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세상 만물은 어두운 면이 있으면 밝은 면이 있고,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것이 있다. 햇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것처럼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자연과 사물은 상반된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고대인들은 이를 음양(陰陽)이라 일컫고, 이를 천지 만물의 기본적인 운행 법칙이라고 생각했다. 음양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절대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마주 보는 대상이 있어 상호 공존하는 것이자 서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음양은 특정한 사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연계의 모든 사물과 현상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원리로 천지(天地), 일월(日月), 상하(上下), 좌우(左右), 내외(內外), 남녀(男女)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주역(周易)』 「계사하전(繫辭下傳)」 제6장을 보면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건곤(乾坤)은 역(易)의 문(門)이다. 건은 양의 사물이요 곤은 음의 사물이다. 음과 양이 덕을 합해서 강하고 부드러운 것이 체(體)가 있다. 천지가 지은 것을 체로 하고 신명한 덕에 통한다.”1)고 하였고, 노자(老子)는 “만물은 음을 등지고 양을 향하니, 음양의 기(氣)가 서로 부딪쳐서 조화를 만든다.”2)고 하였다. 한편, 『성서』 「창세기」의 첫 구절에 나오는 천지창조에 관한 이야기도 음양의 이치로 만물이 생성되었다는 자연의 섭리를 말하고 있는 것으로 하느님이 인간 이전에 가장 먼저 창조한 하늘과 땅, 빛과 어둠은 결국 음양의 개념으로 귀결되니3) 음양론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기본 철학 개념임을 알 수 있다.
고대에 사용되었던 음양의 개념은 시간이 흐르며 그 의미가 확장되어 왔다. 초기의 음양은 자연현상을 나타내는 표현에 불과하였으나 전국시대에 이르러 노자, 장자, 묵자, 순자, 법가 등 제자백가로 지칭되는 거의 모든 학파가 음양 개념을 사용하여 만물의 생성변화를 설명하면서 그 의미는 좀 더 추상화되었다.4) 북송대(北宋代) 이래 현재까지 이어오는 명리학(命理學)도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천간(天干)5)과 지지(地支)6)로 치환한 후 상호관계를 해석하여 인간 삶의 길흉화복을 추론하는 언어체계7)로서 이 또한 음양론을 기초로 하고 있다. 천간은 양이며 하늘의 기운으로 주로 정신적이며 외부로 드러내 보이거나 공식적인8) 것이고, 지지는 음이며 땅의 기운으로 현실적이고 비공식적9) 활동이며 실천하는 것이다. 천간ㆍ지지의 여덟 글자의 상호관계가 상조(相助)하는지 상극(相剋)하는지를 살피는 것은 매우 유용한 추명법(推命法)이다.
음양이 화합하는 상조는 서로를 살리는 것이며 서로가 잘되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하고, 음양의 불균형으로 화합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극은 서로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명조에서 보자면, 양인 천간과 음인 지지가 서로 상조하는 관계는 통근(通根)과 투간(透干)이 있고 천간과 지지가 상극하는 관계는 개두(蓋頭)와 절각(截脚)이 있다.
천간과 지지의 관계에서 통근에 관하여 다룬 선행연구로는 「『적천수천미(滴天髓闡微)』의 정기신(精氣神) 고찰」과 「『명리정종(命理正宗)』의 병약(病藥)사상 고찰」에서 통근처를 설명한 두 편이 유일하다.10) 그러나 이들 연구는 통근보다는 정기신과 병약사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외 연구로는 하나의 명리 원전을 고찰하면서 서두에서 통근내용을 간단히 다루는 정도이거나,11) 중화(中和)된 명조의 강약을 파악하는 방법의 하나로써 통근을 제시하거나,12) 격국용신(格局用神)을 정할 때 일간과 용신의 강약을 판단하는 개념으로 통근 등을 부연 설명하는13)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 외 천간과 지지에 관한 선행연구는 많으나 천간과 지지의 상호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통근(通根)과 투간(透干), 개두(蓋頭)와 절각(截脚) 등 천간과 지지의 상조(相助)와 상극(相剋)에 관해 분석ㆍ고찰한 연구는 아직 없다.
본고는 자평명리학의 주요 원전인 1589년 장남(張楠)14)이 편찬한 『명리정종(命理正宗)』, 1658년 진소암(陳素庵)15)이 편찬한 『명리약언(命理約言)』, 심효첨(沈孝瞻)16)의 『자평진전(子平眞詮)』, 1840년대 후반 임철초(任鐵樵)17)가 새로운 주석을 보탠 『적천수천미(滴天髓闡微)』 그리고 1936년 서락오(徐樂吾)18)가 주해를 단 『자평진전평주(子平眞詮評註)』와 『자평수언(子平粹言)』 등에 나타난 천간ㆍ지지의 상호관계에 관한 문헌연구를 통하여 지금까지 보조 개념으로만 다루어지던 통근 관련 내용에 관한 근시안적인 관점을 벗어나 천간과 지지의 상조관계인 통근과 투간 그리고 상극관계인 개두와 절각의 개념을 고찰하고 원전 간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하여 그 중요성을 알리고자 한다.
