「성제도인 품제삼(誠悌導引品第三)」과 「정충시교 품제사(正忠示教品第四)」, 비릉(毘陵, 강소성 창저우시[常州市]) 지역에서 「신보달도 품제오(信寶達道品第五)」, 신주(信州, 강서성 상라오시[上饒市]) 지역에서 「보정고명 품제육(保精固命品第六)」과 「기합현원 품제칠(氣合伭元品第七)」, 임강(臨江, 강서성 린지앙진[臨江鎭]) 지역에서 「신화무위 품제팔(神化無爲品第八)」이 여조 신앙인들에 의해 각각 계서로 저술되었다. 이러한 8종의 계서는 순서가 없는 것이었으나, 여조 신앙인들은 그 계서들에 1품에서 8품까지 순서를 달아서 하나로 모았고, 그 묶음집을 『태상여조개천황극증진합벽동묘선경(太上呂祖開天皇極證眞闔闢洞妙仙經)』이라고 불렀다. 이를 간단히 줄여서 『팔품선경』(혹은 『팔품경』)이라고 한다. 이 합본이 완성된 시기는 1626년 이후부터 1700년대 초기 사이다.44)

그런데 또 다른 여조 신앙인인 서태극(徐太極)이 『팔품선경』을 『전팔품선경(前八品仙經)』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임강 지역에서 강필로 받았던 『여조부우연정경화선설수선증진환단비묘선경(呂祖孚佑演正警化宣說修仙證眞還丹祕妙仙經)』이라는 긴 이름의 경전을 『후팔품선경(後八品仙經)』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45) 『후팔품선경』은 진위 논란에 휩싸여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차차 그 가치를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지금은 처음의 합본집인 『팔품선경』을 『전팔품선경』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이 외에도 또 다른 지역의 여조 신앙인들이 여동빈의 계서를 더 만들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의 작업이 청나라 강희 18년(1679)을 전후로 한 시기부터 강희 41년(1702) 사이에 호북성 강하현[江夏縣城, 武漢市 武昌區] 함삼궁(涵三宮, 또는 涵三壇, 涵三道院이라고도 함)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46) 이들이 강필로 받은 계서가 『함삼어록(涵三語錄)』이었고, 이 서적에 도전이 여동빈을 인용하여 훈시했던 ‘신병가약(身病可藥) 심병난의(心病難醫)’가 실려 있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명대 후기부터 청대 사이에는 여동빈을 신앙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강필로 여조의 가르침을 담은 도교 경전들을 만들고 있었다. 18세기에 접어들자, 여동빈을 흠모하고 있던 유체서(劉體恕)란 사람이 등장하여 광릉 만점의 집선루와 강하의 함삼궁을 비롯하여 호북 무창(武昌)의 옥황각(玉皇閣), 소주(蘇州)의 옥단(玉壇), 호주(湖州)의 운소정사(雲巢精舍)와 운이초당(雲怡草堂), 송강(松江)의 옥청단(玉清壇) 등지의 여조를 신앙하는 도교 단체[呂祖乩壇]를 두루 방문하여 계서들을 휘집(彙集)하고, 또 옛날부터 전해오고 있던 여동빈의 일부 서적까지 추가하여 건륭 9년인 1744년에 32권 본의 『여조전서』를 처음으로 간행하였다.47) 실제 출판은 여기에 불교 서적인 『선종정지(禪宗正指)』가 부록으로 1권 추가된 33권 본 형태였다. 『여조전서』의 출판에 참여한 이들은 유서체 외에도 황성서(黃誠恕), 유윤성(劉允誠), 유음성(劉蔭誠) 등이었는데, 이들은 여동빈을 신앙하는 유가의 지식인들이었다.48)

유체서 등에 의해 1744년에 처음 간행된 『여조전서』는 1775년에는 64권 본으로 그 분량이 늘어나 재간행되었다. 그 후에는 다시 18권 본의 『여조전서종정(呂祖全書宗正)』이라는 이름으로 소주 지역에서 세 번째로 발행되었다가(간행년 미상), 가경 8년(1803)에 북경의 여조신앙 난단도교 교단인 각원단(覺源壇)의 장여포(蔣予蒲, 1756~1819)가 16권 본으로 해서 동명(同名)의 『여조전서정종(呂祖全書正宗)』을 또 간행하였다.49) 김윤수는 장여포의 16권 본 『여조전서정종』이 간행된 시기가 1803년이 아니라 1801년이며, 서적의 이름도 『여조전서종정집성(呂祖全書宗正集成)』이라고 말한다.50)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1744년 최초 발간 이후 『여조전서』는 단독으로 혹은 총서(叢書)에 흡수된 상태로 여러 차례 간행된 것은 분명하다. 지금도 『여조전서』는 1744년의 32권 본, 1775년의 64권 본, 36책의 『장외도서(藏外道書)』 가운데 7책에 들어가 있는 형태(32권 본), 20책의 『중화속도장(中華續道藏)』(1982) 가운데 19번째(32권 본)와 20번째 책(64권 본)에 들어가 있는 형태51) 등 여러 가지가 전해지고 있다.

『여조전서』는 일부가 발췌되고 다른 경들과 뒤섞여 출판되기도 했다. 함풍 원년(1851)에 간행된 『여조휘집(呂祖彙集)』이 하나의 사례인데, 이 문헌의 권7과 권8은 ‘내정’의 전거인 『전팔품선경』이고, 권29는 ‘신병가약 심병난의’의 출전인 『함삼어록』이다.

『여조전서』를 기본으로 한 여동빈 서적 모음집 출판은 한국에서도 이루어졌다. 고종 연간에 서울을 중심으로 강계로써 경전을 만들어 활동했던 무상단(無相壇)52)의 도사 청련자(淸蓮子) 유운(劉雲, 1821~1886)53)이 1881년에 32권 본의 『여조전서』 일부와 도교 자료들을 편집하여 8권 분량의 『중향집(衆香集)』54)을 간행하였던 것이 그 한 사례다. 『중향집』의 권3에는 ‘내정’의 전거 『팔품경』(『여조전서』의 『전팔품전경』)이, 권5에는 ‘신병가약 심병난의’의 전거 『함삼어록』이 수록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순진리회의 내정 명칭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문헌에는 ‘用法求道 求道不亂 以道求仙 仙亦甚易’라는 문구를 실은 「논진선 제일」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여조휘집』과 『중향집』에는 이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두 문헌은 대순진리회의 원로 임원들이 언급했던 서적들이 아니다. 이 문구를 포함하면서 ‘내정’의 출전 『전팔품선경』, 그리고 ‘신병가약 심병난의’의 출전 『함삼어록』을 동시에 수록한 문헌은 오직 『여조전서』뿐이다. 대순진리회의 내정 명칭과 관련이 되는 문헌을 『여조전서』로만 보아야 하는 이유다. 다만 『여조전서』라도 출판 형태가 다양하여, 어떤 판본으로 언제 출판된 『여조전서』가 직접적인 전거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필자가 보기에는 중국 도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인정받고 영향력이 큰 『여조전서』는 1744년에 처음으로 간행된 32권 본이라는 점,55) 중국에도 64권 본보다 32권 본의 출판이 더 많았다는 점, 국내 유통 고서를 수집ㆍ보관하는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인 국립중앙도서관과 규장각에 소장된 『여조전서』 3종 가운데 2종이 32권 본이라는 점56)을 감안하면, 대순진리회의 내정과 관련이 있는 문헌은 32권 본의 『여조전서』일 가능성이 높다.

2. 『여조전서』의 『전팔품선경』이 전하는 ‘내정’ 맥락
1) 「오행단효」와 오언절구의 주문(呪文)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여조전서』 가운데 『전팔품선경』이 있었고, 『전팔품선경』 속의 「오행단효 품제이」에는 ‘내정’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전팔품선경』은 인간이 내단(內丹) 수련을 통해 신선이 되는 과정을 8개의 단계[八品]로 설명한 것이다. 그 두 번째 단계[二品]는 오행단효(五行端孝)를 설명한 「오행단효 품제이」다. ‘단효(端孝)’란 예의(禮儀) 바른 효행(孝行)을 뜻하고, ‘오행단효’란 인체 내에서 수화를 포함하는 오행의 움직임을 단련하여 단(丹)을 만들 때는 반드시 먼저 효를 행해야만 함을 의미한다.

「오행단효 품제이」 속에 들어있는 ‘내정’의 문맥을 파악하려면, 그 전체 내용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글의 분량 문제를 고려하여 「오행단효 품제이」의 전체 원문과 해석은 부록으로 옮기고, 여기에서는 줄거리만 풀어본다: ‘(여동빈이 말하기를) “나는 도를 구한 끝에 드디어 신선이 되어 백성을 구제하며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하늘로부터 눈먼 중생을 제도하라는 명을 받게 되었다. 기(氣)를 보존하고 정(精)을 기르고 신(神)을 지켜 진(眞)을 깨쳐야 신선의 세계에 올라가건만, 그러나 여기에 관심이 있는 중생이 얼마나 되랴! 그래도 중생을 위해 그 방법을 알려주리니, 무릇 허망함에 빠지지 말고 명(命, 腎, 水)과 성(性, 乾)을 구하고 정기신(精氣神)을 굳건히 단련하라. 원기(元氣)가 나뉘어 양의(兩儀)가 되고 이로부터 모든 변화가 일어나니, 오행도 거기에서 나온 것이다. 오행은 곧 성(性)ㆍ정(情)ㆍ기(氣)ㆍ신(神)이고, 그 변화의 도는 수화(水火)의 변화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몸 안의 수화(水火)를 연단(鍊丹)하여 성(性)과 정(情)을 다스리면 기(氣)와 신(神)을 얻는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신선이 되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인도(人道)를 실천해야만 한다. 어버이는 거북과 뱀이 서로 휘감듯 둘러[龜蛇盤旋] 포태(胞胎)하여 나의 육신을 낳아 기르고 성(性)과 정(情)을 건네준 분들이니 건곤(乾坤)과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마땅히 먼저 어버이를 공경하고 그 은혜에 보답해야만 한다. 몸 안의 수화(水火) 두 기운을 순환시켜 인체의 오행을 단련하기에 앞서, 먼저 효를 으뜸으로 삼아야 한다[五行端孝]. 그렇지 않다면 뇌부(雷府)로부터 벼락을 내리는 형벌이 있을 것이다. 이제 중생들은 유불도 삼교(三敎)의 법이 서로 다른 게 아님을 깨닫고, 내가 전하는 수련법을 지극히 하여 장생(長生)을 이루도록 하라.” 여동빈은 이와 같은 말을 마치고 나서 오언절구(五言絶句)로 된 주문[咒=呪]을 낭랑히 읊고 수레에 몸을 실어 하늘로 올라갔다’.

