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포덕천하를 지향하는 대순진리회가 2010년부터 중국의 도교 학자 혹은 교단과 많은 교류를 하게 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의도하였던 하지 않았던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앙의 대상인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에 대한 연구도 깊어졌는데 대순진리회에서 신앙하는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란 신격명에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란 신격명이 중국도교 경전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두 신앙체계에 대한 비교 연구는 2011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1) 이러한 과정에서 대순진리회는 ‘보화천존상제’2)를 최고 신격으로 신앙하고 있는 반면, 도교에서는 ‘보화천존’이 최고 신격으로 신앙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논의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순진리회의 교학자들에게 ‘어떤 이론 체계로써 외부인 특히 도교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보화천존상제를 최고신으로 변증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야기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도 이 문제는 대순진리회의 신앙체계와 연관되며 더욱 복잡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왜냐하면 강증산(1871~1909)을 신앙하는 대순진리회의 독특한 신앙체계 때문이다. 즉, 대순진리회는 증산이 최고의 신임을 표방하면서 강세 전 신격을 ‘구천대원조화주신(九天大元調化主神)’으로, 화천 후의 신격을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上帝)’로 명칭하고 있기 때문이다.3) 다시 말해 다원적 환경에서 보화천존상제의 최고신 변증문제와 더불어 독특한 최고신격 변화에 대한 합리적이고 개연성 있는 설명이 대순교학에서 제시되지 않는다면 결국 두 신격 간 동일성과 차이성에 대한 여러 교학 논쟁이 교리적 갈등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유사한 신앙체계를 지닌 종교 현상들의 경우 경전을 통해, 또는 신화적 담론으로 신격 변화를 해결하고 있지만, 대순진리회의 경우 이에 대한 경전 문헌이나 신화적 설명도 없으며 더 나아가 교리적 설명이나 담론이 현재까지는 거의 없기에 이에 대한 교학 연구의 기초가 시급한 실정인 것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상황에서 최고신격의 변화와 최고신 변증에 대한 교학 이론의 정립을 위한 기초적 방향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고 기획되었다. 따라서 서론은 연구의 기반이 되는, 제시된 대순진리회 신앙체계의 독특성을 비교적 관점에서 확인하고 이러한 신앙체계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성립되었는지를 개론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증산이 인세에서 활동하는 동안 직접 자신의 구체적 신격을 표방하였다는 기록은 가장 빠른 문헌이라 할 수 있는 1926년의 『증산천사공사기』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그 후 증산계열 경전 중 편파성이 약한 1947년 『대순전경』 3판에도 나타나지 않으며, 대순진리회의 경전인 1974년 『전경』4)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물론 증산이 자신을 미륵이라 언명한 적은 있다. 하지만 전후의 맥락을 살펴보면 이는 실제 자신이 미륵불임을 표방하였다고 보다는 금산사의 미륵과 연관된 언급이기에 구체적 신격을 말한 것이라 보기 부족하다. 그러하기에 증산의 신격을 미륵불로 정한 교단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증산은 종도들에게 자신의 신격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한 적이 없으며 결국 이는 증산의 화천 후 그 신격화에 있어 일관된 흐름이 존재하기 어려웠으며 결국 당시의 종교 지형과 교단의 세력에 따른 신격의 분화와 통합이 이루어졌음을 예상하게 한다.