Ⅱ. 천간과 지지가 상조(相助)하는 통근(通根)과 투간(透干)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용비어천가 제2장)”를 보면 나무가 땅에 뿌리를 강하게 두고 있으면 어떤 세찬 비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을 힘을 갖는다고 하였는데 이는 통근(通根)의 개념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통근이란 천간에 있는 글자가 지지의 글자에 뿌리를 내렸다는 의미로 정확히 말하면 천간의 오행이 지지 속 지장간(支藏干)19)에 암장(暗藏)된 같은 오행과 서로 연결된 것이다. 상대적 개념으로는 지지가 천간에 나타난 투간(透干)이 있다. 명조에서 천간과 지지가 서로 도와주는 관계인 통근과 투간은 그 사람의 주체성과 주변 조건을 활용하는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며, 일간(日干)20)의 바람과 의지를 실질적으로 펼치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 반면 명조에서 천간과 지지가 서로 극(剋) 하는 개두(蓋頭)와 절각(截脚)이 되면 살아가면서 많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고 본다.
예부터 천간(天干)과 지지(地支)의 상호관계를 음양의 조화로 보아 길흉을 판단하였고 그 대표적 경우인 통근과 그와 관련된 투간, 개두, 절각에 관한 이론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거나 사례에 적용하여 풀이한 원전으로는 『명리정종(命理正宗)』, 『명리약언(命理約言)』, 『자평진전(子平眞詮)』, 『적천수천미(滴天髓闡微)』 그리고 『자평진전평주(子平眞詮評註)』와 『자평수언(子平粹言)』 등이 있다.
먼저, 천간과 지지의 상호관계에 대해서 언급한 원전 내용을 살펴보자면 『적천수천미』에서는 천간과 지지의 배합을 상세하고 자세하게 살피면 사람의 불행과 행복 그리고 재앙이 확실해진다21)고 하였고 『자평진전평주』에서는 천간과 지지의 통근과 투간22)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서락오평주) 지지에 암장된 천간은 본래 정(靜)으로 쓰임을 기다리다가 간두(干頭)에 투출하면 그 쓰임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천간은 통근을 좋게 여기고, 지지는 투출을 귀하게 여긴다. 『적천수』에 말하기를, 천간에 하나의 기로 온전하여도 지덕(地德)으로 하여금 싣지 않게 하여서는 안 되고, 지지에 삼물(三物)이 온전하여도 천도(天道)로 하여금 받아들이지 않게 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23)
이처럼 『적천수천미』와 『자평진전평주』의 내용을 보면 천간과 지지의 긴밀한 작용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지덕으로 하여금 싣는 것이 통근이며 천도로 하여금 받아들이는 것이 투간이다. 일간을 비롯한 천간은 통근이 되어 지지가 받쳐주어야 힘이 있으며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평초(浮萍草)와 같이 주위세력에 휩쓸리며 쓸모가 적다. 일간의 강약을 이야기할 때는 우선 일간의 통근(通根) 유무를 살펴야 한다. 운(運)에서 오는 지지로 통근이 되면 이상이 현실화되고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난다. 지지도 천간에 투간하여야 고요히 쓰일 때를 기다리던 오행이 사회적 활동을 하여 밖으로 보이게 된다.
(원문) 木은 하늘에서 상(象)을 이루고 지지에서 형(形)을 이루는 것이다. 甲乙이 하늘에서 행하면 寅卯는 받아들인다. 땅에는 寅卯가 있어 甲乙을 받아들여 이를 시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甲乙은 관장과 같고 寅卯는 담당하는 지방과 같다. 甲의 록(祿)은 寅에 있고, 乙의 록은 卯에 있으니 이는 부관이 군(郡)에 있고, 현관이 읍(邑)에 있는 것과 같아서 각기 한 달 동안 명령을 집행하는 것이다.24)
위의 내용에서 간지(干支)의 결합 즉 통근을 관리의 부임으로 비유하고 있다. 천간의 甲乙 관리는 지지에서 록(祿)25)인 寅卯를 보아야만 부임지를 얻어 관리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으로, 록이란 실질적인 역할이며 곧 자아의 실현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甲의 관리가 寅을 보지 못하면 부임지를 얻지 못한 것이므로 관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일한 오행의 천간과 지지가 결합 되어야만 비로소 가시적인 성취나 물상의 유입을 실감한다. 예를 들어 甲乙 일간의 천간에 있는 관성(官星)26)인 庚 하나의 글자만 가지고는 관리로 출사함을 논하기가 어렵지만, 록인 지지의 申과 결합하여 통근하게 되면 공직에 오르게 된다.
(원문) 가을의 木이 비록 약하지만, 木의 뿌리가 깊다면 역시 강하게 된다. 천간에 甲乙이 있고 지지에 寅卯가 있다면, 관(金)이 천간에 투출하여 만나도 능히 감당할 수 있다.27) 여름의 水나 겨울의 火를 보고, 통근했는지 살피지도 않고, 무턱대고 신약하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양간(陽干)이 고(庫)를 만나면, 예로 壬이 辰을 만나고 丙이 戌을 깔고 앉았으면, 水와 火가 통근한 것인데도 그렇게 판단하지 않고, 형충(刑冲)하여 고를 열어야 한다고 하니, 이런 잘못된 학설은 반드시 일소해야 한다.28)
위의 내용을 보면, 조후론(調喉論)에서는 월지(月支)를 중시하여 가을(申酉戌)에 태어난 甲乙은 신약(身弱)하다고 판단하지만 통근론의 관점에서는 甲乙이 지지에 통근하였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만약 지지의 寅卯에 통근하였다면 신강(身强)하므로 관성인 金이 있어도 감당할 수 있다. 가령 甲寅 일주나 乙卯 일주는 득령(得令)29)하지 못했어도 신약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계절을 나타내는 월지로 신강, 신약을 판단하는 기존의 방법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천간의 壬이 지지에 辰을 만나면 辰 속의 지장간(乙ㆍ癸ㆍ戊) 중에 癸에 통근을 하므로 신강하고, 천간의 丙이 지지의 戌을 만나면 지장간(辛ㆍ丁ㆍ戊) 중에 丁에 통근을 하므로 또한 신강하다고 말하고 있다.