‘내정’은 여동빈이 가르침을 준 뒤에 하늘로 오르기 직전 읊었던 오언절구의 주문 속에 있다.

即說咒曰, 北一天地精, 普化於萬靈, 乾坤能轉軸, 龍虎潛眞蹤, 六魔以消盪, 三元景燦明, 烏兎結中谷, 龜蛇盤內庭, 遊行超宇宙, 掌握回死生, 驅掣雷電光, 鬼怪悉潛形, 敢有違逆者, 劈體如纖塵, 慧光所照處, 災厄悉和平, 敬受而誦讀, 名奏於天宮.

그러고는 곧 주문을 읊었다. “북일(北一)은 천지의 정수여서 온갖 영(靈)들이 두루 화(化)하도록 한다. 건곤은 능히 축(굴대)을 돌리니, 용호(龍虎)는 참된 종적[眞蹤]에 잠겨 드는구나. 육마(六魔)는 그로써 소탕되어 삼원(三元)57)의 경관이 찬란하도다. 까마귀와 토끼[烏兎]는 가운데 골짜기[中谷]에서 모이고, 거북과 뱀[龜蛇]은 내정(內庭)에서 휘감는다. (이들이) 움직이고 나아감은 우주를 뛰어넘는 것이요, (이들이) 손에 쥔 것은 죽음과 삶을 돌리는 것이다. (이들이) 몰아서 끌어당기는 것은 번갯불이니, 귀신과 요괴는 모두 숨어버리게 된다. 감히 (귀신과 요괴가) 거역한다면 몸을 쪼개어버리기를 산산이 부서진 티끌처럼 하리라. 지혜의 빛이 이르는 곳마다 재앙은 사라지고 모두가 다 화평해지리라. 공손히 받들어 읊어 읽으니, 이름이 하늘의 궁궐에 도달하는 도다.”

이것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필 수 있다. 첫째 부분은 ‘北一天地精, 普化於萬靈’이다. 북일(北一)은 북두칠성일 수도 있지만, 이 문맥에서는 만물의 근원이 되는 북방의 일(一), 혹은 태일(太一)의 천존이 거주하는 자미원의 중심 북극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북일로부터 이(二)가 나오고 삼(三)이 나와 만물이 자라나니58) 온갖 영(靈)들이 화함을 얻는다는 것이 첫째 부분의 내용이다.

둘째 부분은 ‘乾坤能轉軸, 龍虎潛眞蹤, 六魔以消盪, 三元景燦明, 烏兎結中谷, 龜蛇盤內庭’이다. 위 인용문의 해석을 표면적으로 볼 때, 이 구절은 신령한 동물들인 용과 호랑이[龍虎]가 웅장한 발걸음을 뽐내면서 마(魔)들을 쫓아내고, 까마귀와 토끼[烏兎]는 가운데 골짜기[中谷]에서, 거북과 뱀[龜蛇]은 안뜰[內庭]에서 자리를 잡은 모습을 나타낸다. 그러나 『전팔품선경』에서 이 신수(神獸)들은 천상의 궁궐을 지키는 존재라기보다는 내단 수련의 상징물로 묘사되는 존재들이다. 중곡이나 내정 역시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음양ㆍ심신(心神)ㆍ일월ㆍ수화의 어울림이라는 수화교구(水火交媾)의 경지나 상태를 상징한다. 즉, 내단술을 표현한 것이 둘째 부분의 내용이다.

셋째 부분은 ‘遊行超宇宙, 掌握回死生, 驅掣雷電光, 鬼怪悉潛形, 敢有違逆者, 劈體如纖塵, 慧光所照處, 災厄悉和平, 敬受而誦讀, 名奏於天宮’이다. 이 내용은 용호ㆍ오토ㆍ구사가 이리저리 다니면서 우주를 뛰어넘고 생사를 주관하니 귀신과 요괴가 사라지고 재앙이 없어진다는 것이니, 곧 수화교구의 내단술을 통하여 각종 마를 물리치고 신선으로 화함을 상징한다.

우리의 관심은 ‘내정’의 내용과 맥락을 파악하는 데 있으므로, 이 세 부분 가운데 둘째에 집중해야 한다. 다음 절에서 이를 들여다보자.

2) 수화교구(水火交媾)와 내정(內庭)

도교의 수행은 신선이 됨을 목표로 하는데, 여기에는 외단(外丹) 즉 불사의 약[丹藥]을 먹는 방법과 내단(內丹) 즉 인체의 기를 단련하여 몸 안에서 스스로 단(丹)을 만드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외단법에서 단약은 납과 수은을 주요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잘못 만들고 잘못 복용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로 당태종을 비롯한 많은 황제와 지식인들이 단약을 먹고 수은 중독으로 사망하였다.59) 이런 부작용으로 인하여 당 후기부터 송대로 넘어가면서 도교의 수행은 내단법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그 시기는 여동빈이 수행하여 신선이 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때와 일치하는데, 전술한 대로 여동빈은 종리권과 더불어 내단의 이론적 기초를 확립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를 짧게 살펴보자면, 종리권과 여동빈은 인체의 심장을 화(火)로, 신장을 수(水)로 간주하고, 그 두 개의 화기(火氣)와 수기(水氣)가 왕복하고 사귀어야 장생을 이룬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심(心)은 리(離: ☲)ㆍ양룡(陽龍)ㆍ주사(朱砂), 신(神)은 감(坎: ☵)ㆍ음호(陰虎)ㆍ연(鉛: 납)이라고 한다.60) 용(龍: 靑龍)은 동방 목에 해당하는데 목은 화를 생하므로 인체 내의 용은 화(火)를 상징한다. 마찬가지로 호(虎: 白虎)는 서방 금에 해당하는데 금은 수를 생하므로 인체 내의 호는 수(水)를 상징한다.61) 이런 이유로 내단학에서 용호(龍虎)는 인체 내의 수화(水火)를 의미하고, 이 두 기를 뽑아내 돌리며 형(形)ㆍ기(氣)ㆍ신(神)을 차례로 단련하고 도(道)와 합하면 도를 이룬다[道成]고 한다. 이를 위해 종리권과 여동빈은 심신(心神)과 수화(水火)가 교구(交媾: 서로 어울림)하는 원리를 비롯한 여러 기초 이론을 고안해내었다.62)

앞 절 인용문에서 보듯이 용호(龍虎)에 뒤이어 등장한 오토(烏兎)가 모이는 곳이 ‘중곡’이고, 구사(龜蛇)가 휘감는 장소가 ‘내정’이다. 그러나 ‘중곡’과 ‘내정’은 인체 내의 특정 부위나 위치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 속에서 수화를 단련함으로써 내단을 이루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먼저 ‘오토결중곡(烏兎結中谷)’을 살펴보자. 오토(烏兎)는 일월(日月)인 음양을 상징한다.63) 즉 까마귀[烏]는 일(日) 속에 감추어진 음(陰)이며[日中之陰] 혼(魂)이고[日魂玉兔脂], 토끼[兎]는 월(月) 속에 감추어진 양(陽)이며[月中之陽] 백(魄)이다[月魄金烏髓]. 그러므로 까마귀와 토끼[烏兎]가 한 데 자리를 잡아 어울리면 혼백을 능히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64) 이것을 표현한 말이 바로 ‘까마귀와 토끼는 가운데 골짜기에서 모인다[烏兎結中谷]’는 것이다. 그러니까 가운데 골짜기인 중곡은 일월인 음양이 모여 합해짐, 곧 음양합덕(陰陽合德)을 상징한다.

대순진리회에서 중곡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것은 도전 박우당이 부산 감천의 태극도장을 떠나 서울에 새로운 도장을 건립한 장소의 이름도 ‘중곡(中谷)’이라는 것이다. 그 새로운 도장은 용마산 배꼽바위 밑에 자리를 잡았으며 지금은 중곡도장(中谷道場)으로 불린다. 풍수로 보면 중곡도장은 여인이 아이를 낳는 은밀한 곳[中谷]의 형상을 한 터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중곡도장 바로 위에 배꼽바위가 있다), 음양론에서 여인은 음에 해당하므로 그 터도 음의 기운을 갖는 것으로 본다. 주변의 지세는 신령스러운 말이 음의 터를 감싸 안는 형국이고, 말[午]은 양(陽)을 상징한다. 따라서 음(陰)인 중곡을 양(陽)인 말이 껴안고 어린 생명을 뱃속에 품고 있는 모양의 길한 땅으로 이해된다.65) 이것을 용마포태혈(龍馬胞胎穴)이라고 부르고,66) 이러한 곳에 자리를 잡으면 새로운 인재들이 무수하게 출현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문무를 겸비한 관원들이 끊임이 없이 나오고, 나라에 큰 공을 세워 부귀공명을 얻는 자손들이 많이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다.67) 이처럼 중곡도장은 풍수로 볼 때 음과 양이 결합된 형국 위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것은 여동빈이 음양이 결합하는 상징을 ‘중곡’이라고 말한 것[烏兎結中谷]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다음으로 ‘구사반내정(龜蛇盤內庭)’을 살펴보자. 구(龜) 거북은 수를, 사(蛇) 뱀은 화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거북과 뱀이 합친다[龜蛇合體]는 것은 수와 화가 사귐으로써[水火交媾] 하나가 됨을 의미한다.68) 구사만이 아니라 용호도 수화를 상징한다. 『여조전서』에는 수화를 상징하는 용호와 구사가 동시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여러 곳에서 보이는데, 그 가운데 몇 개만 언급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주는 황아(黃芽: 鉛의 정화로서 금단을 이루게 할 재료)를 낳고, 화로는 단사(丹砂: 汞)를 만든다. 음양은 오채(五彩: 오행)를 불리고, 수화(水火)는 삼화(三花: 精氣神)를 제련한다[水火煉三花]. 솥 안에 龍이 虎를 내려오게 하고, 항아리 안에 龜가 蛇를 풀어놓는다[鼎內龍降虎, 壺中龜遣蛇]. 공이 이루어지면 속세를 벗어나게 되니, 자연히 즐거운 연하(煙霞: 신선 세계)가 있게 된다.69)