증산의 신격화 양상을 알기 위해서는 증산계 종단의 계통도를 이해해야 한다. 증산을 신앙하는 종단들의 계통도는 학자들마다 관점에 따라 다르게 그릴 수 있지만, 속인제인 동학의 연원제와 동일한 형태로 증산계 교단의 포교가 이루어진 만큼 인맥을 통한 종단 계통도가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자료를 살펴보면 초기 종단 창립은 김경학 외 8명의 친자종도가 만든 9개 종단으로 정리될 수 있다5). 초기 종단은 대체로 친자종도인 김경학(1861~1947)6), 고수부(1880~1935)7) 그리고 문공신(1879~1954)8)에서부터 비롯되었지만, 김경학과 문공신의 종단은 이어지지 못한 채 소멸되었다. 단지 고수부로부터 비롯된 종단들 중에서 몇몇 종단만이 오늘날까지 존속하고 있다.9)
9개 종단 중에서 문공신은 신격을 밝히지 않고 증산을 ‘증산대성’으로 신앙하였고, 그 외의 8개 종단은 증산을 ‘옥황상제(玉皇上帝)’의 현신으로 인식하여 그 신격을 ‘옥황상제(玉皇上帝)’로 정하여 신앙을 시작하였다.10) 이는 동도교11)의 문헌과 이강오의 분류 작업으로도 확인되는데, 무극도(無極道)ㆍ태극도(太極道)ㆍ대순진리회(大巡眞理會)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단은 ‘옥황상제’를 신앙하는 신앙체계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종단들은 고수부12)가 1911년 9월 19일 강증산의 탄신치성을 처음으로 올린 후 친자종도를 소집하여 교단 창립을 선언하고 포교를 명한 뒤 생겨난 종단들이라고 할 수 있다.13) 지금까지 연원을 무극도의 도주 조정산에 둔 종단을 제외하고 이 고수부에서 비롯된 계통에서 자유로운 종단은 없다. 다시 말하면 이 종단들은 친자 종도의 인맥으로 연결된 ‘연운계승종단(緣運繼承宗團)’이란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증산의 신격을 ‘옥황상제’의 강세로 믿는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에 반해 대순진리회는 1909년 음력 4월 28일14) 강증산으로부터 봉천명한 조정산이 1925년 창설한 종단이다.15) 그 특징은 증산을 직접 만난 적도 없고, 친자종도와도 관련이 없던 상황에서 오로지 구천상제의 계시에 의해 생겨난 ‘계시계승종단(啓示繼承宗團)’이라는 것이며, 옥황상제가 아닌 ‘구천대원조화주신’의 강세를 신앙하고, 화천 후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제위에 임어하신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를 신앙한다는 것이다.
이상을 통해 우리는 대순진리회가 조화주, 즉 하느님의 한국적 표현이라 할 수 있는 ‘구천대원조화주신’께서 이 땅에 강세하였으며 화천 후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라는 도교에서 기원한 신격위에 임어하셨다는 교리를 가졌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먼저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라는 도교 신격에 천착하여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Ⅱ. 도교의 보화천존 위상
이 절은 중국에서 지금까지 전승되어 온 도교 문헌에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위상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즉 ‘보화천존을 최고신으로 묘사하는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와 ‘보화천존의 위상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찾아보고자 한다.
‘보화천존’이란 신격의 문헌상 첫 등장은 북송(960~1127) 시기로 『무상구소옥청대범자미현도뇌정옥경』의 경문에서 ‘신소구신(神霄九宸)’ 중 3번째 신격이다. 이와 연관하여 명나라 주권(1378~1448)은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을 ‘보화천존’이라 칭하며, 이 ‘보화천존’은 원시의 아홉 가지 기(氣)가 화생(化生)한 ‘구신상제(九宸上帝)’ 중 세 번째라고 한다.16) 따라서 이 문헌에서는 ‘보화천존’이 최고 신격으로 묘사되는 구절을 발견할 수가 없다.
그 후 ‘보화천존’은 북송 휘종(재위 1100~1125) 시기에 계시되었다고 전해지는 『옥추보경(玉樞寶經)』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되었고, 남송 건염 원년(1127) 경에는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열 글자가 『십자경(十字經)』이라고 불리어졌을 뿐만 아니라 그 영험함도 민간에 알려진 것으로 보아 광범위하게 세간에 알려졌다고 볼 수 있다.17)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 설했다고 믿어졌던 『옥추보경』에서는 ‘보화천존’을 ‘구천정명대성(九天貞明大聖)’18)으로 칭하기도 하지만, 경문에서 ‘천존이 … 일찍이 대라천에 계시는 원시천존 앞에서 청정심으로 넓고 큰 원을 세웠다19)’는 내용을 볼 때 ‘보화천존’을 우주의 최고 신격으로 간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연관하여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옥추보참』에서는 ‘보화천존’을 ‘옥청진왕(玉淸眞王)’의 화신(化身)20)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보화천존’의 신격에 대한 위상을 알려면 ‘옥청진왕’의 신격에 대한 위상을 알아야만 될 것이다. ‘옥청진왕’의 신격과 연관 지어지는 ‘고상신소옥청왕’이란 신격은 육조 시대의 도경인 『상청대동진경』에 처음으로 등장한다.21) 중국의 도경에서 ‘옥청진왕’이란 신격과 관련지어지는 경전은 『자미현도뇌정옥경』, 『무상구소옥청대범자미현도뇌정옥경』, 『고상신소자서대법』이 있다. 첫 번째 경전 『자미현도뇌정옥경』에서는 ‘옥청진왕’을 아버지 ‘부려원시천존’과 어머니 ‘옥청신모원군’의 아홉 명의 아들 중 장자 ‘옥청원시천존’의 마지막 동생인 ‘고상신소옥청진왕장생대제’로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도 ‘옥청진왕’의 위에 ‘부려원시천존’과 ‘옥청원시천존’이 존재하기 때문에 ‘보화천존’은 최고신이 되기 어렵다.