통근의 범위에 대해서는 심효첨(沈孝瞻)의 『자평진전(子平眞詮)』과 서락오(徐樂吾)의 『자평진전평주(子平眞詮評註)』에서 표현의 차이가 있는데 甲乙의 경우 뿌리가 되는 지지가 『자평진전』에서는 장생(長生)30)과 록왕(祿旺)31)은 뿌리 중에 중(重)한 것이며 묘고(墓庫)32)와 여기(餘氣)33)는 뿌리 중에 경(經)한 것이라 서술하였고, 서락오는 『자평진전평주』에서 寅, 卯와 亥, 未, 辰까지 모두 뿌리가 된다고 적었다. 서락오의 또 다른 저서 『자평수언(子平粹言)』을 보면 천간의 강약과 통근처(通根處)에 관해 자세히 설명한 부분이 있다.
천간 강약의 이치는 지지는 무겁고 천간은 가벼운 것이다. 지지의 힘은 알차고 천간의 기는 떠다니기 때문에, 천간은 반드시 지지의 지장간에 뿌리를 내려야 힘이 있게 된다. 또 지지 속의 지장간은 천간에 나와야 그 쓰임이 드러나게 된다. 천간은 지지를 뿌리로 삼으니, 장생지(長生支)ㆍ임관지(臨官支)ㆍ제왕지(帝旺支)는 뿌리가 강한 것이다. 묘고지(墓庫支)ㆍ여기(餘氣)는 뿌리가 약한 것이다. 甲乙이 未를 보면 묘고이고, 辰을 보면 여기이다.34)
이처럼 『자평수언』에서 甲乙을 예로 들어 장생지인 亥, 임관35)지인 寅, 제왕지인 卯, 묘고지인 未, 여기인 辰까지 거론하였으니 이는 木의 삼합(三合)36)인 亥卯未와 방합(方合)37)인 寅卯辰을 통근처(通根處)라고 말한 것이다.
이때 통근처인 장생지를 양간(陽干) 甲과 음간(陰干) 乙로 나누어 보는 견해와 양ㆍ음간을 하나의 木 오행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심효첨의 『자평진전』에서는 양의 장생은 유력(有力)하고 음의 장생은 그다지 유력하지 않지만 또한 약하지도 않다38)면서, 음간의 장생은 乙木이 午火를 만나고 丁火가 酉金을 만나는 종류로 또한 유근(有根)이 되니 1개의 여기(餘氣)를 얻은 것과 비교한다39)고 하였다. 이는 양간의 장생지보다는 힘이 약하지만 음간의 장생지도 통근처로 본 것이다. 그러나 서락오는 『자평진전평주』에서 이 부분을 비판하기를 음간의 장생지가 유근이 되고 1개의 여기(餘氣)에 비교한 것은 생왕묘절(生旺墓絶)의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여서 모순을 면치 못한 것40)이라고 하였다. 또 임철초는 『적천수천미』에서 木은 모두 亥에서 생(生)하는 것이고 木은 午에서 모두 사(死)하는 것이니 음양은 동생동사(同生同死)함을 가히 알 수 있다41)고 하였다. 이처럼 『자평진전평주』와 『적천수천미』에서는 음양을 묶어 하나의 오행으로 통근처를 살폈다. 현재 통용되는 통근처도 음양 구분함 없이 살피니 『자평진전평주』와 『적천수천미』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다.
木을 예로 들어 통근처를 살펴보자면 甲乙은 1월(寅), 2월(卯), 3월(辰), 6월(未), 10월(亥)에 통근 되며, 11월(子)의 생(生)을 받는다. 寅ㆍ卯월은 봄이고 木의 건록(建祿), 제왕(帝旺) 지지이므로 木의 기운이 1년 중 가장 강할 때이다. 辰월은 봄의 끝자락에 해당하여 木의 기운이 아직 왕성하며, 未월은 木의 고지(庫地)로서 卯나 亥가 있으면 木 국(局)을 이루어 木의 기운이 왕성해진다. 亥월은 木의 장생(長生) 지지인 동시에 木을 생하는 기운을 담고 있다. 그러나 子월은 木을 생하지만 동절의 한랭기(寒冷期)이므로 木을 생하는 힘이 매우 약하고 지장간(壬ㆍ癸)에는 木의 기운이 없어 통근을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통근이 되는 지지는 삼합과 방합이 되는 지지뿐이다. 土 오행의 경우는 화토동궁(火土同宮)42)의 이론에 따라 火 오행과 같은 통근처를 갖는다.