하늘은 원기(元氣)를 낳아 삼재(三才: 陰ㆍ陽ㆍ中和)로 변하니, 음양이 교감하여 성태(聖胎: 金丹)를 맺는다. 龍虎가 순행하니 음귀(陰鬼: 불사를 방해하는 陰)가 나가고, 龜蛇가 역행하니 화신(火神: 장생을 이루는 純陽)이 온다. 영아(嬰兒: 金丹)는 날마다 취해지는 것으로 황파(黃婆: 精氣 운행을 다스리는 意念)의 정수이고, 타녀(奼女: 정제된 수은)는 때때로 거두어지는 것으로 백옥(白玉: 純陽)의 잔이라. (수련을) 성공하면 자연히 신선 세계에 머물게 되는데, (이것을 모르는) 인간들은 추위와 더위에 시달리며 윤회하며 산다.70)

소위 성(性)이라는 것은 목이며 홍(汞: 수은)이며 神이며 화이며 龍이며 蛇이다. 소위 정(情)이라는 것은 금이며 연(鉛: 납)이며 精이며 수이며 虎이며 龜이다. 비유해서 말하겠다. 神이 精을 돌리니 精은 氣로 변한다. 금으로 목을 다스리니 목이 재(材)가 된다. 龍을 휘몰아 虎를 쫓으니, 龍虎가 서로 사귄다. 이로써 心이 身을 감싸 안으니, 心身이 합쳐서 크게 평안해진다. 이로써 情은 性으로 돌아오고, 性情은 화합하여 편안해진다. 이로써 鉛은 汞으로 돌아오고 鉛汞은 친밀해져 떨어지지 않는다. 이로써 龜는 蛇와 이어져 龜蛇가 휘감아 두른다[龜蛇盤旋].71)

용호와 구사가 모두 수화를 상징하지만, 대개 내단술에서 용호는 인체 내의 수화가 서로 화합하여 들어가는 진입 과정과 그 이후의 단계를 지칭하고, 구사는 수화의 화합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어 완성된 단계를 지칭한다는 데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여동빈이 말한 ‘구사반내정(龜蛇盤內庭: 구사가 내정에서 휘감는다)’은 내단학에서 구사로 상징되는 인체 내의 수화가 만남을 이룬 모습 혹은 그 경지를 ‘내정’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동빈은 까마귀와 토끼의 만남[烏兎結]인 음양의 만남을 ‘가운데 골짜기[中谷]’이라고 한 데 대비하여, 거북과 뱀의 만남[龜蛇盤]을 ‘안뜰, 안쪽 정원[內庭]’으로 읊었다. 음양과 만남과 수화의 만남은 다른 게 아니기 때문에, 중곡[가운데 골짜기]과 ‘내정[안뜰]’은 상징적 의미로서 동일하게 이해할 수 있다.

안뜰인 ‘내정’이 구사합체(龜蛇合體)의 수화교구이므로, 이것은 여동빈이 말한 현관(玄關=玄牝)이나 장백단(張伯端)이 말한 신기혈(神氣穴)과 상응한다. 현관과 신기혈은 신선이 되기 위해 감리(坎離), 즉 수화의 정기를 인체 내에서 반드시 만나게 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들은 인체 내의 특정한 부위를 가리킨다기보다는 수화교구 자체를 상징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72)

현관과 신기혈 외에, 단을 단련하는 단전(丹田) 역시 수화교구를 나타낸다.73) 단전에는 세 가지가 있다. 내단학은 이것을 인간의 몸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첫째는 머리 부분(혹은 양미간)의 상단전(上丹田)으로서 뇌를 의미한다. 이 속에는 높은 산봉우리가 있고 그 한가운데 호수가 있으며, 호수 속에는 9개의 방[九宮]을 가진 궁궐이 있고 거기에 니환구진(泥丸九眞)이라는 아홉 진인(眞人)이 산다고 한다. 둘째는 가슴 부위인 중단전(中丹田)으로서 그 속에는 일월(두 가슴)이 걸려있고, 일월 사이에 구름(폐)이 덮여 있으며, 그 구름 밑에 붉은 궁전(심장)이 하나 놓여 있고, 궁전 앞에는 황정(黃庭: 비장)이 있어 여러 의례가 이루어지며, 황정에서 나가면 큰 창고(위장)가 하나 놓여 있고, 그 너머로 숲(간장)이 있다고 한다. 셋째는 배꼽 아래인 하단전(下丹田)으로서 그 속에는 역시 일월(신장)이 걸려있고 그 주변은 기해(氣海)라고 불리는 어마어마한 기의 바다가 펼쳐져 있으며, 그 안에서 거북[龜]이 유유히 헤엄친다. 바다 한가운데는 곤륜산(배꼽)이 솟아 있으며 그 끝은 명문(命門)으로서 생기의 근원이자 생명이 들어오는 문이다.74) 그러니까 여동빈의 ‘내정’은 현관 및 신기혈과 아울러 이러한 세 개의 단전까지 동시에 상징하고 있다.

이것은 대순진리회의 단전과 비교될 수 있다. 『대순진리회요람』에 의하면, 수도(修道)는 마음과 몸을 침착(沈着)하고 잠심(潛心)하여 상제를 가까이 모시고 있는 정신(精神)을 모아서 단전(丹田)에 연마하여, 영통(靈通)의 통일을 목적으로, 공경하고 정성을 다하는 일념(一念)을 스스로 생각하여 끊임없이 잊지 않고 지성으로 봉축(奉祝)하며, 정해진 주문을 봉송하는 것이다.75) 즉, 대순진리회에서 단전은 신앙의 대상인 구천상제를 영시(永侍)하는 정신을 모으고 연마하는 곳이다. 여동빈의 ‘내정’은 단전으로서 수도를 상징하고, 대순진리회의 단전도 수도를 상징하지만, 대순진리회의 경우 최고 존신인 상제에 대한 신앙이 극도로 강조되고 있다는 데에서 일정한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기술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Ⅳ. 닫는 글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에서 줄거리를 순서대로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1) 명말 청초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백성을 구제하고 신선술을 가르쳐준다는 여동빈을 신앙하던 일단의 유가 지식인들이 강계(降乩) 또는 부계(扶乩)로 불리는 강신술로써 여동빈을 응하게 하여 가르침을 받고, 그것을 경전으로 만들고 있었다.

2) 대략 1589년부터 1626년 사이에, 중국 광릉(廣陵) 만점(萬店)의 집선루(集仙樓)에서 여동빈을 신앙하는 사람들이 여동빈으로부터 ‘오토결중곡(烏兎結中谷) 구사반내정(龜蛇盤內庭)’이라는 문구가 든 경전을 강계로써 받아 「오행단효(五行端孝)」라고 이름하였다. ‘龜蛇盤內庭’은 구사(龜蛇: 水火의 상징)가 내정에 얽혀있다[盤內庭]는 뜻으로서, 수화(水火)의 교구(交媾)로써 신선의 자리에 오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그 내단 수련은 나에게 육체와 성정(性情)을 갖추게 해 준 부모에게 효를 극진히 할 때 가능하다고 한다. 구사의 얽힘[龜蛇合體]을 통해 수화의 만남과 그 경지를 상징하는 내정은 신선으로 화(化)하는 모습과 그 경지, 현관, 신기혈, 단전(丹田) 등과 두루 연관되는 용어다.

3) 1626년에서 1700년대 초기 사이에 「오행단효」과 더불어 총 8개의 여동빈 경전들이 하나로 묶여 1품에서 8품까지 순번을 지정받았고, 그 합본은 『팔품선경』(혹은 『팔품경』)이라고 불렸다. 「오행단효」는 『팔품선경』에서 두 번째인 2품의 목차를 차지하였다.

4) 서태극이 여동빈의 다른 계서를 『후팔품선경(後八品仙經)』으로 채택하면서 원래의 『팔품선경』은 『전팔품선경』으로 명칭이 바뀌게 된다.

5) 1679년에서 1702년 사이에 호북성 강하현[江夏縣城]의 함삼궁(涵三宮)에서 여동빈으로부터 강계로써 ‘신병가약(身病可藥) 심병난의(心病難醫)’를 포함하는 가르침을 받았으니, 이를 경전으로 만든 것이 『함삼어록(涵三語錄)』이었다.

6) 1744년에 유체서(劉體恕)는 여동빈을 신앙하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 『전팔품선경』, 『후팔품선경』, 『함삼어록』 등 여동빈의 여러 계서 경전들을 묶어 간행하였으니, 그것이 32권 본의 『여조전서』였다. 여기에는 ‘烏兎結中谷 龜蛇盤內庭’을 수록한 「오행단효」(『전팔품선경』의 두 번째 목차), 그리고 ‘身病可藥 心病難醫’를 수록한 『함삼어록』이 포함되었다.

7) 그로부터 『여조전서』는 명칭과 판본이 일부 바뀌면서 다양한 형태로 출판되었고, 그 가운데 하나의 판본이 한국에 유입되어 대순진리회에 영향을 주었다.

핵심만 요약하자면, 대순진리회 내부에서 내정의 전거라고 구전으로 전해지는 문헌은 실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헌은 여동빈이 강신하여 강계를 통해 가르침을 전한 난서(鸞書) 혹은 계서(乩書)인 『여조전서』의 『전팔품선경』 「오행단효」이며, 그 바탕에는 여동빈이 백성을 구제하고 신선술을 가르쳐준다는 여조신앙과 비란행화(飛鸞行化)의 난단도교, 효행을 강조하는 인도사상(人道思想), 그리고 수화 교구의 내단술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물론, 대순진리회에서 도전이 기거하는 건물인 내정이 여동빈의 내단학 맥락을 담은 ‘내정’과 완전히 합치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순진리회의 내정과 여동빈의 ‘내정’ 사이에 접점은 있다고 본다. 그것은 여동빈의 백성 구제 서원이 포덕천하와 구제창생이라는 대순진리회의 이념과 어울린다는 점, 수화 교구로써 신선 등극을 상징하는 용어가 여동빈의 ‘내정’이었다는 것은 대순진리회의 목적 가운데 하나인 지상신선(地上神仙) 실현76)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 여동빈이 효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온 게 ‘내정’인데 대순진리회도 효 윤리를 인도(人道)이면서 동시에 수행론과 구원론의 중대한 요소인 것으로 강조한다는 점77) 등일 것이다.