두 번째 경전 『무상구소옥청대범자미현도뇌정옥경』에서는 ‘신소구신’ 중에서 ‘옥청진왕’은 첫 번째 신격 ‘고상신소옥청진왕장생대제’로 기록되어 있고, ‘옥청진왕’과 별도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은 세 번째 신격으로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도 ‘보화천존’의 최고신으로서의 위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또한 『고상신소자서대법』의 서문에 ‘옥청신모는 여덟 아들을 낳았다. 장자를 이름하여 남극장생대제라 하였는데, 이를 구룡부상일궁대제, 또는 고상신소옥청진왕이라 부르기도 하였다’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서도 ‘보화천존’의 최고신에 대한 위상을 발견할 수가 없다.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옥추보경집주(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玉樞寶經集注)』의 마지막 구절 발문은 ‘지순계유상원일 사삼십구대천사태현자서(至順癸酉上元日 嗣三十九代天師太玄子書)’인데, 지순은 원나라 연호로서 서기로 환산하면 1333년이 된다. 따라서 『옥추보경집주』는 정일교 39대 천사 장사성(태현자, ?~1344)이 원나라 말 세상에 널리 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전이다. 이 경전에 원문과 주석을 한 글이 있는데, 주석은 해경백진인(海瓊白眞人[백옥섬]: 1194~1229) 주(注), 조천사장진군(祖天師張眞君) 해의(解義), 오뢰사자장천군(五雷使者張天君) 석(釋), 순양부우제군(純陽子孚佑帝君[여동빈]) 찬(贊)으로 구성되어 있다. 4명의 주석에서 ‘보화천존’의 신격에 대한 구체적인 위상을 볼 수 있는 것은 해경백진인의 주(注)와 조천사장진군의 해의(解義)에서 나타나는데, 모두 ‘보화천존’을 ‘옥청진왕’의 화생(化生)으로 설명하고 있다. 해경백진인은 좀 더 구체적으로 ‘부려원시천존은 아홉 번째 자식 옥청진왕을 두었는데, 그 옥청진왕이 보화천존으로 화생하였다’22)고 설명한다. 이것은 『자미현도뇌정옥경』의 내용과 일치하는 말이다. 따라서 4명의 주석에서도 ‘보화천존’이 36천을 관장하는 엄청난 신격의 위상을 가지고 있음을 기술하고 있지만 최고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명말 청초 서도의 『역대신선통감(曆代神仙通鑒)』, 즉 『삼교동원록(三敎同原錄)』 4권에도 관련 기록이 있지만 ‘황제가 득도하여 승천한 후에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에 봉해져(黃帝 … 封號爲九天應元雷聲普化眞王)’라 되어 있어 이것 또한 최고신을 설명하는 내용은 아니다.
지금까지 문헌에서 “보화천존은 옥소부를 다스리고, 삼십육천을 관장한다.”23) “뇌성보화천존은 삼십육천을 주재할 권능이 있으며, 자비로써 천오백 겁을 운행시키고 변화시키며, 군생의 아버지이자 모든 영의 스승이다”24)라는 ‘보화천존’의 신계 위상을 엿볼 수는 있지만 ‘보화천존’을 최고신25)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문헌적 근거는 없었다.