지지 삼합 : 亥卯未(木) / 寅午戌(火) / 巳酉丑(金) / 申子辰(水)
지지 방합 : 寅卯辰(木, 동방, 봄) / 巳午未(火, 남방, 여름)
申酉戌(金, 서방, 가을) / 亥子丑(水, 북방, 겨울)
<표 1>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土의 통근 지지인 寅은 火(=土)의 삼합의 생지이므로 통근이 되지만 계절에 따라 통근이 안 될 경우도 있다. 봄철의 寅은 火(=土)의 생지보다는 木의 성질이 강하여 土가 통근하지 못한다. 여름의 寅은 당연히 火(=土)의 생지이므로 土의 통근이 가능하다. 金의 통근 지지인 巳의 경우에도 金의 생지이지만 여름철의 巳는 火의 성질이 강하여 金이 통근하지 못한다. 가을엔 金의 통근이 가능하다. 그리고 인성(印星)43)이 곧 통근처가 되는 것은 아니다. 子는 木 오행의 인성이지만 통근처는 되지 못하고, 卯는 火 오행의 인성이지만 통근처가 아니며, 辰은 金 오행의 인성이지만 통근처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酉는 水 오행의 인성이지만 통근처는 되지 못한다.44)
오행 | 록왕지 | 장생지 | 여기ㆍ묘고지 |
---|---|---|---|
木(甲, 乙) | 卯, 寅 | 亥 | 辰, 未 |
火(丙, 丁) | 午, 巳 | 寅 | 未, 戌 |
土(戊, 己) | 午, 巳 | 未, 戌, 辰, 丑, (寅) | |
金(庚, 辛) | 酉, 申 | (巳) | 戌, 丑 |
水(壬, 癸) | 子, 亥 | 申 | 丑, 辰 |
통근에도 그 힘의 강약 차이는 있다. 통근력(通根力)을 보는 첫 번째 조건은 자리[宮位]이다. 일간이 통근했다고 하더라도 연월일시 어느 지지에 뿌리를 내렸는지 그 위치에 따라 통근력을 다르게 보았다. 『적천수천미」에서 임철초는 월령(月令)이란 명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천간에서 돕는 신이 있으면, 비유하여 옮길 수 없는 큰 집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였으니45) 일간의 경우 월지(月支)에 통근하는 것을 가장 강하다고 보았고, 그다음은 일간이 앉은 자리인 일지(日支)이고, 그다음이 시지(時支)이고, 마지막으로 년지(年支)의 순으로 보고 있다. 일간 외 다른 천간의 통근력을 보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로 월지가 가장 강하고 다음이 앉은 자리이며 그다음은 가까운 자리로 보았다. 통근력의 순위를 매겨본다면 다음과 같다.
時 | 日 | 月 | 年 | 時 | 日 | 月 | 年 | ||
---|---|---|---|---|---|---|---|---|---|
천 간 | 甲 | 천 간 | 甲 | ||||||
통근력 | ④ | ② | ① | ③ | 통근력 | ④ | ③ | ① | ② |
時 | 日 | 月 | 年 | 時 | 日 | 月 | 年 | ||
---|---|---|---|---|---|---|---|---|---|
천 간 | 甲 (일간) | 천 간 | 甲 | ||||||
통근력 | ③ | ② | ① | ④ | 통근력 | ② | ③ | ① | ④ |
통근력을 보는 두 번째 조건은 지지의 특성이다. 같은 자리에 통근했더라도 지지의 특성인 장생지(長生支), 록왕지(祿旺支), 여기(餘氣), 묘고지(墓庫支)를 살펴 어떤 상태의 통근인가를 보아야 한다. 지지의 특성에 따른 통근력에 관하여 서락오는 『자평진전평주』의 <논음양생사(論陰陽生死)>에서 천간은 지지에 통근해야 하니, 록과 제왕만 좋은 것이 아니고, 장생ㆍ여기ㆍ묘고도 그 뿌리라고 말하였고46) <논십간득시불왕실시불약(論十干得時不旺失時不弱)>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원문) 따라서 천간은 월령의 휴수(休囚)를 논하지 않는다. 사주에 뿌리가 있기만 하면, 재(財)ㆍ관(官)ㆍ식신(食神)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하고 상관(傷官)과 칠살(七殺)도 감당할 수 있다. 강한 통근은 장생지와 록왕지이다. 묘고지와 여기는 통근에 경하다. (천간에서) 1개의 비견을 얻는 것은, 지지에서 1개의 묘고를 얻는 것보다 못하다. (천간에서) 2개의 비견을 얻는 것은, 여기인 지지를 얻는 것보다 못하다. (천간에서) 3개의 비견을 얻는 것은, 장생ㆍ록ㆍ양인을 얻는 것보다 못하다. 음간의 장생은 이처럼 논하지 않는다. … 대체로 천간의 비견ㆍ겁재는 친구들이 서로 돕는 것과 같고, 통근은 함께 사는 가족과 같다. 천간이 많은 것은 통근 뿌리가 중한 것보다 못하고, 이러한 이치는 매우 확고하다.”47)
위의 내용을 보면, 천간의 1개의 비견(比肩)은 지지의 묘고보다 못하며, 천간의 2개의 비견은 지지의 여기보다 못하며, 천간의 3개의 비견은 지지의 장생, 록왕보다 못하다고 하였다. 또한 비겁(比劫)48)을 친구로 비유하여 일간을 도와주지만 위급한 상황에서는 외면할 수 있고 지지의 뿌리는 생사를 같이하는 처자식이라 했다. 결국 천간의 같은 오행 수보다 지지에 뿌리를 강하게 내린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지지특성에 따른 통근력을 요약하자면 록왕지와 장생지에 뿌리를 두었을 때 가장 강하고 그다음 여기가 강하며 끝으로 묘고지가 가장 약하다.