이 글은 내정의 전거와 맥락을 설명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다. 내정의 원래 맥락이 여조신앙과 난단도교 그리고 효행 강조와 내단술이라면, 여동빈의 효와 대순진리회의 효는 어떻게 같고 다른지, 여동빈의 수화 교구 및 정기신 단련은 대순진리회의 주문 봉송과 구체적으로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지, 『중향집』을 간행ㆍ유포하는 등 여조신앙 전파에 적극적이었던 조선 후기 민간 도교(이를테면 무상단)가 대순진리회와 혹 어떤 접점을 가진 것은 아닌지 등을 기술하는 것 등이 이 글 뒤에 쌓여있는 숙제들이다.

Appendices

부 록

【五行端孝品第二】78)

爾時純陽呂眞人曰. 吾因往昔, 心存於道, 隨形托化, 未嘗迷根昧性, 因不識其本源. 難逢至訣, 身世浮沉, 累受累修, 積功積德, 誓行孝弟忠義仁慈. 後遇東華帝君, 遂聞大道, 飛昇金闕, 證聖成眞, 憐諸苦惱, 遊行三界, 普濟群生.

이때 순양 여진인(여동빈)이 말하였다. 나는 예전에는 마음이 도에 있어서 형체를 따라 변화를 맡겼으나, 근본[本]을 모르고 성(性)에 어두워 그 본원(本源)을 알지 못했다. 지극한 비결을 만나기 어렵고 신세가 부침한 탓에, 수양을 쌓고 공덕을 쌓으면서 효제(孝弟)ㆍ충의(忠義)ㆍ인자(仁慈)를 행하기로 맹세하였다. 후에 동화제군(東華帝君)79)을 만나 드디어 큰 도를 듣고, 금궐로 날아올라 성(聖)을 얻고 진(眞)을 이루어, 온갖 고뇌를 가련히 여기고 삼계를 두루 다니며 널리 군생(群生)을 구제하였다.

近有天旨, 敕度業海盲聾. 但貪名逐利者多, 證聖修眞者少, 邈視輕人, 惟懷己勝, 性如狼虎, 噬毒尤加. 心口置於兩途, 機謀狥於萬種, 染欲者萬億, 惜命者幾何.

근래에 하늘의 뜻이 있었으니, 업보의 바다에 빠져 있는 눈먼 이와 귀먹은 이들을 제도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명성을 탐하고 이익을 좇는 자는 많고, 성(聖)을 얻고 진(眞)을 닦는 자는 적어서,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고 경시하며 오로지 자신이 이기는 것만 생각하니, 성품이 이리와 범과 같아 해독 끼치기가 더하다. 마음과 말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고, 임기응변의 책략[機謀]이 온갖 종류로 돌아가며, 욕심에 오염된 자가 억만 명이니, 명(命)을 소중히 여기는 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吾聞太上曰, 吾有三寶, 保而持之, 一曰慈, 二曰儉, 三曰不敢爲天下先. 故慈能勇, 以儉能廣, 不敢爲天下先, 而能以成其器.

나는 태상(太上: 노자)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나에게는 세 가지 보배가 있어 그것을 보존하고 간직하나니, 첫째는 자애요, 둘째는 검소요, 셋째는 감히 천하의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애로써 능히 용감할 수 있고, 검소함으로써 능히 넓게 펼칠 수 있고, 천하의 앞에 감히 나서지 않음으로써 능히 그 그릇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80)

所謂眞者, 虛心絕慮, 保氣養精, 應物而不存於物, 養虛而同體於虛, 情意了然. 厥修元始, 六關嚴守, 一息恒存, 氣神不竭, 神氣相溶, 伏其氣於臍下, 守其神於身中, 神氣孚合, 關捩開通. 爾口說道, 道居何處, 心不忘道, 道已得焉. 體聖賢心, 行聖賢事, 方爲道矣. 吾承恩命, 接引衆生, 慧照汝等, 尚不信受, 妄行智巧, 播弄奸頑, 掩詐雜眞, 眞難領悟, 隨逐浮生, 無有仁德. 吾體天地之心爲心, 但願群迷普修慈善, 冥心注神, 神與氣符, 伏膺元氣, 勿喪三般.

이른바 진(眞)이란 것은 마음을 비워 상념을 끊고 기(氣)를 보존해 정(精)을 기르며, 사물에 응하되 거기에 있지 않고, 허(虛)를 기르되 허(虛)와 동화하면 정(情)과 의(意)가 명백해진다. 근본을 그렇게 닦으면, 육관(六關: 문지기)이 엄히 지켜 잠시라도 항상 존재하고, 기(氣)와 신(神)이 마르지 않으며 신(神)과 기(氣)가 서로 어우러져, 배꼽 아래에 그 기(氣)를 감추고 몸 가운데 그 신(神)을 지키니, 신(神)과 기(氣)는 붙고 합하여 문의 빗장이 열려 통한다. 그대의 입으로 도를 말하면 어디든지 도가 있어 마음으로 도를 잊지 않게 되고, 도를 이미 얻었다면 성현의 마음을 체득하고 성현의 일을 실행해야 비로소 도가 된다. 나는 은혜로운 천명을 받들어 중생을 제도하며 지혜로 그대들을 비추었다. 그럼에도 믿고 받아들이지 않고, 지혜와 재주를 망령되이 행하며, 간사함과 악함을 널리 즐기고, 거짓을 숨기고 참됨을 어지럽혀, 참됨[眞]은 깨달아 알기 어렵고 덧없는 인생을 따라 좇으니 어진 덕이 있을 리 없다. 나는 천지의 마음을 체득하는 것을 나의 마음으로 삼으니, 단지 중생이 널리 선을 베풂을 닦고, 마음을 고요히 하여 사색하고 신(神)을 모아 신(神)과 기(氣)가 부합하고 원기(元氣)를 깊이 간직하고 삼반(三般: 精氣神)을 잃지 말기를 원할 뿐이다.

今爲衆生, 開演易理, 諭以前聖之訓, 譬曉玄微. 易包於道, 道包於易, 採而行之, 潛而修之, 默而守之, 勤而鍊之, 則神昇紫府, 位列仙班. 乾坤混合, 易象如斯, 一氣既判, 兩儀之源, 窮神知化. 周匝環綿, 知微知彰, 隱顯難言, 綿綿不絕. 光範太玄, 自矜不長, 惟退可全, 守道以訥. 任兌必愆, 致中抱一, 履和而謙, 以卑而積, 以柔而堅. 心動爲意, 意轉情牽, 情牽著妄, 妄引多愆. 夫人之情也, 見物如虎之逐, 人之意也. 見物如龍之纏, 動心不滅, 照心難圓. 命在於腎, 性屬於乾, 心凝爲神, 神靜爲性. 窮理盡性, 混茫無端, 神歸無爲, 煉煅三元, 視而不見, 聽而不諠, 言而無聲, 萬慮俱捐.

이제 중생을 위하여 역(易)의 이치를 펼쳐 말하겠으니, 이전 성인의 가르침으로써 타이르고 현미한 도리를 비유하여 깨닫게 하겠다. 역(易)은 도에 포함되고, 도는 역(易)에 포함되니, 그것을 채택하고 행하며, 깊이 하여 닦고, 고요히 지키며, 부지런히 단련한다면, 곧 신(神)이 신선의 세계[紫府]에 오르고, 지위가 신선의 반열에 이를 것이다. 건곤(乾坤)이 혼합하니 역(易)의 형상이 이와 같다. 일기(一氣: 元氣)가 이미 나뉜 것이 양의(兩儀)의 근원이니 신(神)을 궁구하면 변화를 알 수 있다. 널리 퍼지고 두루 이어지니 은미함을 알고 드러남을 안다. 그 은미함과 드러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면면히 끊어지지 않는다. 광범(光範: 빛나는 모습)81)과 태현(太玄: 大道의 元氣)82)은 스스로 자랑하면 오래 가지 못하고, 오로지 물러나야 가히 보전할 수 있으니, 어눌함으로써 도를 지킨다. 날카로움[兌]에 임하면 반드시 허물을 저지르니, 중(中)에 이르러 일(一)을 품고 화(和)를 행하여 겸손히 하고, 낮춤으로써 쌓고 부드러움으로써 견고히 한다. 마음이 동하여 뜻[意]이 되고, 뜻이 돌아서 정(情)이 끌리며, 정(情)이 끌려서 허망함에 얽매이고, 허망함에 얽매여서 허물이 많아진다. 무릇 사람의 정(情)이란 것은 물건 보기를 범이 달리는 것같이 하는 것이다. 사람의 뜻[意]이라는 것은 물건 보기를 용이 휘감는 것같이 하는 것이다. 마음을 움직여봐도 사라지지 않고 마음을 비춰봐도 원만해지기 어렵다. 명(命)은 신장[腎]에 있고 성(性)은 건(乾)에 속하니 마음이 뭉쳐 신(神)이 되고 신(神)이 가라앉아 성(性)이 된다. 이치를 궁구하고 성(性)을 다함에 아득하여 끝이 없으니 신(神)이 무위(無爲)로 돌아가고, 삼원(三元: 精氣神 혹은 三丹田)83)을 단련하니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드러나지 않고 말해도 소리가 없어 온갖 생각이 다 없어진다.

五行之道, 水火化焉. 水火相洽, 水火相兼, 火中有土, 水中有焰, 火既生土, 三姓以全, 以土制水, 水溢必旋, 導水濟火, 水火交歡. 金木合併, 氣神相連, 金情木性, 驅煉膠粘, 中宵漏永, 光透重簾, 溫和頤養, 升汞降鉛, 金浮木墜, 赤日當天, 火要水濟, 水賴火灸, 以柔制剛, 剛柔連綿, 煉成一塊, 非汞非鉛, 能升能降, 號曰胎仙. 運火煉藥, 神與炁纏, 以火喻神, 以氣喻藥, 以神合氣, 氣足神全. 河車之數, 運氣周天, 心息相依, 腹存自蠲. 戊土從坎, 進之陽火, 己土從離, 退之陰符, 進合與退, 含之太玄. 元海之竅, 循之泥丸, 五炁混合, 萬象朝天.