이 절에서는 ‘현대 중국도교에서 보화천존의 신격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위해 도교의 교양서적인 『도해도교(圖解道敎)』, 『중국도가문화백과1000문 도교도문백과(中國道家文化百科1000問 道敎圖文百科)』와 『중국도교제신(中國道敎諸神)』, 도교 사전인 『도교소사전(道敎小辭典)』, 그리고 중국인들이 쉽게 접근하고 가장 많이 보는 검색 사이트 바이두(www.baidu.com)에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신격에 대한 위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도해도교』(2007년)에는 “보화천존’은 뇌부최고존신이다. 그를 부회하여 황제헌원으로 하였다.”26)고 기록되어 있으며, 『중국도가문화백과1000문』(2008년)은 “보화천존은 뇌부(雷府)를 주재하는 신이다.”27)라고 적고 있다. 2010년 도교 사전인 『도교소사전』에서는 “보화천존’은 도교 뇌부의 모든 신들 중에서 최고로 존귀한 신이다.”28)라고 하였다.
중국 검색사이트 바이두(www.baidu.com)에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으로 검색하면 많은 내용이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 ‘보화천존’의 신격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면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뇌성보화천존은 대라천계에 계실 때는 옥청진왕남극장생대제이고, 구천천계에 계실 때는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나, 중국 고대 문명이 열릴 때 황제로 현신하였다.”29)라고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부려원시천존의 아홉 번째 자식 옥청진왕남극장생대제가 뇌성보화천존으로 화생하였다.”30)라고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명나라 신마소설 『봉신연의』에 “강태공이 신을 봉할 때 은나라 태사 문중을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으로 봉했다.”31)고 하는 것이다.
앞에서 조사한 3개의 책과 검색 사이트에서 ‘보화천존’이 현대 중국도교의 삼청존신 즉 ‘옥청원시천존’, ‘상청영보천존’, ‘태청도덕천존(노자)’을 뛰어 넘는 기록은 발견되지가 않았다. 오히려 1996년 『중국도교제신』에서는 도교에 등장하는 신들을 5개의 장으로 나누고, 제1장에는 도교존신인 ‘삼청’, ‘사어’, ‘왕모낭낭’, ‘삼관(삼원대제)’을 배치하고,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32)은 제5장 호법신장편에 배치했는데 ‘호법신장’을 17종류를 나누고, 그 17종류 중에서도 14번째 ‘뇌신ㆍ뇌왕’ 부 10개의 항목 중에서 7번째 항목으로 기록하였다.33) 다시 말하면 ‘보화천존’의 신격적 위상이 현대로 오면서 중시되기보다는 외면당하는 양상이 간간이 발견됨을 알 수가 있다. 아마 호법의 기능을 크게 부각시키는 것은 신마소설 『서유기(西遊記)』에서 ‘손오공의 청에 응해 뇌성보화천존이 등(鄧), 신(辛), 장(張), 도(陶) 등 모든 사로 하여금 뇌부의 신장들을 이끌게 하여, 대성인을 따라 하계에 법을 전하게 하였다’고 한 대목 때문이라 추측된다. “문예소설의 영향으로 민중들은 ‘뇌성보화천존’을 더욱 널리 숭배하게 되었다.”34)라는 분석은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해 준다.
Ⅲ. 보화천존상제의 신격
대순진리회와 도교의 ‘보화천존상제’와 ‘보화천존’ 비교 연구는 박마리아에 의해 처음 시도되었는데 「대순진리회와 도교의 신앙체계에 관한 비교」(2011)란 논문이다. 박마리아는 여기에서 ‘대순진리회의 보화천존상제와 중국의 보화천존은 다른 신이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35) 또한 박마리아는 「대순진리회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와 도교 중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에 관한 비교」(2012)란 논문을 통하여 ‘보화천존’의 신격적 의미 또한 도교와 관련된 각 도파의 경전이나 관련 기록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으므로 일관성을 찾기 어려우며36)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은 중국에서 지고신의 신격을 가진 바가 없고 정치적 변천사와 그 운명을 함께 했기에 대순진리회의 보화천존상제와 현저한 차이점을 보인다고 설명하였다.37)
박마리아는 중국 도교에서 ‘보화천존’의 지고신적 신격을 문헌적 기록에서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대순진리회의 보화천존상제와 중국의 보화천존은 별개의 다른 신이다’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교학적 차원에서 본다면 결국 박마리아의 주장은 이름의 차용을 의미하기에 ‘도교의 여러 최고신이 있음에도 대순진리회는 왜 최고신이 아닌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란 신명을 차용하였는가?’라는 질문을 낳게 한다. 더 나아가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변용으로 보아야 하는 교리적 문제도 발생하는데 대순진리회의 ‘보화천존상제’와 중국의 ‘보화천존’이 관련성에 있음을 암시하는 도전 박우당의 말씀이 있기 때문이다.38)