투간(透干)은 통근(通根)과 상대적인 개념49)으로 지지의 오행이 천간으로 발현하는 것이 투간이다. 다시 말해 투간은 명조의 지지에 암장된 지장간이 명조의 천간 또는 행운(行運)의 천간에 같은 오행으로 드러난 것을 일컬으며 투간 되었을 때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투간은 지지로부터 어떠한 역량을 부여받았는가를 가늠하고 주인공이 추구하는 목표와 의지를 대외적으로 펼치는지를 예측하는 데도 활용된다.50) 천간의 기운을 지지가 돕는 것이 통근이고, 지지의 기운을 천간이 돕는 것이 투간이다. 천간과 지지가 서로 돕는 상조(相助)의 개념으로는 통근과 투간이 같지만, 그 주체가 천간인지 지지인지에 따라 상대적 개념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그림 1>처럼 亥의 지장간에는 戊ㆍ甲ㆍ壬이 있는데 이 중에 천간에 같은 오행 壬으로 드러난 것이 투간이다. 원국 천간에 같은 오행이 있다면 그 자체로 투간이 된 것이고 만약 원국에 없는 오행이라면 지장간에만 간직되고 있다가 운에서 같은 오행 壬이 왔을 때 비로소 투간이 되었다고 본다. 또 다른 예로 지지의 寅은 지장간(戊ㆍ丙ㆍ甲)에 천간의 기운을 간직하고 있는데 이들이 천간에 드러나면 투간이다. 지장간이 투간 된 지지는 역할이 분명해지고 그 오행을 공적, 사회적으로 쓰게 된다. 월지 지장간의 정기(正氣)가 투간되었을 때 가장 힘이 좋다고 보며 자평명리학51)의 격국용신(格局用神)을 정할 때 중요하게 여긴다.
통근과 투간을 세운(歲運)에 대입하여 丙 일간이 재성(財星)52) 金운을 만날 때를 예로 들어 보겠다. 이때 천간 辛은 ‘부자가 되려는 의지’이고 지지 酉는 ‘의지와 무관한 실질적인 재물’이다.
통근, 투간에 관한 명리 원전의 내용을 요약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명리 원전의 사례들에서 통근과 투간에 관한 다양한 표현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사례 1)은 『명리정종(命理正宗)』의 <정관격(正官格)>에 나오는 명조이다.
사례 1)
시 일 월 년 여명, 대운
庚 乙 丁 丁 甲 癸 壬 辛 庚 己 戊
辰 未 未 巳 寅 丑 子 亥 戌 酉 申
“乙 일간이 未월생 인데, 부성(庚)과 자성(丁)이 천간에 투하고, 또 일간이 뿌리가 있으니, 부성과 자성이 능히 자신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다.”53)
사례 1)의 명조를 보면, 일간인 乙이 월지(未)와 일지(未) 그리고 시지(辰)에 모두 통근하여 튼튼하다. 부성(夫星)인 庚은 앉은 자리에서 생 받고 있어 약하지 않고, 자성(子星)인 丁이 월지(未)와 앉은 자리(巳) 그리고 일지(未)에 통근을 강하게 하고 있어서 남편과 자식이 제 역할을 다한다. 천간의 글자들은 명조 주인공인 일간의 삶의 목표라 할 수 있는데 일간이 통근 되어야 천간의 육신(六神)54)을 활용할 수 있으며 천간의 육신은 통근 되어야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래의 사례 2)는 『적천수천미(滴天髓闡微)』의 「통신론(通神論)」 <관살(官殺)>편에 나온 명조이다.
사례 2)
시 일 월 년 남명, 대운
甲 壬 戊 戊 甲 癸 壬 辛 庚 己
辰 辰 午 辰 子 亥 戌 酉 申 未
“이 명조는 거의 다 관살(土)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쁜 것은 지지에 辰이 세 개로 壬 일간이 고지(辰)에 통근한 것이고, 또 묘한 것은 金 없이, 시간에 투(透)한 식신으로 제살하였다.”55)
사례 2)의 내용을 보면, 천간에 관살(官殺)인 두 개의 戊가 모든 지지에 통근하고 있어 지나치게 강하여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壬 일간이 고지(庫支)인 辰에 통근하여 힘이 있고 식신(食神)인 甲이 辰으로부터 투간하여 천간에서 관살인 戊를 다스리면서 명조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즉 일간과 식신, 관살이 모두 통근하여 제 역할을 하고 있어 아름답다고 표현하였다.
Ⅲ. 천간과 지지가 상극(相剋)하는 개두(蓋頭)와 절각(截脚)
천간과 지지의 관계에서 서로 극하여 힘을 약하게 만드는 관계가 있다. 천간이 지지를 약하게 만드는 개두(蓋頭)가 있고, 반대로 지지가 천간을 약하게 만드는 절각(截脚)이 있다. 개두란 ‘머리를 덮는다’라는 뜻으로 천간의 글자가 작용을 하는 것이다. 명리학적으로 풀어본다면 용신(用神)56)인 기뻐하는 오행글자가 지지에 있는데 천간에서 머리를 덮고 극하는 것을 말한다. 통근이 되는 지지글자를 천간에서 극하면 힘을 빼서 근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림 2>처럼 개두가 천간이 지지를 극하는 것이라면 그와 반대 개념으로 절각이 있는데 절각이란 ‘다리를 끊는다’라는 뜻으로 명리학적으로 보자면 지지가 천간의 기운을 방해하여 극하는 것을 말한다.
(임선생님이 말하기를) 무엇을 일러 개두라 하는가, 가령 木 운이 좋을 때 庚寅ㆍ辛卯 운을 만나거나, 火 운이 좋을 때 壬午ㆍ癸巳 운을 만나거나, 土 운이 좋을 때 甲戌ㆍ甲辰ㆍ乙丑ㆍ乙未 운을 만나거나, 金 운이 좋을 때 丙申ㆍ丁酉 운을 만나거나, 水 운이 좋을 때 戊子ㆍ己亥 운을 만나는 것이다.57)
위의 내용처럼 『적천수천미』에서는 개두를 기뻐하는 지지 운을 천간이 극하는 관계로 표현하여 그 예를 들고 있다. 木 운을 반기는데 금극목(金剋木)으로 천간(庚)이 木의 기운인 지지(寅)를 극하고 있고, 火 운을 반기는데 수극화(水剋火)로 지지를 극하며, 土 운을 반기는데 목극토(木剋土)로 지지를 극하고, 金 운을 반기는데 화극금(火剋金)으로 지지를 극하며, 水 운을 반기는데 토극수(土剋水)로 지지를 극하는 것을 개두라 하였다. 다음은 반대 개념인 지지가 천간을 극하는 절각에 대한 설명을 보자.