오행의 도는 수화(水火)가 화(化)하는 것이다. 수와 화는 서로 부합하고, 수와 화는 서로 아우르니, 화 가운데 토가 있고, 수 가운데 불꽃[火]이 있어, 화는 이미 토를 낳은 것이며, 삼성(三姓: 水, 火, 土)으로써 온전해진다. 토로써 수를 제어하며[土克水], 수가 넘치면 반드시 돌아 흐르고, 수를 끌어들여 화를 구제하니, 수와 화의 사귐이 즐겁다. 금과 목이 합하여 기(氣)와 신(神)이 서로 이어진다. 금은 정(情)이고 목은 성(性)이니, 몰아 단련하면 (금과 목이) 들러붙는다. 기나긴 밤 가운데에 빛이 촘촘한 발을 꿰뚫도록 온화하게 마음을 가다듬어 수양한다. 홍(汞: 수은, 金情, 火體)을 올리고 연(鉛: 납, 木性, 水體)을 내리면,84) 금은 뜨고 목은 가라앉으니 붉은 해가 중천에 뜨는 격이다. 화는 수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수는 화의 지지를 의뢰하니, 부드러움으로써 강함을 제압하되 강함과 부드러움이 이어져 하나의 덩어리를 연성하니, 수은도 아니고 납도 아니면서 능히 오르고 능히 내릴 수 있다. 이를 태선(胎仙)85)이라고 한다. 화를 운행하여 약(藥)을 연단함에 신(神)과 기(氣)가 얽히니, 화로써 신(神)을 일깨우고 기(氣)로써 약(藥)을 일깨우며 신(神)으로써 기(氣)를 합치면 기(氣)가 충족되고 신(神)이 온전해진다. 하거(河車)의 수에 기(氣)를 운행하여 주천(周天)하며,86) 마음과 호흡이 서로 의지해 뱃속이 자연히 밝아진다. 무토(戊土)는 감(坎)을 따라 양화(陽火)87)로 나아가고, 기토(己土)는 리(離)를 따라 음부(陰符)88)로 물러난다. 나아감은 물러남과 부합하여 태현(太玄: 大道의 元氣)을 머금는다. 원해(元海)89)를 통해 니환(元海: 상단전)을 순환하니, 오기(五氣)가 혼합하고 만상(萬象)이 하늘을 배알한다.

時人不識, 附會亂傳, 人道未了, 仙道難全, 欲修眞道, 人道合仙, 叅而行之. 仙聖同肩, 受形父母, 體合情緣, 移神脫氣, 朔晦嬋娟, 二氣相資, 龜蛇盤旋, 混聚凝結, 胞胎是全. 溫養十月, 體符先天, 劈開混沌, 顯象燦然, 懷育乳哺, 母形羸煎, 子漸養成, 體固神完. 脫氣化育, 罔極昊天, 所云脫化, 妙理幽玄. 胎元之道, 符合坤乾, 陽施陰受, 情性交連.

그 당시 사람들이 알지 못해 견강부회하여 어지러이 전했으니, 인도(人道)가 밝지 못하고 선도(仙道)가 보전되기 어려웠다. 참된 도를 수양하고자 한다면 인도(人道)가 선(仙)에 부합하니 참여하여 그것을 행하여야 한다. 신선과 성인(聖人)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부모에게 형체를 받으니, 육체가 남녀의 인연에 따라 합해지고 신(神)을 옮기며 기(氣)를 다해, 초하루 그믐 아름다운 날에 두 기(氣)가 서로 도와 거북과 뱀이 서로 휘감듯 둘러[龜蛇盤旋] 뭉쳐 포태(胞胎)가 온전하게 된다. (뱃속에) 따뜻하게 기르기를 10개월이니, 선천(先天: 형체가 생겨 출생하기 이전)을 체득하여 부합하고 쪼개어서 혼돈을 열어놓으니 형상을 드러냄이 찬란하다. 품어서 기르고 젖을 먹이니 모친의 몸은 여위어지고 자식은 점차 자라서 육체가 견고해지고 신(神)이 완전해진다. 기(氣)를 다하여 화육시켰으니, 은혜는 하늘처럼 망극하다. 이른바 탈화(脫化: 기를 다해 화육시킴)라는 것이니, 그 묘리는 심오하다. 태원(胎元)90)의 도는 곤건(坤乾)과 부합하니, 양이 베풀고 음이 받아서 정(情)과 성(性)이 서로 이어지는 것이다.

今世迷途, 散內溺外, 七情被纏, 六根頓壞, 失本忘眞, 不知警戒, 火燥水崩, 氣離神敗. 顧子恤妻, 掌中珠愛, 父母洪恩, 眼中塵礙, 不孝悖逆, 罪愆廣大. 汝既惜子, 當惜父母, 汝若孝親, 子亦孝汝, 汝不敬親, 子亦違忤. 父母衰顏, 電光草露, 感氣受形, 當思乳哺.

지금의 세상은 길을 잃었으니, 내면을 흩어버리고 외물에 빠져 칠정(七情)91)에 얽매이고 육근(六根)92)이 둔해지고 무너져 근본을 잃고 참됨을 잊어 경계함을 알지 못하니, 화(火)가 고갈되고 수(水)가 무너져 기(氣)가 흩어지고 신(神)이 무너진다. 자식 돌보고 처 사랑하기를 손바닥 속 구슬 아끼듯 하면서, 부모의 큰 은혜는 눈 속의 티끌처럼 거북스레 여기니, 불효하고 패역한 그 죄와 허물이 매우 크다. 그대가 이미 자식을 아낀다면 마땅히 부모도 아껴야 한다. 그대가 만약 부모에게 효도하면 자식 역시 그대에게 효도하고, 그대가 부모를 공경하지 않으면 자식 역시 어긋나고 거스를 것이다. 부모의 노쇠한 얼굴은 번갯불이나 풀의 이슬과 같다. 기(氣)에 감응하여 형상을 받았으니 마땅히 젖을 먹여준 은혜를 생각해야 한다.

吾今垂經, 首孝爲務, 五行之先, 百行之路, 順其志願, 天神擁護. 活祖不參, 歲月空度, 不孝之輩, 身劈雷部. 報應昭明, 速當醒悟, 暗室可欺於心, 神明難以掩飾, 欲學仙道長生, 修人道爲急. 易曰憧憧往來, 朋從爾思, 氣和乃神之衢, 精化乃藥之務, 還精補腦. 如濛如霧, 以無生有, 世罕修也, 天形何以長, 門樞何不蠹, 內照慧寶光, 燦爍明珠府. 衆生所以不能悉心領悟者, 由乎情著於物, 思迷於愛也. 若致柔以怡, 廻骸反視, 則道斯存矣.

내 이제 경(經)을 전수하니, 오행의 서두와 모든 행동의 길에서 효를 으뜸으로 하여 힘쓰고 그 뜻을 기원하며 따르면 천신(天神)이 옹호할 것이다. 근본을 지니고 있는 마음[活祖]을 수행에 참여시키지 않고93)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불효한 무리는 뇌부(雷部)의 벼락을 받을 것이다. 인과응보가 분명하니 조속히 깨달아야 한다. 어두운 방에서 마음을 속일 수는 있어도 신명에게 숨길 수 없다. 선도(仙道)의 장생(長生)을 배우고자 한다면, 먼저 인도(人道)를 닦는 것을 급선무로 삼아야 한다. 역(易)에 이르기를 “끊임없이 오가면 벗이 그대의 생각을 따르리라.”94)고 한다. 기화(氣和)95)는 곧 신(神)의 통로이며 정화(精化)96)는 약물의 일이니, 정(精)을 되돌려 뇌(腦)를 보강한다.97) 마치 안개가 낀 듯 흐릿하고, 무로써 유를 낳으나 세상에는 닦는 이가 드물다. 하늘의 형상이 어째서 길고, 대문의 지도리가 어째서 좀 먹지 않는가? 안으로 지혜와 보배의 빛을 비추어 금단(金丹)98)이 있는 곳을 빛내서이다. 중생이 마음을 다하여 깨달아 앎을 할 수 없는 까닭은 감정이 사물에 얽매이고 사고가 애착에 미혹되기 때문이다. 만약 유연함을 극진히 하여 온화해지고 육신을 돌이켜 본다면 곧 도가 여기에 보존될 것이다.

廣成子曰, 無視無聽, 抱神以靜. 詩曰, 上天之載, 無聲無臭. 西方學曰, 無智無得, 無所得故. 太上曰, 反者道之動, 弱者道之用, 大音希聲, 大象無形, 俗人昭昭, 我獨若昏, 夫天地之所以長久者, 以其不自生也, 大哉聖賢之言乎.

광성자(廣成子: 고대의 仙人)가 말하기를 “보려고 하지도 말고 들으려 하지도 말고, 신(神)을 간직한 채 고요함을 유지하면 … ”이라고 하고,99)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위 하늘의 일이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는 것이라.” 하고,100) 서역의 학[佛敎]에 이르기를, “지혜도 없으며, 얻는 것도 없으니, 얻는 바가 없으므로 … .”라고 하고,101) 태상(太上: 노자)이 이르기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요, 약해지게 하는 것이 도의 작용이다.”,102) “아주 큰 소리는 들을 수 없고 아주 큰 형상은 형태가 없다.”,103) “세상 사람들 다 똑똑한데 나만 홀로 어리석다.”,104) “무릇 천지가 장구하는 까닭은 그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기 때문이다.”105) 하니, 위대하도다, 성현의 말이여!

論語有曰, 毋必毋固. 孟子有曰, 勿忘勿助, 皆存神馭氣之階也, 今人不自知耳. 養氣之道, 要在綿綿, 譬如流水之曲暢, 恍若飛雲之凌空, 猶似圓珠之滾盤, 悉如嬰兒之無我. 毛詩曰, 闇然日章, 壁經曰, 其心休休, 豈非皆聖語哉. 今古聖賢, 若車同軌.

『논어』에 “반드시 그렇다고 함이 없으며, 집착함이 없다.”는 말이 있고,106) 『맹자』에 “잊지도 말고 조장하지도 마라.”는 말이 있으니,107) 이는 모두 신(神)을 보존하고 기(氣)를 제어하는 단계이다. 지금 사람들이 스스로 알지 못할 뿐이다. 기(氣)를 기르는 방도는 요점이 끊임이 없음[綿綿]에 있다. 비유하자면 마치 흐르는 물이 두루 통하는 것 같고, 황홀하게 나는 구름이 하늘 높이 오르는 것 같고, 둥근 구슬이 쟁반에 구르는 것 같으니, 모두 어린아이의 무아지경과 같다. “『모시(毛詩: 시경)』에 이르기를 ‘어두우면서도 날로 드러난다.’고 하고”,108) 벽경(壁經)109)에 이르기를, “그 마음씨가 아름답다.”고 하니,110) 어찌 다 성현의 말이 아니리오! 고금의 성현은 마치 수레가 바퀴 폭을 같이 하는 것과 똑같도다.111)

世俗無知, 妄分三教. 不識千燈處一室共明, 萬法循一理共聖, 不參至理玄微, 妄執是非人我, 尋枝摘葉, 鼓舌誇唇, 遘蔽著迷, 盲修瞎煉, 後之學者, 盡被鼓引而不悟也. 但願衆生, 精進於道, 貫心於誠, 莫泥於象, 莫著於文, 尊師親友, 虛己以敬, 默然悟之, 長生可躋矣.