차선근(2013)은 「대순진리회 상제관 연구서설(Ⅰ) - 최고신에 대한 표현들과 그 의미를 중심으로」에서 박마리아가 간과한 문제를 극복해보고자 하였다. 그는 “구천상제께서는 하느님, 최고신, 궁극적 실재, 초월적 절대자이신 분으로 이해된다.”39)고 서술하고,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 외에도 구천대원조화주신, 구천상세군, 무극신, 태극지천존, 태일, 옥청진왕, 삼청진왕, 천주, 개벽장, 해원신 등 최고신에 대한 여러 표현들이 대순진리회의 전통에서 발견된다고 주장한다.40)
차선근이 최고신으로 규정한 11개의 용어들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보여 지는데, 여러 표현 중에서 도교의 문헌으로는 최고신으로 명확히 단정할 수가 없는 명칭이 있기 때문이다. 즉 ‘옥청진왕’은 중국 도교문헌에서 최고신으로 주로 묘사되지 않고, ‘구천대원조화주신’과 ‘보화천존’을 동일한 신에 대한 이칭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없기에 ‘옥청진왕’을 대순진리회의 최고신에 대한 표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전경 교운 2장의 구령삼정주에 ‘吾奉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 玉淸眞王 律令’이라 하였으니, 대순진리회 맥락에서는 보화천존상제=보화천존=옥청진왕으로 추론가능하고, 따라서 대순진리회 세계관에서 옥청진왕은 최고신이라고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도교 문화권을 대상으로 한 교학 전개를 위해 도교의 교학 또한 일정 부분 수용한다는 전제조건과 구천대원조화주신=보화천존상제≠보화천존=옥청진왕의 가설이 성립한다는 전제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오방주 말미에서 … 태일성철(太一聖哲)과 삼청진왕은 도교적 지평에서 조망할 수 있는 대순진리회 최고신의 또 다른 표현들이다”41)라는 차선근의 주장에서도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가 있다고 보여 지는데, 즉 오방주를 봉송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태일과 삼청이 최고신의 위격을 가질 수도 있고 가질 수가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이 주문을 봉송하는 자가 도인들이라면 ‘태일’42)은 도주 조정산도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고대 ‘태일’의 개념이 ‘지고(至高)하다’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가 한당(漢唐)으로 내려오면서 ‘황노군(黃老君)’으로 받들어 졌다는 점43)에서 볼 때 태일이 인격을 지녔던 존재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차선근은 구천대원조화주신, 보화천존상제, 보화천존을 동일한 신의 다른 표현으로 보고 보화천존의 최고신 변증을 도교교학의 대순진리적 해석을 통해 시도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보화천존과의 비교를 통한 보화천존상제 신격 연구를 위해서는 중국인 학자 두 명의 선행 연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리웬구어(李遠國)은 중국 도교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에 대한 권위자로 보화천존신앙과 대순진리회의 보화천존상제 신앙을 비교 연구했는데 그는 이 두 신격을 동일하게 보았다. 즉 ‘뇌법은 극비 공결(功訣)로서 교외(敎外)의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변신(變神)’44)이라 설명하면서 보화천존이 최고신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존귀한 위상을 지녔으며 강증산은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 인간으로 화신한 것일 수 있음을 주장했다.45)
위꿔칭(于国庆)은 『대순진리회요람』과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옥추보경집주』를 중심으로 ‘보화천존’과 ‘보화천존상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했는데46) 주목할 만한 것은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옥추보경집주』의 주에 나타난 방법을 이용하여 그 칭호의 문자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비교 연구를 하였다는 것이다. 그것을 종합 정리하면 첫째 도교에서는 ‘보화천존’을 최고신으로 모시지 않지만 대순진리회에서는 ‘보화천존상제’가 신계에서 최고의 신명이며 둘째 ‘보화천존’ 신앙은 도교의 최고신인 ‘원시천존’의 아들이라는 각도에서도 보화천존이 지극히 존귀하다고 설명하지만 ‘보화천존상제’신앙에서는 이런 점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47) 결과적으로 위꿔칭도 도교의 ‘보화천존’은 최고신의 신격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지극히 존귀하기에 보화천존상제와 연관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보화천존’을 최고신으로 해석할 수 있는 도교 신앙체계적 근거나 해석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구중회는 조선의 『옥추경』 보현사본(1733) 소황의 글을 통하여 ‘보화천존은 원시천존의 화신(化神)이라는 말이 된다. 