(임선생님이 말하기를) 무엇을 일러 절각이라 하는가, 가령 木 운이 좋을 때 甲申ㆍ乙酉ㆍ乙丑ㆍ乙巳 운을 만나거나, 火 운이 좋을 때 丙子ㆍ丁丑ㆍ丙申ㆍ丁酉ㆍ丁亥 운을 만나거나, 土 운이 좋을 때 戊寅ㆍ己卯ㆍ戊子ㆍ己酉ㆍ戊申 운을 만나거나, 金 운이 좋을 때 庚午ㆍ辛亥ㆍ庚寅ㆍ辛卯ㆍ庚子 운을 만나거나, 水 운이 좋을 때 壬寅ㆍ癸卯ㆍ壬午ㆍ癸未ㆍ壬戌ㆍ癸巳 운을 만나는 것이 이것이다.58)
그런데 위의 내용에서 특이할 사항이 있다. 『적천수천미』 주석(任註)에서 절각을 설명한 부분을 보면 개두와는 달리 지지가 천간을 극하는 경우를 포함하여 천간이 지지에 설(洩) 되거나, 천간이 지지를 극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명리 원전에서 설명한 부분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간지를 취용하는 법에서, 천간은 자신을 실어주는 지지가 절실하고, 지지는 자신을 덮어주는 천간이 절실한 것이다. 甲乙이 申酉 위에 실려 있으면 극패가 되는 것이다. 丙丁이 亥子 위에 실려 있으면 꺼려하여 제복되는 것이다.(절각 설명) 寅卯가 庚辛으로 덮여 있으면 극패 당하는 것이며, 巳午가 壬癸로 덮여 있으면 꺼려 하여 제복 당하는 것이다.59)(개두 설명) … 火가 만약 천간에 있는데, 지지에 물이 흐르고 있는 상황이면(절각 설명), 그 火의 빛이 감소 될 것이다. 金이 지지에 있는데, 천간에 火가 불타고 있다면(개두 설명), 그 견고함을 잃게 될 것이다.60)
위의 내용처럼 진소암(陳素庵)의 『명리약언(命理約言)』에서는 개두와 마찬가지로 절각을 극하는 관계로 보고 있다. 개두와 절각은 상대 개념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적천수천미』 주석의 절각 설명처럼 확대 해석 하기보다는 절각은 지지에서 천간을 극하는 것으로 한정하여 보는 게 타당하다. 즉 木 운을 기뻐하는데 지지(申)에서 금극목(金剋木)으로 천간(甲)을 극하는 경우이며, 火 운을 기뻐하는데 수극화(水剋火)로 지지에서 천간을 극하던가, 土 운을 기뻐하는데 목극토(木剋土)로 지지에서 천간을 극하며, 金 운을 기뻐하는데 지지에서 화극금(火剋金)으로 천간을 극하고, 水 운을 기뻐하는데 지지에서 토극수(土剋水)로 천간을 극하는 것이다. 이제는 개두와 절각을 함께 설명한 『적천수천미』의 한 부분을 보자.
(임선생님이 말하기를) 개두는 지지를 기뻐하는데, 운의 지지가 중하면 길흉이 반감될 것이고, 절각은 천간을 기뻐하는데, 지지가 천간을 실어주지 않으니 십년이 다 좋지 않다. … 고로 길한 운을 만나도 길함이 나타나지 않고, 흉한 운을 만나도 그 흉함이 보이지 않는 것은, 개두와 절각의 연고이다.61)
위의 설명은 지지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개두 되면 길흉이 반감된다고 하였고, 절각의 경우는 대운 10년이 모두 흉하다고 하였으니 개두보다 절각을 더 안좋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아래에 살펴볼 『명리정종(命理正宗)』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이론이다.
장남(張楠)의 『명리정종』에 나와 있는 개두에 관한 설명을 살펴보면 사람 몸에 비유하여 천간은 머리와 같고, 지지는 팔다리와 같으며, 지장간은 오장육부라 했고 그중 머리인 천간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았다. 『명리정종』에서는 주로 천간을 강조하며 개두를 말하였는데62) 이는 『적천수천미』에서 지지에 중점을 두고 개두와 절각을 설명한 것과 사뭇 다른 이론이다.
무엇을 개두라 하는가, 사람의 몸을 머리만 가지고 몸을 표시하는 것과 같다. 머리와 얼굴은 귀, 눈, 입, 코가 연계되어 있는바 이를 통합해서 머리라고 하는 것이다. 그 밑 팔다리와 배와 같은 것은 조금 흠이 있어도 옷으로 그 흠을 감출 수 있다. 머리의 일이 밖에서 드러나고 표시되어 움직이는 동(動)이라 부르고 팔다리 배가 감추어져 있는 것과 같지 않으니 경중이 다르다. 무릇 사람의 팔자의 종류는 팔자의 천간 네 글자는 머리와 같고, 아래 지지의 네 글자는 팔다리 배와 같고, 지지에 암장된 것은 오장육부와 같다. 마치 배의 빼어난 기가 발출되어 머리와 얼굴로 올라오면 곧 영화로운 꽃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일생의 부귀빈천은 단지 머리와 얼굴 위로 드러날 뿐이다.63)
위의 내용처럼 『명리정종』에서는 천간과 지지 그리고 지장간을 사람의 머리와 팔다리, 오장육부로 비유하여 천간(머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천간의 기운이 지지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았다. 천간은 동(動)으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반면 지지는 정(靜)으로 그 흠을 감추고 있다. 또 감춰진 기뻐하는 글자가 천간으로 드러나게 되면 비로소 영향력을 행사하여 영화로운 꽃이 핀다고 하였다. 즉 천간을 중심으로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이다.