세상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망령되이 삼교(유불도)를 구분한다. 그들은 천 개의 등불이 하나의 방에 있어 함께 밝히고 만 가지 법이 하나의 이치를 따라 돌아 함께 성스럽게 하는 줄 알지 못하니, 지극한 이치와 현미한 도리에 참여하지 않고, 망령되이 시비나 남과 나에 집착하여 지엽적인 것만 들추어내고, 자랑질하는 입만 지껄여대니 덮여버려 미혹됨이 나타나고, 맹목적인 수련을 하니 후대의 배우는 자들이 모조리 다 이끌려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중생들이 도에 정진하고, 정성에 마음을 두며, 형상에 구애되지 말고, 글자에 집착하지 말며, 스승을 받들고 벗들과 친밀하며, 자신을 비우기를 공경으로써 하고, 묵묵히 그것을 깨우쳐, 장생(長生)을 가히 이루는 것을 바랄 뿐이다.

即說咒曰, 北一天地精, 普化於萬靈, 乾坤能轉軸, 龍虎潛眞蹤, 六魔以消盪, 三元景燦明, 烏兎結中谷, 龜蛇盤內庭, 遊行超宇宙, 掌握回死生, 驅掣雷電光, 鬼怪悉潛形, 敢有違逆者, 劈體如纖塵, 慧光所照處, 災厄悉和平, 敬受而誦讀, 名奏於天宮.

그러고는 곧 주문을 읊었다. “북일(北一)은 천지의 정수여서 온갖 영(靈)들이 두루 화(化)하도록 한다. 건곤은 능히 축(굴대)을 돌리니, 용호(龍虎)는 참된 종적[眞蹤]에 잠겨 드는구나. 육마(六魔)는 그로써 소탕되어 삼원(三元)112)의 경관이 찬란하도다. 까마귀와 토끼[烏兎]는 가운데 골짜기[中谷]에서 모이고, 거북과 뱀[龜蛇]은 내정(內庭)에서 휘감는다. (이들이) 움직이고 나아감은 우주를 뛰어넘는 것이요, (이들이) 손에 쥔 것은 죽음과 삶을 돌리는 것이다. (이들이) 몰아서 끌어당기는 것은 번갯불이니, 귀신과 요괴는 모두 숨어버리게 된다. 감히 (귀신과 요괴가) 거역한다면 몸을 쪼개어버리기를 산산이 부서진 티끌처럼 하리라. 지혜의 빛이 이르는 곳마다 재앙은 사라지고 모두가 다 화평해지리라. 공손히 받들어 읊어 읽으니, 이름이 하늘의 궁궐에 도달하는 도다.”

眞人說經已畢, 時有祥雲香靄, 瑞氣盤旋, 鶴馭碧空, 師回駕已. 衆等悉皆稽首俯伏, 作禮信受而退.

진인(여동빈)이 경을 다 설하고 나자, 그때 상서로운 구름과 향기 나는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상서로운 기운이 휘돌아 감돌면서, 조사(祖師: 여동빈)가 선인(仙人)의 수레를 타고 창공에서 날아돌아가는 일이 있었다. 중생들이 모두 함께 머리를 조아려 엎드리고, 배례하며 믿고 받아들이며 물러났다.

已上二品著於廣陵.

지금까지 말한 이품[五行端孝品第二]의 글은 광릉(廣陵)에서 기록된 것이다.

Footnotes

1) 제16조부터 제23조까지 참조(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홈페이지, http://daesoon.org/about/bible.doheon.php, 접근일 2020.10.6).

2) 대순진리회 교무부, 「도전님 훈시」, 『대순회보』 5 (1986), p.2.

3) 차선근, 「대순진리회 상제관 연구 서설(Ⅱ)-15신위와 양위상제를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23 (2014), pp.284-285 참조.

4) 목록을 일일이 적기에는 양이 상당하다. 『대순사상논총』에는 리웬구어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앙 연구」(『대순사상논총』 21, 2013)를 비롯하여 다양한 연구들이 실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니 별도로 목록을 나열하지는 않겠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연구들을 참고할 수 있다. 김홍철, 「한국신종교에 나타난 도교사상-증산교를 중심으로」, 한국도교사상연구회(편), 『도교사상의 한국적 전개』 (서울: 아세아문화사, 1989); 김탁, 「증산교단사에 보이는 도교적 영향」, 『도교문화연구』 24 (2006): 차선근, 「근대 한국의 신선 관념 변용-대순진리회의 지상신선사상을 중심으로」, 『종교연구』 62 (2011); 차선근, 「중국 초기 민간도교의 解冤結과 대순진리회의 解冤相生 비교연구」, 『종교연구』 65 (2011); 차선근, 「대순진리회의 개벽과 지상선경」, 『신종교연구』 29 (2013); 차선근, 「중국 초기 민간도교와 대순진리회의 종교윤리 비교연구-승부와 척을 중심으로」, 『종교연구』 75-4 (2015); 차선근ㆍ박용철, 「기문둔갑, 그리고 강증산의 종교적 세계」, 『종교연구』 77-3 (2017).

5) 대순진리회의 창설은 1969년이다. 그러나 대순진리회는 정산(도주)이 1925년에 창설한 무극도로부터 발전해온 종단이므로 그 역사는 더 길다. 1969년 4월에 발간된 『대순진리회요람』은 종단의 역사를 60년 이상으로 기록하고 있으므로, 대순진리회 종단사의 시작은 1909년부터라고 보아야 한다. 대순진리회 교무부, 『대순진리회요람』 (여주: 대순진리회 출판부, 2003), p.5; 차선근, 「종단 대순진리회의 변천 과정과 무극 태극의 관계」, 『대순회보』 94 (2009), pp.79-80.

6)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편), 『漢韓大辭典』 2 (서울: 단국대학교출판부, 2000b), p.97, p.114.

7) 몇 가지 사례만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신라 원성대왕 11년[795] 어느 날에 당나라 사신이 몰래 호국용들을 붙잡아가려고 하자) 두 여자가 內庭에 나와 아뢰되 ‘저희들은 東池와 靑池에 사는 두 용의 아내인데 … 우리 남편들인 호국용을 여기에 머무르게 하소서’ 하였다.” 『삼국유사』 권2 「紀異篇」 ‘元聖大王’; “5월 신해 초하루 內庭에 1백 개의 師子座를 설치하여 3일 동안 仁王經을 강설하였다.” 『고려사』 권4, 현종 11년(1020) 5월; “병진일에 內庭에서 醮祭를 지냈다.” 『고려사』 권10, 선종 4년(1087) 7월; “황희와 노희봉이 같이 內庭으로 들어갔으나, 임금(태종)이 진노할까 두려워하여 우물쭈물하면서 몸을 움추리고 오래도록 감히 아뢰지 못하였다.” 『태종실록』 12권 태종 6년(1406) 8월 20일. 한국사 데이터베이스(http://db.history.go.kr, 접근일 2020.10.6).

8) “兵曹, 勒諸衛, 陳軍士於內外庭之東西及內外門.” 『國朝喪禮補編』 권1 「嗣位」. 한국사 데이터베이스(http://db.history.go.kr, 접근일 2020.10.6) 참고.

9)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편), 『漢韓大辭典』 1 (서울: 단국대학교출판부, 2000a), p.228.

10) “周天子諸侯皆有三朝, 外朝一, 內朝二. 內朝之在路門內者, 或謂之燕朝.” 『周禮註疏』;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편), 앞의 책(2000b), p.115.

11) 漢典(https://www.zdic.net/hans/%E5%85%A7%E5%BB%B7, 접근일 2020.11.5); 같은 책, p.114.

12) ‘龜蛇’는 ‘귀사’가 아니라 ‘구사’로 읽는다.

13) 서대원, 「종려의 우주관 고찰」, 『도교문화연구』 26 (2007), p.361.

14) 종리권의 설명에 따르면 선(仙)에는 천선(天仙)ㆍ신선(神仙)ㆍ지선(地仙)ㆍ인선(人仙)ㆍ귀선(鬼仙)이라는 5가지 등급이 있다고 한다. 귀선은 가장 하등 단계로서 윤회를 하지 않지만 순양(純陽)을 이루지는 못해 귀신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며, 그 위의 단계 인선(人仙)은 대도를 깨닫지 못했으나 하나의 법만은 굳건히 지켜 병 없이 사람들 속에 섞여 살아가는 상태이고, 그 위의 지선(地仙)은 장생불사를 얻었으나 하늘로 오르지는 못하고 땅에 머무는 상태이며, 그 위의 신선은 지선이 수행에 더 매진하여 순양(純陽)을 이룸으로써 속세를 벗어나 삼신산에 든 상태이다. 최상위 단계는 천선(天仙)인데 신선으로서 인간 세상에 공덕을 쌓음으로써 하늘에 오르고 관직을 맡은 상태에 있다. 선(仙)이 되는 방법에는 소성법(小成法)ㆍ중성법(中成法)ㆍ대성법(大成法) 세 가지가 있는데, 소성법은 심장과 신장의 기를 교구(交媾)시켜 몸에 단(丹)을 만드는 것이나 불사는 하지 못하고 무병장수만 가능하다. 중성법은 몸에 진기(眞氣)를 쌓아 장생불사에 도달하는 것이며, 대성법은 신선으로 승천하는 법이다. 종리권ㆍ여동빈, 『종려전도집(鍾呂傳道集)』, 이봉호 외 역 (서울: 세창, 2013), pp.6-17. pp.25-34.

15) 대순진리회 교무부, 『대순지침』 2판 (여주: 대순진리회 출판부, 2012), p.49.