원시천존은 옥황 또는 옥황상제라고도 한다.’48)고 해석하면서 한국 민간에서의 보화천존의 최고신으로의 위상 승격을 주장한다. 이러한 논리를 통해 보화천존상제의 최고신 변증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교학적 기반은 매우 허술할 수밖에 없다. 민간 신앙의 최고신은 계속 변동하며 교학적 논리가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순진리회의 보화천존상제의 최고신 변증을 위한 교학 이론 기초를 위해 다음의 가설을 제시해 본다. ‘도교의 보화천존과 대순진리회의 보화천존상제는 권능적인 동일성을 지니지만 다른 신이다’라는 것이다. 즉 보화천존은 일종의 직위이며 교체 가능한 신위라는 가설이다. 다시 말해 도교 신앙 일부에서 옥황상제가 지속적으로 교체되어왔다는 주장처럼 보화천존도 교체 가능한 신위로 보자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도주 조정산은 1925년 강증산의 화천 후 신격을 표명하며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라 표명하였는데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명칭 ‘보화천존’에 ‘상제’라는 신격을 더 붙였다는 것이다. 즉 기존의 신과 다른 신이 그 자리에 왔기에 명칭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1956년 『태극도통감』의 ‘해탈초신(解脫超身)으로 왕왕상계(往往上界)하사 어보화천존제위(御普化天尊帝位)하서서’와 1969년 『대순진리회요람』의 ‘해탈초신으로 상계의 보화천존 제위에 임어하셔서’라는 교리서의 내용에서 ‘보화천존’의 제위를 직위로 해석할 수 있다면 그 근거는 더욱 확고해 진다.
이 가설은 보화천존상제가 최고신이라는 변증을 쉽게 해 주지만 다음과 같은 또 다른 교학적 설명을 요구한다. 즉 “왜 구천대원조화주신이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직위에 임어하여야 하는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교학적 설명을 도출해 내기 위해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과 ‘구천대원조화주신’의 칭호 자구(字句)를 비교 해석하여 ‘어떤 점이 차이가 있는지’를 밝히는 방법도 하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의 자구적 의미를 도교 교학의 관점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① ‘九天’은 천존이 거주하는 주된 장소로 이해되며, ② ‘應元’은 ‘원’과 ‘천존’의 관계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되며, ③ ‘雷聲’은 천지만물을 주재하고 자양하는 힘의 원천으로 이해되며, ④ ‘普化’는 ‘天尊’의 덕화가 미치는 영역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되며, ⑤ ‘天尊’은 신격적 위상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구천(九天)’의 의미를 『요람』은 우주를 총할하시는 가장 높은 위49)로 설명하고, 『옥추보경』은 ‘구천이란 삼십육천을 총괄함을 말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구천’이란 용어가 가지는 의미는 하늘을 종적 9단계로 분류할 때, 최고의 높은 위치에 있는 하늘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50) 여기서 가리키는 하늘이 최고로 높다고 하여 이곳에 한 분만 계신 것으로 여길 수는 없다.51) 즉 최고신인 한 분만 계신 공간으로 단정할 수 없지만 지고한 위치를 설명하는 것은 분명하다.
‘응원(應元)’이 바로 보화천존의 최고신 변증에 문제가 되는 용어이다. 여기서 ‘응(應)’이란 글자는 반드시 양자를 전제하고 있으며, 또한 관계성까지 함의하는 글자이다. 즉 천존과 상대되는 ‘그 무엇’ 즉 ‘무인격 존재이든 인격 존재이든’ 존재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다. ‘응원’을 『요람』은 ‘삼라만상이 다 천명에 응하지 않고 생성됨이 없음을 뜻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옥추보경』에서도 ‘응이라 함은 천명을 받지 않고 생성된 사물이 없음을 말한다.’고 하여 『요람』과 유사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요람』에는 없는 해석이 있는 것이다. 즉, ‘응원이란 원시 하나의 기가 나누어져 만들어진 참을 우러러 보는 것으로, 옥청진왕이 원에 응한 체이다’는 것과 ‘일찍이 대라천에 계시는 원시천존 앞에서 청정심으로 넓고 큰 원을 세웠다’52)는 부분으로 본다면 ‘응원’으로 인해 ‘보화천존’은 원과 원시천존을 초월하는 신격 의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뇌성(雷聲)’을 『요람』은 ‘천기와 지기를 승강케 하고 만물의 생성⋅변화 및 지배ㆍ자양하는 음양이기의 결합체’로 설명하고 있고, 『옥추보경』도 『요람』과 같은 맥락의 해석을 하고 있다.53) 즉 만물에 적용되는 조화의 수단이 바로 뇌와 성이라는 것이다.