또 庚辛 일간이, 甲乙丙丁 네 글자가 복을 주는 신(神)이 되고 庚辛壬癸 네 글자는 병을 주는 신이 될 때, 오는 운에서 甲乙丙丁 글자를 멀리 바라보고 머리를 덮으면 좋고, 만약 庚辛壬癸 글자를 멀리 바라보면 문득 괴멸되는 명이다. 비록 운의 지지에 甲乙丙丁이 있어도 운의 천간에 庚辛壬癸가 머리를 덮으면, 지지의 甲乙丙丁은 괴멸하니 복을 이루지 못한다. 庚辛壬癸가 얼굴 위에 있어 나오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팔자를 볼 때 이 개두하는 글자를 멀리 바라보면 사람 일생의 좋고 나쁨을 능히 알 수 있는데 이것이 진정으로 비결이다.64)
위의 내용을 보면, 甲乙丙丁이 기뻐하는 글자이고 庚辛壬癸가 병(病)이 되는 글자일 때 운에서 甲乙丙丁이 천간으로 오는 것은 좋지만 庚辛壬癸가 천간으로 온다면 개두하여 명(命)이 무너진다고 했다. 지지에 기뻐하는 글자가 있더라도 천간이 개두 한다면 복을 이루지 못한다. 즉 개두란 천간의 글자를 중심으로 화복(禍福)을 판단하는 것이다. 『명리정종』에 나와 있는 「개두설」을 종합해 보면 명조의 천간과 지지 중에서, 천간에 드러난 것이 운명에 직접 작용하는 것으로 인식하며 명조 속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글자라 하여도 그것이 지지에 있으면 해를 입히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글자라 하여도 그것이 천간에 드러나지 않으면 작용하지 못한다.65) 이처럼 『명리정종』에서는 절각에 관한 내용이 없었고, 개두에 대한 설명은 앞서 본 『적천수천미』, 『명리약언』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명리 원전에서 보이는 개두와 절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명리원전의 개두, 절각을 언급한 사례 중에서 『적천수천미』의 「통신론」<관살>편에서 나오는 사례 3)을 통해 개두 부분을 살펴 보겠다.
사례 3)
시 일 월 년 남명, 대운
庚 乙 辛 丙 丁 丙 乙 甲 癸 壬
辰 亥 卯 辰 酉 辛 未 午 巳 辰
“乙亥 일간이 좌하에 장생을 두고 또 월령이 건록으로 당령하니 족히 재를 쓸 수 있다. 乙庚 합은 木이 왕하여 金으로 종하지 않는다. 향방 출신으로 丙申ㆍ丁酉 운에 이르러 火가 천간에 개두하여 현관(顯官)에 등용하기가 어려웠으나, 끝내는 서방 금지로 금당(琴堂)에 올라 마음을 풀고 화원에서 노래를 부르곤 하였다.”66)
위 사례 3)의 명조는 乙 일간이 월지(卯)와 일지(亥) 그리고 시지ㆍ년지(辰)에 모두 통근하고 있어 주체성이 강하고 천간의 육신을 활용할 힘을 가지고 있다. 용신이 土, 金인데 천간의 庚은 원국에서 통근을 못하고 辰의 생만 받고 있다. 丙申, 丁酉 대운에서 기뻐하는 지지의 申酉 운이 와서 庚이 통근할 수 있지만 천간에서 개두하는 火氣가 있어서 처음에는 관직에 나가기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였다. 이는 기뻐하는 운이 오지만 천간에서 극하는 개두가 되면 어려움이 있다는 뜻이다. 한편 절각을 언급한 사례 4)는 『적천수천미』의 「통신론」 <쇠왕(衰旺)>편에 나오는 명조이다.
사례 4)
시 일 월 년 남명, 대운
戊 甲 丁 甲 癸 壬 辛 庚 己 戊
辰 子 卯 辰 酉 申 未 午 巳 辰
“甲子 일주가 卯월에 생하였는데, 지지의 두 辰은 木의 여기이고, 또 卯辰 동방에 子辰이 공수(拱水)하여 木을 생하므로 木이 태왕하니 金과 같다. 그리하여 丁을 용신으로 한다. 巳 운에 이르러 丁이 왕지에 임하니 이름이 궁장(宮牆)에 올랐다. 庚辛 두 운은 남방의 절각된 金으로, 비록 형모(刑耗)는 있었으나 대환(大患)은 없었다.”67)
위 사례 4)의 명조는 甲 일간이 월지(卯)에 통근하고 시지와 년지(辰)에 통근하며 인성인 水局의 생을 받고 있어 주체성이 강하다. 재성인 戊도 두 개의 辰에 통근하니 甲 일간이 풍부한 재물을 얻는 데는 어려움이 없겠다. 다만 천간의 丁이 무근으로 떠 있으니 운에서 火氣가 지지로 오면 더욱 좋을 것이다. 己巳 대운을 만나 丁이 통근이 되니 기쁜 일이 많았다. 庚午 대운은 기신(忌神)인 庚을 절각으로 지지에서 午로 극하니 나쁜 일이 줄어서 어려움 중에 큰 걱정은 없었다고 하였다. 이는 절각이란 지지가 천간을 극하는 것인데 만약 천간이 기신이라면 그 흉함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이다.