16) 해발 2,604m의 산. 유명한 도교의 성지다. 이곳에는 중국 최초의 도관이자 노자가 『도덕경』을 강의하고 수도했다는 누관대(樓觀擡)가 있다. 종리권과 여동빈, 전진교의 창시자인 왕중양도 종남산에서 수도했다. 또 이곳에는 신라시대 선인(仙人) 김가기(金可紀)의 유적도 있다. 한나라 때는 이곳에서 최고신인 태을에게 제사했으므로 종남산은 태을산(太乙山)으로도 불린다.

17) 해발 1,474m의 산. 도교의 성지 가운데 하나이며, 유교와 불교의 유적지도 있다. 장도릉이 이 산에서 수도했으며, 육수정도 이 산에서 도경을 수집하여 『도장』의 기초를 세웠다.

18) 진기환, 『중국의 토속신과 그 신화』 (서울: 지영사, 1996), p.206, p.216; 마노 다카야, 『도교의 신들』, 이만옥 옮김 (서울: 들녘, 2001), pp.148-153.

19) 김일권, 「조선후기 도교 권선서의 삼제군 신격과 명청대 국가의례 전개 고찰: 19세기 도교언해서 『과화존신』과 『삼성훈경』을 중심으로」, 『도교문화연구』 51 (2019), p.87.

20) 김승혜, 「도교 전진교 『현문조만공과경』 연구」, 『도교문화연구』 20 (2004), p.224.

21) 구보 노리따다, 『도교사』, 최준식 옮김 (칠곡: 분도출판사, 2000), pp.301-303.

22) 이봉호, 「조선시대 『참동계』 주석서의 몇 가지 특징」, 『도교문화연구』 29 (2008), pp.65-66; 김낙필, 「도교수행론에서의 심과 기」, 『도교문화연구』 (2010), p.24.

23) 이원국, 『내단-심신수련의 역사 1』, 김낙필 외 옮김 (서울: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06), pp.91-93.

24) 대순진리회 교무부, 『전경』 13판 (여주: 대순진리회 교무부, 2010), 예시 61절.

25) 같은 책, 행록 3장 34절.

26) 黎志添, 「明清道教呂祖降乩信仰的發展及相關文人乩壇研究」, 『中國文化研究所學報』 65 (2017), pp.139-140.

27) 시가 이치코, 「부계(扶乩)」, 사가데 요시노부 편집, 『도교백과』, 이봉호 외 옮김 (서울: 파라북스, 2018), p.230.

28) 박지현, 「희생과 신성-중국의 자고(紫姑) 신앙 분석」, 『중국학보』 52 (2005), p.173.

29) 이노우에 유타카, 「시초점[卜筮]」, 『도교백과』, pp.156-157; 쫑자오펑 편집, 『도교사전』, 이봉호 외 옮김 (서울: 파라북스, 2018), pp.738-740.

30) 박지현, 앞의 글, pp.181-182; 박지현, 「중국의 부계(扶乩)신앙과 문인문화」, 『중국문학』 56 (2008), pp.252-264.

31) 자세한 내용은 상기숙, 「대만 민간신앙의 동계(童乩) 연구」, 『동방학』 32 (2015), pp.305-328 참조.

32) 『五洲衍文長箋散稿』 「人事篇○技藝類」, <卜筮>, ‘筆占辨證說’. 한국고전종합DB (http://db.itkc.or.kr, 접근일 2020.10.11) 참고.

33) 옛날에 여자아이들이 방에 둘러앉아 한 아이를 가운데 꿇어 앉히고 ‘춘향아, 춘향아, 남원읍에 성춘향아, 나이는 십팔세, 생일은 사월초파일, 경치 좋고 산수 좋은 곳으로 놀러가자’고 주문을 외면 가운데 앉은 아이는 신의 내림을 받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한국민속사전 편찬위원회 엮음, 『한국민속대사전』 (서울: 민족문화사, 1991), pp.1401-1402.

34) 필기구를 쥐고 귀신을 불러 문답하는 방법.

35) 손으로 창문 모양을 만들어 그 틈으로 귀신을 보는 방법.

36) 어두운 방에서 TV나 라디오를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틀어놓고 밥과 물(또는 술)을 차려 귀신을 부른 후 미래를 물어보는 방법.

37) 빈방을 어둡게 한 후 네 모퉁이에 한 사람씩 서서 방 가운데 귀신을 불러내는 방법.

38) 글자를 적은 보드를 놓고 귀신을 불러 문답하는 방법.

39) 연필과 종이를 사용하여 귀신을 불러 문답하는 방법.

40) 시가 이치코, 앞의 글, pp.230-231; 黎志添, 「明清道教呂祖降乩信仰的發展及相關文人乩壇研究」, pp.144-145.

41) 黎志添, 「明清道教呂祖降乩信仰的發展及相關文人乩壇研究」, p.144.

42) 『呂祖全書』(32卷本) 卷九 『前八品仙經』, 「合刻八品仙經原序」.

43) 홍콩 중문대학(中文大學) 교수 리즈텐(黎志添)은 그의 논문 「청대 4종의 『여조전서』와 여조 부계도단(扶乩道壇)의 관계」(2013)에서 『전팔품선경』을 포함하는 『여조전서』의 간행 경위를 자세하게 정리하여 발표한 적이 있다. 그는 廣陵이 지금의 江苏省 扬州市라고 비정하였다. 그러나 만점 집선루의 위치는 고증하지 않았다. 필자가 그에게 메일로 문의하였더니, 그는 만점과 집선루의 위치를 알 수 없다고 답변하였다. 리즈텐이 말한 곳은 扬州市의 广陵区였는데, 필자 역시 『廣陵区志』 (北京: 中华书局, 1993) 등 관련 자료들을 뒤졌으나 만점 집선루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 廣陵은 扬州市 广陵区일 수도 있지만, 山西省 广灵县 혹은 山东省 寿光市일 수도 있다. 臧励龢 等编, 『中国古今地名大辞典』 (上海: 上海书店出版社, 2015), p.1157; 黎志添, 「清代四種《呂祖全書》與呂祖扶乩道壇的關係」, 『中國文哲研究集刊』 42 (2013), p.190.

44) 黎志添, 「清代四種《呂祖全書》與呂祖扶乩道壇的關係」, pp.190-191.

45) 같은 글, p.191.

46) 같은 글, pp.187-189.

47) 같은 글, p.187, pp.190-196, p.212; 32권 본 『여조전서』에 실린 도경 목록은 다음과 같다: 卷一『呂祖本傳』, 卷二『靈應事跡』, 卷三ㆍ四ㆍ五『文集』, 卷六『指伭篇』, 卷七 『忠誥』, 卷八『孝誥』, 卷九ㆍ十『前八品仙經』, 卷十一『後八品仙經』, 卷十二『五品仙經』, 卷十三ㆍ十四ㆍ十五『淸微三品經』, 卷十六ㆍ十七ㆍ十八『参同經』, 卷十九『聖德諸品經』, 卷二十『金丹直指諸品經』, 卷二十一『醒心經』, 卷二十二『度厄救劫救苦滌氛四神經』, 卷二十三『雪過修眞懺』, 卷二十四『玉樞經贊』, 卷二十五ㆍ二十六『葫頭集』, 卷二十七『涵三雜詠』, 卷二十八『涵三語錄』, 卷二十九ㆍ三十『修真傳道論』, 卷三十一『敲爻歌沁園春注解』, 卷三十二『呂祖誥』.

48) 리즈텐은 여조신앙 집단과 『여조전서』의 출현에 전진교나 정일교 등 기존 중국 도교 도사들이 관여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들어, 이것을 새로운 도교의 등장으로 평가한다. 같은 글, p.187, p.212.

49) 같은 글, pp.183-184.

50) 김윤수, 「『도장집요(道藏輯要)』와 장여포(蔣予蒲)」, 『도교문화연구』 17 (2002), p.296.

51) 『중화속도장』의 18책ㆍ19책ㆍ20책에는 여동빈 저서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19책의 목록은 『여제문집(呂帝文集)』ㆍ『여제시집(呂帝詩集)』ㆍ『순양선생시집(純陽先生詩集)』ㆍ『여조연보(呂祖年譜)』ㆍ『여조전서(呂祖全書)』 33권 본(32권 본에 부록 1권)ㆍ『여조휘집(呂祖彙集)』이고, 20책의 목록은 『여조전서』 64권 본이다.

52) 종교 공동체 무상단에는 북학파 경화세족 일부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관왕묘 도사들이 주축을 이루었기 때문에 도교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고하라. 김윤수, 「고종시대의 난단도교」, 『동양철학』 30 (2008); 김윤경, 「19세기 조선 최초의 교단 도교, 무상단(無相壇) 연구–『문창제군몽수비장경』을 중심으로」, 『한국철학논집』 63 (2019).

53) 유운은 불교 거사이면서 도교 도사이기도 했다. 그의 활동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고할 수 있다. 김윤수, 위의 글, pp.58-60, pp.80-84.

54) ‘중향(衆香)’은 여동빈의 호다.

55) 黎志添, 「清代四種《呂祖全書》與呂祖扶乩道壇的關係」, p.184.

56)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여조전서』는 1886년 상담숭선당(湘潭崇善堂)에서 출판한 것이다. 이 『여조전서』는 32권 본에다가 卷三十三 『靈寶畢法』, 부록으로 『선종정지(禪宗正指)』라는 불교 서적 1권까지 더해져서 총 34권 분량이다. 규장각에는 32권 본(1868)과 18권 본(1879)의 『여조전서』가 각각 보관되어 있다.

57) 삼원(三元)의 뜻은 다양한데, 여기에서는 묘일(妙一)로부터 나타난 ‘混洞太無元(혼동태무원: 玉淸境)’, ‘적혼태무원(赤混太無元: 上淸境)’, ‘명적현통원(冥寂玄通元: 太淸境)’의 삼원, 혹은 천지인(天地人)의 삼원을 의미한다. 김승동, 『도교사상사전』 (부산: 부산대학교 출판부, 2004), p.577; 쫑자오펑 편집, 앞의 책, pp.308-310.

58) 『道德經』 제42장,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59) 이원국, 앞의 책, pp.167-168.

60) 이봉호, 앞의 글, pp.65-66.

61) 戴源長, 『仙學辭典』 (臺北: 眞善美出版社, 1978), p.161.

62) 이봉호, 앞의 글, p.66; 종리권과 여동빈의 내단법에 대한 대략적인 고찰은 다음을 참고하라. 이원국, 앞의 책, pp.565-613.