‘보화(普化)’를 『요람』은 ‘우주의 만유가 유형무형으로 화성됨이 천존의 덕화다’라고 하여 곧 천존의 덕화가 미치는 영역이 무한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옥추보경』도 표현의 형태만 다르지 『요람』의 설명과 유사하다.54)
‘천존(天尊)’을 『요람』은 ‘지대지성한 삼계의 지존’으로 설명하고, 『옥추보경』은 ‘천존이라 함은 지극히 크고 존귀한 칭호’로 설명한다.
‘구천대원조화주신(九天大元造化主神)’의 자구는 ①구천(九天), ②대원(大元), ③조화(造化), ④주신(主神)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 ‘구천(九天)’은 ‘보화천존’에서의 ‘구천’과 같은 의미이고, ‘대원(大元)’은 중요한 핵심이 되는 의미를 지닌다. 즉 ‘보화천존’에서 ‘응원(應元)’은 양자 간의 구도로써 설명되는 용어로써 그 함의된 의미는 갑을 관계의 의미를 띠게 되지만, ‘大元’은 독자적인 구도의 의미를 지닌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도교에서 가장 존귀한 뜻을 가진 용어가 바로 ‘元’이기 때문이다. 이 ‘元’을 신격화시키면 ‘부려원시천존’도 되고, 삼청 중 최고신인 ‘옥청원시천존’도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元’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신격의 위상을 최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데, 게다가 ‘大’가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元’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합성어인 것이다. 그래서 구천대원조화주신’은 ‘大元’이란 자구적 의미만으로도 ‘최고신’이 되는 것이다. ‘조화(造化)’는 ‘보화천존’의 ‘뇌성보화’에서 ‘화(化)’와 의미가 통하는 용어이다. ‘보화천존’에서는 조화의 수단이 ‘뇌성’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구천대원조화주신’의 조화에는 수단에 대한 표현이 없다. 이것은 다른 의미로 조화가 수단에 있어 제한이 없음을 뜻한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주신(主神)’이란 용어는 ‘보화천존’의 ‘천존’과 비교할 때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신분이 높은 존재는 많을 수 있지만 주인은 한명인 것과 마찬가지로 구천에 ‘천존’은 여러 명일 수 있지만 ‘주신’은 한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천대원조화주신’의 칭호에서 ‘대원’과 ‘주신’에 함의되어 있는 것은 지고한 신들 중에서도 오직 최고 존재 하나만을 가리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구천대원조화주신’이라는 신격을 통해 ‘우주의 최고신이 증산으로 강세하였다’는 대순진리회의 고유한 신앙 체계가 표명되어 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도교 교학적 자구적인 해석을 통하여 보화천존은 최고신이 되기 어렵고 구천대원조화주신은 최고신이 될 수 있음을 논하였다. 그렇기에 보화천존은 직위로, 구천대원조화주신은 최고신의 고유 명칭일 수 있다는 가설은 좀 더 근거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구천대원조화주신은 최고신인데 왜 화천 후 그 신격을 그대로 가지지 아니하고 최고신으로는 보기 어려운 지고신격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제위에 임어하였는가?’의 답을 논해 본다면 필자는 증산의 천지공사가 그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증산의 천지공사는 천지공사로 신봉어인(神封於人)의 인존시대(人尊時代)를 여는 것인데 이는 ‘신이 인간에 봉해져 인간이 신의 조화 권능을 행사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조화 권능의 핵심이 바로 뇌성의 한 형태인 전기의 용사라는 가설이다. 도주 조정산의 말씀을 통해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55) 즉 전기를 담당하는 뇌부(雷府)가 천지공사를 통해 전면에 배치되며 최고의 신계로 역할하면서 보화천존의 위는 최고의 직위로 격상되었고 ‘구천대원조화주신’이 ‘보화천존’의 제위에 임어하시게 되어, 기존의 ‘보화천존’은 ‘보화천존상제’가 되었다는 가설이 가능한 것이다.