Ⅳ. 결론
고대인들은 천지 만물의 성향과 특성이 다른 두 가지 측면을 음양(陰陽)이라 일컫고, 자연계의 모든 사물과 현상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원리라고 생각했다. 음양은 마주 보는 대상이 있어 상호 공존하는 것이자 서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서로 도와주는 관계인지 서로 극하는 관계인지를 살피는 것은 중요하다. 명리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천간은 양이며 하늘의 기운으로 주로 정신적이며 외부로 드러내 보이거나 공식적인 것이고, 지지는 음이며 땅의 기운으로 현실적이고 비공식 활동이며 실천하는 것이다. 북송대(北宋代) 이래 청대(淸代)까지의 자평명리학은 천간과 지지의 상호 관계를 간지의 상조(相助) 관계인 통근(通根)과 투간(透干) 그리고 간지의 상극(相剋) 관계인 개두(蓋頭)와 절각(截脚)으로 나누어 명조(命造)를 살폈다. 이때 통근과 투간은 천간과 지지가 서로 도와주어 강하게 만드는 관계이며, 개두와 절각은 천간과 지지가 서로 방해하여 힘을 반감시키는 관계이다.
『적천수천미(滴天髓闡微)』, 『자평진전평주(子平眞詮評註)』, 『자평수언(子平粹言)』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통근(通根)이란 천간의 오행이 지지 속 지장간(支藏干)에 암장(暗藏)된 같은 오행과 서로 연결되는 것으로 통근처는 같은 오행의 삼합(三合)과 방합(方合)의 지지이다. 이때 음양을 묶어 하나의 오행으로 통근처를 살피는 것으로, 음간의 통근처를 따로 보지는 않으며 인성(印星)은 일간을 도와주는 역할일 뿐 인성이 곧 통근처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견해이다. 통근이 되면 주체성과 주변 조건을 활용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통근력의 크기는 첫째, 통근한 자리로 보는데 일간은 월지 > 일지 > 시지 > 년지 순이며, 다른 천간은 월지 > 앉은 자리 > 가까운 자리 순이다. 둘째, 통근 된 지지특성으로 보는데 록왕지(祿旺支)ㆍ장생지(長生支) > 여기(餘氣) > 묘고지(墓庫支)의 순이다. 천간의 비견(比肩)은 지지의 록왕지, 장생지, 여기, 묘고지보다 못하다고 하였는데 이는 천간에 같은 오행 수가 많은 것보다 지지에 뿌리를 강하게 내린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투간(透干)은 통근과 주체가 바뀐 상대 개념으로 명조의 지지에 암장된 지장간의 천간오행이 명조의 천간 또는 행운(行運)의 천간에 같은 오행으로 드러난 것을 일컬으며 투간 되었을 때 암장된 오행이 밖으로 보이고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월지 지장간의 정기(正氣)가 투간되었을 때 가장 힘이 좋다고 보며 자평 명리학의 격국용신(格局用神)을 정할 때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므로 통근과 투간 모두 일간과 다른 천간인 육신의 강약을 가늠하는 중요한 판단 방법이 된다.
간지의 상극관계인 개두와 절각에 관한 명리 원전의 내용을 보면 『명리약언(命理約言)』, 『적천수천미』에서는 천간이 지지를 극하는 것을 개두(蓋頭)라 하였다. 한편 『명리정종(命理正宗)』에서는 천간의 글자가 지지를 덮는 것을 개두라 하여 주로 천간만을 위주로 보아 좋고 나쁨을 판단하였다. 이처럼 개두 이론이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 있으나 현대에는 간명(看命) 시 개두를 논할 때 천간이 지지를 극하면 개두라고 보는 것이 보통이다. 개두의 상대 개념인 절각(截脚)에 대해서 『명리약언』에서는 지지가 천간을 극하는 관계라고 하였고 『적천수천미』에서는 절각의 범위를 더 넓게 보고 있다. 그러나 개두와 상대적 개념으로 판단한다면 지지가 천간을 극하는 것으로 한정하여 봄이 타당하다. 개두와 절각은 기뻐하는 글자인 용신(用神)을 극하는 관계를 주로 보게 되는데 『적천수천미』에서는 지지가 더 중요하다고 여겨 개두보다 절각의 피해가 더 크다고 보았다.
추명(推命)시 우선하여 보는 것은 음양오행이 조화된 명조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조화된 명조란 중화 되었는지, 유통 되었는지, 그리고 통근 되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조화된 명조인지를 보기 위해서는 일간과 육신의 힘과 활용도를 가늠하기 위한 통근 유무가 중요한 판단 조건임이 분명하다. 『적천수천미』에서는 ‘고로 천간과 지지가 거스르지 아니하고 따라가 순수하면 창성하고, 천간과 지지가 서로 어그러져서 혼란하면 망하게 된다. 뿌리가 있고 없고보다는, 천간은 지지를 덮어주고 지지는 천간을 실어줘야 하는 것이다.’68)라고 표현하였으니 조화로운 명조의 가장 밑바탕은 천간과 지지의 여덟 글자가 서로 덮어주고 실어주는 관계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본고는 음양론에 기초한 천간과 지지의 상호관계에 관한 연구로서 통근과 투간, 개두와 절각 이론의 정립과 그 중요성이 인식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