63) 동아시아에는 오래전부터 ‘해 속에 까마귀가 있고 달 속에 토끼가 있다(日中有烏月中有兔)’는 전설이 내려왔다. 『呂祖全書』(32卷本) 卷十二 『五品仙經』 「煅鼎煉爐品第三」도 烏兔를 日月의 상징으로 적고 있다(若道無烏兔, 烏兔乃名日月無象, 取象烏兔).

64) 戴源長, 앞의 책, p.56, p.126.

65) Seon-Keun Cha, “Is Sacred Site Discovered? Or Created?: A Case Study of Daesoon Jinrihoe,” in David W. Kim eds., Scared Sites and Sacred Stories Across Cultures: Transmission of Oral Tradition, Myth and Religiosity (Basingstoke : Palgrave Macmillan, 2021), pp.337-338.

66) 대순진리회 교무부, 『종단 대순진리회(화보집)』 (서울: 대순진리회 출판부, 1999), p.12.

67) 정관도, 『지리전도서』 (서울: 지선당, 2002), p.341.

68) 이도순, 『중화집(中和集)』, 박용철 옮김 (서울: 파라북스, 2017), p.211.

69) 『呂祖全書』(32卷本) 卷四 「文集中」, “宇宙產黃芽, 經爐煅作砂. 陰陽烹五彩, 水火煉三花. 鼎內龍降虎, 壺中龜遣蛇. 功成歸物外, 自在樂煙霞.”

70) 『呂祖全書』(32卷本) 卷六 「指伭篇」, “天生一物變三才, 交感陰陽結聖胎. 龍虎順行陰鬼出, 龜蛇逆往火神來. 嬰兒日食黃婆髓, 奼女時餐白玉杯. 功滿自然居物外, 人間寒暑任輪廻.”

71) 『呂祖全書』(32卷本) 卷九 『前八品仙經』 「誠悌導引品第三」, “所謂性者, 木也, 汞也, 神也, 火也, 龍也, 蛇也. 所云情者, 金也, 鉛也, 精也, 水也, 虎也, 龜也. 皆譬語也. 神運精, 則精化氣. 以金尅木, 則木成材. 驅龍就虎, 龍虎交歡, 以心伏身, 心身翕泰. 以情歸性, 情性和溶. 以鉛歸汞, 汞鉛膠漆. 以龜絡蛇, 龜蛇盤旋.”

72)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고하라. 김낙필, 「백옥섬의 도심불이론(道心不二論)」,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편, 『마음의 인문학: 동서양의 마음 이해』 (고양: 공동체, 2013), pp.264-265.

73) 김승동, 앞의 책, p.209; 쫑자오펑 편집, 앞의 책, pp.840-841.

74) 김승혜, 「신비주의 시각에서 본 도교」, 이종은 엮음, 『한국도교문화의 초점』 (서울: 아세아문화사, 2000), pp.533-534.

75) 『대순진리회요람』, pp.15-16, p.18.

76) 같은 책, p.17.

77) 종교마다 효 윤리를 강조하는 맥락과 배경이 다르다. 대순진리회는 효를 구원과 관련한 수행으로 이해한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고하라. 차선근, 「대순진리회의 효 윤리에 나타난 종교성 연구」, 『대순사상논총』 27 (2016), pp.170-200.

78) 한문 번역과 관련하여 임병덕 선생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깊은 감사를 드린다.

79) 여동빈의 스승인 종리권에게 도를 전해준 신선. 한나라 때 동해(東海)에서 살았던 왕현보(王玄甫)라고 하며, 호는 화양진인(華陽眞人)이다. 흔히 동왕공(東王公)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진도(全眞道)에서 북오조(北五祖)의 첫째 조사(祖師)로 받들어진다. 쫑자오펑 편집, 앞의 책, p.704 참조.

80) 『도덕경』 67장에 있는 말이다.

81)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편), 앞의 책(2000b), p.45.

82) 김승동, 앞의 책, p.1489.

83) 삼원(三元)의 뜻은 다양하지만, 내단에서는 주로 정기신(精氣神) 혹은 삼단전(三丹田)을 의미한다. 이때 연정화기(煉精化氣: 精을 쌓아 氣로 변화시키는 단계로서 하단전을 중심으로 진기를 축적하여 순양의 氣로 변화시킴)를 이루면 인원(人元), 연기화신(煉氣化神: 氣를 단련하여 神에 합일하는 단계로서 본성과 선천의 기운이 결합하는 과정)을 이루면 지원(地元), 연신환허(煉神環虛: 神을 단련하여 虛로 돌아가는 단계로서 정신적 초월을 통해 몸과 마음이 완전한 자유를 얻음)를 이루면 천원(天元)이라고 한다. 戴源長, 앞의 책, p.25; 이근철, 「수승화강에 나타난 내단적 연구」, 『도교문화연구』 29 (2008), p.183; 쫑자오펑 편집, 앞의 책, pp.309-310 참조.

84) 도교에서 수은과 납은 단약(丹藥)을 만드는 재료로 알려져 있다. 수은[汞]은 근본이 화체(火體)인 금정(金情), 납[鉛]은 근본이 수체(水體)인 목정(木性)이다. 수은과 납을 솥에 넣고 제련하여 약을 만들어 먹으면 장생하는 신선이 된다고 한다. 김승동, 앞의 책, p.866.

85) 탈태하여 신선이 되는 것. 같은 책, p.1474.

86) 하거(河車)란 내단법에서 원기(元氣)가 임맥과 독맥을 통하여 위아래로 운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일을 수련하면 원기가 임맥과 독맥을 거쳐 몸을 한 바퀴 도는데, 이것을 소하거(小河車) 또는 소주천(小周天)이라고 한다. 이것이 세 번 반복되면 대하거(大河車) 또는 대주천(大周天)이라고 한다. 쫑자오펑 편집, 앞의 책, pp.838-839 참조.

87) 내단 수련에서 기를 임맥과 독맥을 통하여 순환시킬 때, 기가 나아가서[進] 불과 같이 그 열기를 발하는 때를 말한다. 戴源長, 앞의 책, p.137.

88) 내단 수련에서 기를 임맥과 독맥을 통하여 순환시킬 때, 기가 물러나서[退] 어두움[陰=暗]에 부합할 때[符=合]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기의 움직임은 양화(陽火)와 음부(陰符) 사이를 오고 가는 것으로 설명된다. 같은 책, p.136.

89) 모든 물이 바다로 모이는 것과 같이, 원기(元氣)가 모여서 도는 곳. 같은 책, p.49.

90) 어머니의 몸 안에서 태아를 기르는 원기(元氣).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편), 『漢韓大辭典』 11 (서울: 단국대학교 출판부, 2008), p.406.

91) 기쁨[喜]ㆍ노여움[怒]ㆍ슬픔[哀]ㆍ즐거움[樂]ㆍ사랑[愛]ㆍ미움[惡]ㆍ욕심[欲].

92) 사람의 인식(認識)을 만들어내는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

93) ‘활조(活祖)’란 중생의 마음이 깨달은 자의 마음과 같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활조(活祖)가 불참(不參)한다는 것은, 깨달은 자의 마음과도 같은 근본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수행에 참여시키지 않음을 뜻한다. 한국불교 대사전 편찬위원회, 『불교대사전』 7 (서울: 명문당, 1999), p.333.

94) 『주역』 31번째 괘인 ‘택산함괘(澤山咸卦)’에 나오는 내용이다.

95) 인체의 내기(內氣)를 부드럽게 순화시켜 임맥과 독맥을 통해 순환시킴을 의미한다. 김승동, 앞의 책, p.162 참조.

96) 정(精)은 생명의 근원이자 생명을 화육하는 것으로서, 움직이면 몸속에 수액(水液)을 생산한다. 내단에서는 이 정(精)의 상태에 따라 생명이 노쇠할지 장수할지를 판단하기 때문에, 정(精)을 곧 연단할 약물로 여겼다. 정화(精化)는 정(精)을 연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쫑자오펑 편집, 앞의 책, pp.805-806 참조.

97) 도교 내단에서 뇌(腦)는 단순한 장기가 아니라, 구천의 신(神)들이 머무는 곳이다. 뇌 안에는 9개의 방[九眞]이 있으며 여기에 정신을 집중하고 기를 모아서[存思] 그 각각에 거주하는 신들과 교합하고자 한다.

98) 도교 내단에서 명주(明珠)란 불로장생을 가능하게 하는 금단(金丹)을 말한다. 정(精)을 연단하면 몸 내부의 수액(水液)이 옥액(玉液)으로 바뀌는데 그 연단된 옥액의 모습이 마치 한밤중에 빛나는 달과 같다고 하여 명주(明珠)로 불린다. 戴源長, 앞의 책, p.94.

99) 『장자(莊子)』 외편 「재유(在宥)」에 있다.

100) 『시경(詩經)』 「대아(大雅)ㆍ문왕지습(文王之什)」에 있다.

101) 『반야심경(般若心經)』에 있다.

102) 『도덕경』 40장에 있다.

103) 『도덕경』 41장에 있다.

104) 『도덕경』 20장에 있다.

105) 『도덕경』 7장에 있다.

106) 『논어』 「자한(子罕)」에 의하면, 공자는 억측하는 뜻이 없으며[毋意], 반드시 그렇다고 하지 않았으며[毋必], 집착함이 없으며[毋固], 나만이 옳다고 하지 않았다[毋我].

107) 『맹자』 「공손추장구상(公孫丑章句上)」에 있다.

108) 『중용』에 나온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詩曰, 衣錦尙絅, 惡其文之著也. 故君子之道, 闇然而日章, 小人之道, 的然而日亡(『시경』에서 말하기를 ‘비단옷을 입고 홑 겉옷을 걸친다’고 하였으니, 그 문체가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는 어두우면서도 날로 드러나고, 소인의 도는 뚜렷하면서도 날로 사그라지는 것이다).”

109) 공자의 옛집에서 발견된 서경의 고본. 즉 고문상서(古文尙書)를 말한다.

110) 『서경』 「진서(秦誓)」에 있다.

111) 『중용』의 ‘천하차동궤(天下車同軌)’에서 나온 말로서, 천하를 통일하여 수레바퀴의 폭을 동일하게 함을 의미한다.

112) ‘混洞太無元(혼동태무원: 玉淸境)’, ‘적혼태무원(赤混太無元: 上淸境)’, ‘명적현통원(冥寂玄通元: 太淸境)’의 삼원, 혹은 천지인(天地人)의 삼원을 의미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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