Ⅳ. 결론
대순진리회가 도교 문화권의 외부인에게 그 신앙 대상인 강증산의 신격과 관련된 보화천존의 신격을 어떻게 표명할 것인지, 그리고 이와 연관되어 강세 전 신격과 화천 후 신격의 변화를 교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에 대해 가설적 수준에서 논해보는 것이 이 논문의 주제다. 필자가 제시한 가설을 포함하여 이 담론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 진다. 첫째는 ‘도교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과 대순진리회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는 칭호가 같은 부분이 있지만 서로 관계가 전혀 없는 별도의 신격이다.’라는 논지이다. 둘째는 ‘도교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과 대순진리회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 두 신격은 같은 신격이다.’라는 논지이다. 셋째는 ‘도교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과 대순진리회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는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지만, 보화천존은 직위이며 구천대원조화주신인 증산이 화천 후 뇌부(雷府), 즉 그 직위에 임어하여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과 상제인 ‘구천대원조화주신’이 결합된 새로운 신격인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가 되었다’는 논지이다.
첫 번째 관점으로 교학을 전개할 경우 대순진리회의 중요 신앙체계의 성립이 피상적 혼합주의로 비판받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서 신격 차용에 대한 교학적 설명이 반드시 전개되어야 한다. 두 번째 관점에서 교학을 전개할 경우 만약 도교문화권의 사람들을 대상이라면 도교 신앙체계와 모순됨을 최대한 피하면서 교학을 전개할 수 있는 이론적 치밀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대순교학에 있어 도교적 관점의 도입이 비판 될 수 있음도 유의해야 한다. 세 번째 관점에서 교학을 전개할 경우 최고신 변증과 신격 변화에 대한 설명이 수월한 점이 있지만 그 논거가 아직 논리적으로 많이 부족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논거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마지막으로 ‘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신격이 「천지공사」에서 최고로 승격되고 전면에 배치되어야 할 신격위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하나의 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대순진리회에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과 ‘옥황상제’는 중국 도교에서도 등장하는 중요한 신격위이다. 이 부분에 대한 정리를 위하여 중국의 도교 학자 리웬구어(李遠國)의 논문을56) 참고하면 ‘옥황상제’는 영보동화파에서57) 내세우는 신격이고,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은 신소파에서 내세우는 신격으로 북송(960~1127)에서 남송(1127~1279)으로 바뀌는 중국 사회의 극심한 혼란기에 백옥섬(白玉蟾:1194~?)에 의해 등장한 신격이다.58) 신소파는 원래 장도릉이 개창한 오두미도-천사도-정일교의 한 지류이다. 본래 천사도는 혈통으로 종맥이 전해지기 때문에59) 천사도의 제자 중에 뛰어난 인물이 나오면 독립하여 중국 사회에서 큰 도파를 형성하는데 그 중 하나가 신소파이다.60)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영보파와 신소파가 둘 다 원시천존에 연원을 두면서 그 아래의 신계 조직은 다르게 기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영보파는 원시천존을 받들고 그 아래에 사어가 존재하고, 그 사어 중에서도 ‘옥황상제’가 전 우주를 실재적으로 관장하는 신계행정조직의 최고신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다.61) 마찬가지로 신소파도 원시천존을 연원으로 두면서 그 아래로 구신이 존재하는데 그 구신 중에서 옥청진왕이 제일 높으며, 옥청진왕이 보화천존으로 화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구신 중에서 우주를 주관하는 실제적인 신계행정조직 중 구체적으로 가장 크게 기술되고 있는 신은 ‘보화천존’만이 유일하다는 것이다.62) 이점에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신격이 천지공사에 연관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이다.
‘보화천존’과 ‘옥황상제’는 중국 도교 교리에서 보아도 우주 전체를 관장하고 용사하는 신계행정조직의 최고신으로 묘사된다. 도교에서 우주를 실재적으로 관장하는 양쪽의 신계행정조직에서 최고신으로 묘사되는 두 신격이 대순진리회의 최고신격인 양위상제님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은 도주 조정산의 도교적 공부 및 수행과63) 더불어 도교적 관점의 교학연구가 대순사상연구에 매우 중요한 것임을 시사한다. 이에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에 대한 도교적 관점의 후속 연구를 기대한다.